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의 인연의 소중함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의 운명은 어떤 특정한 사람과의 만남에 의하여 삶의 행로가 탄탄대로를 걸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삶의 행로가 꼬일대로 꼬여 고통 속에 평생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 사람의 개인적 역량이 뛰어난 점도 있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하잘 것 없는 인연도 잘 가꾸어 나가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시킬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나는 후배들에게 초면의 사람들로부터 명함을 건네받으면 그 명함에 물을 주라는 조언을 한다.

첫 만남을 그냥 스쳐가는 인연으로 만드느냐, 상생의 인연으로 만드느냐는 순전히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 물을 주어 나무를 키우듯 진정성을 갖고 인간관계를 키워나가라는 뜻이다. 인간관계란 진정성과 정성이 들어가야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치는 데 500겁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한다. 저승에서 500겁을 같이한 사람이 이승에서 겨우 옷깃 한 번 스칠 인연이 된다고 한다. 1겁은 가로, 세로 80리에 높이가 20리나 되는 크기의 바위에 하늘에 사는 천인(天人)이 100년마다 한번씩 내려 왔다가 올라갈 때 스치는 옷깃에 바위가 다 닳아서 없어지는 세월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1겁이란 세월은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의 긴 시간이다. 하루 동안 길을 동행하는데 2000겁, 한 동네에서 태어나는데 5000겁, 부부가 되는데 7000겁, 부모와 자식이 되는데 8000겁, 형제자매가 되는데 9000겁, 스승과 제자가 되는데 1만겁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름 밤 풀밭에 누워 밤하늘에 끝없이 펼쳐진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노라면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란 존재가 얼마나 미미하며 우리네 인생이 그저 스쳐가는 바람처럼 짧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서로 사랑하며 살기에도 너무나도 짧은 인생길인데, 미워하며 살 시간이 있겠는가?

이토록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이기에 서로의 인연을 소중히 하고 잘 가꾸어 나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인연으로 만들 줄 아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며, 그러한 사람들이 많을 때 평화로운 세상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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