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나 보호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촬영한 환자의 사진을 병원 홍보에 이용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A씨가 B병원을 운영하는 C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A의 어머니는 2013년 뇌출혈이 발병해 B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B병원을 운영하는 C재단은 A의 어머니 사진을 병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으로 설정했고, 2014년 달력의 치매센터 홍보장면, 병원 홍보용 플랜카드와 병원 소식지 표지에도 사용했다.
당시 사용된 사진은 환자복을 입고 머리카락을 매우 짧게 자른 상태로 뇌수술 흔적이 잘 보였다.
2014년 A의 어머니가 D병원으로 옮긴 후 인지능력을 검사한 결과, 지남력, 주의집중, 계산·기억력에서 인지능력 저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언어표현 능력도 떨어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잘 생각해내지 못하거나 말을 더듬는 증세가 있었다.
A는 병원이 어머니의 동의 없이 무단 촬영한 사진을 각종 홍보물에 이용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환자에게 홍보용 사진을 촬영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환자는 뇌출혈에 따른 후유증으로 인지기능이 다소 저하돼 있었고 표현능력도 매우 떨어져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병원 측이 이런 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홍보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매센터 홍보장면에도 환자 사진을 사용했는데, 구체적인 홍보 내용까지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하면 환자의 사진 촬영과 그 사진을 이용한 홍보가 환자의 동의하에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환자와 보호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환자의 사진을 활용해 병원을 홍보하는 데 이용한 것은 환자의 초상권과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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