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한 이해의 지름길은 사물에 내재된 속성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특허소송에 대한 이해 역시 ‘특허의 본질’과 그로 인하여 파생되는 ‘특허소송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허소송전략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필자는 특허실무 17년차다. 통신공학을 전공하고 변리사로 특허법인과 대기업에서, 변호사로 로펌에서, 출원, 심판, 소송, 라이센스, 기술거래, 특허경영컨설팅 등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다. ‘특허의 본질’을 묵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환경이었다. 알면 알수록 부족함을 느껴 지금도 매일 묵상 중이나, 특허소송에 관심 있는 변호사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1년간 이어질 칼럼에서 필자가 경험한 ‘특허의 본질’과 ‘특허소송의 본질’을 토대로 특허소송 상담과정, 소송과정, 그리고 집행과정에서의 특허소송전략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허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특허의 본질’은 무엇일까?
교과서적으로 설명하면, 특허란 산업상 이용가능성, 신규성, 진보성 등 특허요건을 갖춘 발명에 부여되는 독점배타권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설명으로는 특허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에게 절실한 ‘특허의 본질’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언어가 분명해야 사고가 명료해진다.
‘특허’는 ‘특허제품’과는 다른, ‘언어로 된 권리조각품’이다. ‘특허권’의 약칭인 ‘특허’는 ‘특허제품’ 그 자체가 아니고, ‘특허제품’에 담긴 ‘기술적 사상’을 언어로 표현하여 그 권리범위를 정하는 ‘언어로 된 권리조각품’이라는 것이다(특허법 제97조).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이것이 특허소송 변호사가 항상 유념해야 할 가장 중요한 ‘특허의 본질’이다. 앞으로 이어질 칼럼에서 설명될 소송전략에 항상 소환되고 재확인될 것이다.
‘특허’가 언어로 그 권리범위가 정해지는 만큼, 언어표현의 한계를 고려하여 법원은 균등론이라는 법리를 인정한다. 침해제품의 특정 구성요소가 특허청구범위에 표현된 언어와 다르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침해를 인정하는 법리다. 균등론은 실질적 정의를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소송현실에서는 권리범위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가능성을 열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재밌는 것은 이런 아전인수식 해석에 자기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소송’은 ‘권리범위해석의 자기모순’을 동반한다.
침해소송에서 특허권자는 권리를 넓게 해석하려 한다. 침해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방은 권리를 좁게 해석하려 한다. 비침해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런데 무효소송에서는 입장이 바뀐다. 특허권자는 권리를 좁게 해석하려 한다. 무효가능성을 낮추려고. 반대로 상대방은 권리를 넓게 해석하려 한다. 무효가능성을 높이려고. 특허소송에서는 이렇듯 권리범위 해석에 자기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특허소송을 수행하게 될 변호사는 상담과정에서부터 ‘특허’가 ‘언어로 된 권리조각품’이란 점을 잊지 않고 해석의 자기모순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각각 침해소송 및 무효소송에서 동일한 언어에 대해 자기모순적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없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그러한 검토 없이 고객 말만 믿고 특허침해소장을 제출하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패소에 좀 더 다가설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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