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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청년 변호사들, 아파트 관리비 지킨다
김현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  |  hyunkim@sechang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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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호] 승인 2016.03.28  09: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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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비 청구서를 받을 때마다 이렇게 관리비가 많이 나오나 하고 놀라면서 우리 아파트는 내가 낸 관리비를 알뜰하게 쓰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2016년 현재 우리 국민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총면적은 10억㎡에 달하며 주거형태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면적은 61%나 된다. 그 다음이 단독주택(20.1%), 다가구주택(9.2%), 다세대주택(6.7%), 연립주택(2.3%)의 순이다. 아파트 연간 관리비 총액은 16조 1503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15년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는 외부회계감사 등 관리비 진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최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국토교통부, 경찰청과 합동으로 전국 8319개 아파트 단지에 대해 외부 회계감사를 한 결과 5곳 중 1곳에 해당하는 1610개 단지(19.4%)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부적합 판정은 회계 처리에 중요한 위반이 있거나 서류 미비로 충분한 감사가 이뤄지지 못한 경우이며, 아파트에 대한 감사는 2013년 주택법 개정 이후 처음 실시되었다.

높은 부적합 판정률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아파트가 여전히 회계처리 기준을 어기고 관리비를 집행해 문제가 많다. 엉터리 회계는 그만큼 비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는 관리소장이 공동 전기료를 과다하게 걷어 수천만원을 횡령한 것이 적발되었고,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주자대표가 입찰서류를 위조해 특정 업체를 밀어주고 뒷돈을 받기도 했다. 가장 고질적인 비리는 아파트 입주자대표나 관리소장의 아파트 관리비 횡령이었다. 아파트 관련 공사·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검은 돈이 오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비리를 막고 국민의 부담을 줄이며 법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3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 뿐 아니라 일정규모 이상 아파트에 반드시 감사를 두어 관리비를 투명하게 관리하게 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나 회계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감사로 선임되어 아파트 주민의 입장에서 계약 과정이나 회계처리 과정을 정밀하게 검토한다면 각종 비리가 발붙이기 힘들 것이다. 물론 주민 스스로 관리비가 적정하며 어떻게 쓰이는지를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만, 생업에 바쁜 주민들이 이를 일일이 들여다보기 힘들므로 주민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감사가 주민을 대신해 충실한 감독자가 될 필요가 있다. 외부 회계감사도 중요하지만 아파트 사정을 잘 아는 감사가 보다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정부도 현행 관리업무 감시 시스템을 점검하고 부정을 저지른 관리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주민과 감사, 정부가 힘을 합치면 관리비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올해 발표한 2015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조사대상 국가 168개국 중 37위에 그쳤다. 공무원의 부정부패 문제는 감사원이 있고 들여다보는 눈이 많아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한편 민간 부문의 부패는 자못 심각하다. 공적 부문의 부패를 거시적 측면에서의 부패라면 민간부문의 부패는 서민의 생활과 밀착한 미시적 부패라고 하겠다. 아파트 관리비 같이 민생과 직결되는 항목이 보다 투명하게 밝혀짐으로써 팍팍한 우리 생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 변호사의 으뜸가는 사명은 법치주의를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해방 이후 71년 동안 풍요롭게 사는 데에 목표를 두고 매진해 왔다면, 이제는 우리가 바르게 살고 있으며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할 때다. 우직하게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칭찬받고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의감을 가진 청년 변호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에 봉사하는 다양한 방법의 일환으로, 아파트 단지의 감사를 맡아 관리비 부정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아파트의 형편과 규모에 따라 감사를 상근 또는 비상근으로 할지를 유연하게 결정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감사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감사업무를 수행한 것에 대해 적절한 보수를 지급해야 감사의 근무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

앞으로 입법화 과정을 거쳐 변호사가 아파트 단지 감사를 맡는다면 직역확장에도 도움이 되고, 법조인 특유의 준법의식과 정직성으로 관리비를 절감하며 불필요한 낭비요소를 줄임으로써 감사의 보수를 훨씬 능가하는 이익을 주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최근 연 1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대거 사회에 배출되었는데, 청년변호사들이 국민에게 아파트 관리비 절감과 아파트 재정 투명공개라는 선물을 안겨 준다면 우리 사회의 변호사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현재 아파트의 감사는 해당 아파트 주민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그래서는 유능하고 의욕적인 감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상장회사 감사위원회의 과반수를 외부인인 사외이사가 맡는 것처럼, 객관적 시각을 가진 아파트 외부 인사가 감사 역할을 더욱 잘할 수도 있다. 입법적 해결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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