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두50627 판결

1. 기초적인 사실관계
원고는 공공기관인 피고와 사이에서 피고가 발주한 통신설비공사에 대한 책임감리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계약 중 용역계약특수조건 제8조는 “원고가 용역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부실공사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계약 내용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부실벌점 부과, 입찰참가자격 제한, 계약해지, 국가계약법 및 관련 법령 등에 의한 제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감리용역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시험성적서·납품실적증명서·자재공급원 승인 요청서류의 검토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하거나 발주자의 지시사항에 대한 이행확인을 소홀히 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의 내부기준에 따라 원고에게 부실벌점 3점을 부과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부실벌점 통보가 행정처분이라고 전제한 후에 법령에 근거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라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 항소심의 판단
항소심은 피고가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항에서 정하는 행정청이라는 점과 원고는 이 사건 부실벌점 통보에 따라 피고가 발주하는 설계·감리용역의 입찰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고 한국전력기술인협회 등에 통보되어 다른 입찰에 있어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침익적·제재적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3. 대법원의 판단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이나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의 위임 또는 위탁을 받은 공공기관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사항에 관하여 공권력을 발동하여 행하는 공법상의 행위를 말하며, 그것이 상대방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이나 권한을 위임받은 공공기관의 행위가 아닌 한 이를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8두14822 판결, 대법원 2010. 11. 26. 선고 2010무137 결정 등 참조).
피고는 ‘정보통신분야의 감리·설계업체’에 대해서 전력기술관리법령이나 관련 고시가 적용되지 않아 부실벌점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자 부실시공 및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내부적으로 ‘전기 및 정보통신분야 부실벌점 부과기준(이하 ‘이 사건 부과기준’이라 함)’을 마련하였다.
피고의 이 사건 부실벌점 통보서에는 전력기술관리법 시행규칙 등이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부실벌점의 근거는 피고가 내부적으로 마련한 이 사건 부과기준이고, 이는 공공기관의 내부규정에 불과하여 대외적 구속력도 없으며, 이 사건 부실벌점은 피고 내부의 입찰에만 적용되고, 한국전력기술인협회에 통보한 사실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부실벌점 통보는 행정청이나 그 소속 기관 또는 그 위임을 받은 공공단체의 공법상의 행위가 아니라 단지 그 대상자인 원고가 피고 발주의 감리용역 관련 입찰에 참가할 경우 그 사업수행능력평가에서 점수를 일부 감점하겠다는 뜻의 사법상의 효력을 가지는 통지행위에 불과하고, 이러한 통지행위가 있다고 하여 원고에게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피고 외의 다른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입찰에서의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부실벌점 통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4. 판결의 의의
종래 공공기관들이 입찰자나 계약자를 상대로 부과하는 다양한 제재조치들은 공공기관들의 법적 지위와 처분의 근거, 불이익의 유무 등으로 인해서 그 처분성에 대한 다툼이 많았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 판결은 공공기관의 다양한 제재수단이 행정처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분명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행정력과 소송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해당 공공기관의 입찰에만 효력이 미치는 다양한 제재수단을 내부적으로 마련하는 공공기관의 출현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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