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연맹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서울보다 지방 수영장 시설들이 훌륭하더라”고 여담을 했다. 기자들이 웃지 않았다. “지방 연맹들 비리가 더 심각하단 말씀입니까?” 검찰 관계자는 농담도 못 하겠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기자들 긴장에 다 이유가 있다. “뭘 빗댄 건지 모르면 같이 듣고 혼자 낙종한다.” 선배가 매우 당부했었다.

“시추공을 여럿 뚫었는데 김만 모락모락 나고…” 1997년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한보사태를 재수사하던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의 말이었다. 후일 밝혀진 수뢰액은 “기름이 콸콸” 나온 수준이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법조브로커 로비 수사 때 “사슴 쫓는 사람이 토끼 잡겠냐”고 했다. 파생된 수임비리 의혹은 당장 관심사가 못 된다는 힌트를 그렇게 줬다.

간혹 듣는 수사(搜査)의 수사(修辭)들은 대학 시절 공부하던 미학을 떠오르게 한다.

은유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현실을 새로 확장하는 힘이라 했다. 플라톤의 ‘동굴’, 베이컨의 ‘우상’… 이성적인 철학자들이 한낱 은유에 빚을 지는 이유도 결국 그게 진리를 설명하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수사는 생물, 망망대해에 돛 하나… 피의사실 공표와 기자들 등쌀 사이에 찾은 접점이겠지만, 검찰의 에두른 말들엔 늘 더한 의미가 깃들어 있었다.

그런 편린이 비단 은유뿐이랴. “자신을 비워야 진실을 제대로 볼 지혜가 생긴다고 합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의 퇴임사에도 미학 개념이 스며 있다. 욕망 없는 순수한 마음에서야 아름다움이 포착된다는 ‘미적 무관심성’ 이론은 근대 미학의 핵심이다. 실체적 진실을 좇는 검사들은 선입견 없는 마음가짐부터 교육받는다. 피의자 전과(前科)를 상기하지 않으려 애쓴다는 검사를 만난 적도 있었다.

얼핏 비과학적인 상상력을 높이 사는 것도 미학과 검찰이 통하는 면이다. 상상력 없이는 그저 기술(技術)이라는 예술론이 오래도록 지지받았다.

한 특수통 검사는 “수사 성패를 가르는 건 상상력”이라 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 젊은 검사들이 배치된 취지도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보다 명확하게 미학적 검찰이 서술된 흔적도 있다. 심 전 고검장이 남긴 ‘십결(十訣)’ 중 하나가 ‘수사는 종합예술’이다.

미학의 가치가 늘 숭고했던 건 아니다. 미학자들은 예술이 정치와 만난 순간을 안타까워했다. “호소가 분명할수록 정치적 효과는 컸지만, 미학적으로는 쇠약해졌다.” 정당에 충성을 강요하는 데 쓰인 소비에트 리얼리즘은 후일 이런 비평을 받아야 했다. “정치로 풀 일을 서초동에 보내서…” 검찰은 사안마다 신뢰를 빌리려는 정치권을 마땅찮아 한다. ‘예술의 정치화’가 그랬던 것처럼, ‘검찰의 정치화’를 원하는 이들도 교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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