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민사소송법분야의 화두는 단연 소송절차의 헌법화로 세계 민사소송법대회(IAPL)에서 여러 차례 주제가 되었고, 2014년 10월 우리나라의 세계대회에서 ‘헌법과 소송절차’가 또한 주제였다. 필자는 이 대회의 기조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소개한 바 있다.
①국가에 대한 가집행선고의 금지조항은 법의 평등에 반하고 신속한 재판, 강제집행을 막는다고 하여 위헌, ②특허 소송에서 법률심 뿐 사실심은 한 차례도 없다하여 위헌, ③국가배상사건에서 행정기관인 국가배상심의회의 결정에 재판상 화해의 간주는 법관이 하는 확정판결과 같은 기판력부여이므로 위헌, ④제소기간규정이 내용파악이 어렵고 불분명하면 불변기간의 명확화원칙에 반하고 법원에 쉬운 접근방해이므로 위헌, ⑤여론기사의 정정보도 청구와 같은 본안소송에서 심증도를 ‘증명’아닌 ‘소명’으로 되게 한 것은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라 하여 헌법불합치 등이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소송절차에 구현시킨 자랑스러운 판례를 냄으로써 대외적으로 헌법국가로 가는 길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반드시 소송의 헌법화의 시대추의에 부합하는 것만 있지는 아니하다. 심리 불속행제도에 관한 판례도 문제지만 대표적으로 실망되는 것은 헌법 제27조 제3항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미국, 일본헌법과 달리 민사사건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조항이건만 헌법재판소가 살아있는 기본권으로 살리지 못한 점이다. 신속한 재판을 위한 민소법 제199조의 제소 후 5개월 내의 선고기간 규정에 대해 이의 준수는 관할 법원이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정할 재량사항임에 비추어 무리이므로 노력이상 있을 수 없고 헌법상,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발생할 수 없다고 하며, 계속하여 소송지연을 합헌적 통제 밖에 두고있다. 이에 대하여 훈시규정으로 폄하한 대법원 입장과 다를 바가 없다.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이 있다면, 이에 대응하여 헌법 제10조의 기본권보장의무가 생길 것이고 이 때문에 구체적인 소송촉진의무가 파생한다고 할 것이다. 독일민법은 소송지연에 국가의 배상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지키기 어려운 규정이라면 법치주의의 헌법질서의 유지 상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 그 정비의 차원에서 헌법불합치결정이 옳았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가 공허하고 수사적(修辭的) 기본권이 안되도록 진취적으로 재판인력의 확충 등 현실적 대안 제시의 입법 촉구가 바람직했을 것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일찍이 독일법이 소송지연에 대한 실효성있는 권리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판결로 질타하였다. 그 결과 독일 법원조직법에서 지연이의제도와 비재산상의 손해에 지연연수마다 1200유로의 보상입법을 하였다. 일본도 근래에 ‘재판신속화법’을 제정하여 문제를 실효성있게 해결코자 하였다.
이제 국회 선진화법이 헌법재판소의 도마에 올랐다.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심판청구 모두가 접수된 지 법정선고기간인 180일을 넘겼다. 국회의 자율적 해결의 한계에 이른 이제 국회 자치 운운하며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민·형사·행정재판도 아닌 자신의 국사 재판(Staatsgerichtsbarkeit)에서 이제라도 끝내어 신속한 재판을 헌법화한 나라다운 위상을 세웠으면 바란다. 적어도 청구인들의 임기만료 전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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