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사건이었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청구소송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쌍방 변호사를 통해서 조정을 했고, 조정조서상 2013년 12월 31일까지 상가를 인도해 주기로 했다. 나의 의뢰인은 2013년 말이 되면 당연히 상가를 인도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구입했다. 그런데 임차인들은 인도를 하지 않았고, 조정조서가 있으니,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서 집행을 하면 그만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런 간단한 사건이 2년 이상 걸리면서 결국 인도를 못받게 되리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건물주가 조정조서의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자, 전 임대인과의 임대차계약서상 임차인도 아니고 조정조서상 당자자도 아닌 제3자가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집행정지신청을 했고, 법원에서는 집행정지결정을 내렸다. 위 제3자는 임차인도 아니고, 당사자적격이 없어 각하될 수밖에 없는데도, 각하판결이 날 때까지 1년 4개월이 걸렸다. 그 중 7개월은 재판부 기피신청에 대한 각하판결까지 소요된 시간이었다.

위 제3자는 임대차계약서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당사자이지만, 단지 사업자등록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위 상가를 점유한 것이고, 전 임대인과 임차인의 조정조서도 위 제3자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위 제3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집행권원이 필요했다. 하는 수없이 집행권원을 빨리 받기 위해 위 3명을 상대로 인도단행가처분을 신청했다. 주소지든, 상가든, 특별송달이든, 송달이 안 되는 이들에게 공시송달로 진행되어 그 결정을 받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임차인들이 집행일 전날 집행정지신청을 했다. 설마 했다. 하루만에 집행정지가 나올까 하고. 집행 당일 정체불명의 건설사가 책상을 가져다 놓고 유치권을 주장하였지만, 집행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고, 집행관도 집행종료 후 조서를 작성하고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천장에 있는 등이라든지 남은 짐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 임차인들이 경찰을 대동하고 집행정지결정문을 갖고 나타났고, 주거침입이라면서 임대인 측 사람들을 쫓아냈다. 집행종료 후 집행정지는 무효라는 대법원판결도 ‘점유한 그 사실’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제3자에 대한 인도소송의 판결문과 전 임차인들에 대한 조정조서로 다시 집행을 준비하여 집행기일을 잡았는데, 법원에서 또 집행정지결정이 내려졌단다. 임차인들이 조정조서에 대해 준재심청구와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집행정지신청을 했는데, 청구이의사건에서 집행정지결정이 났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3번째 집행정지라니. 그러나 임차인 측은 집행정지결정이 아닌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집행관의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아 버렸다.

임차인들의 청구이의사유는 나의 의뢰인과 임차인들 사이에 새로운 합의가 성립되었으니, 조정조서는 이제 그 효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임차인들은 자신들이 합의했다고 하는 날짜에 나가지 않았고, 자신들에 대해서는 이제 새로운 집행권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임차인들의 청구이의는 기각되었고 집행정지는 취소되었지만, 임차인들은 이제 상가에 철기둥을 박아서 안에 있는 테이블이나 의자를 빼내가지 못하도록 막아 버렸다. 그러고는 억울하다면서 언론플레이를 한다. 올테면 오라고도 한다. 나의 의뢰인에겐 9번의 승소판결도 모두 집행력 없는 종이일 뿐이었다.

이제는 모두 사라져버렸을지 모르지만, 법과대학 시절의 곽윤직 물권법 교과서를 보면서, ‘점유’란 ‘물건에 대한 사실상 지배’고, 위와 같이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점유권’을 가지며,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의 인도’로 그 효력이 생긴다고 배웠는데, 과연 사람과 물건 사이의 연결고리인 ‘사실상 지배’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점유하는 물건을 ‘인도’하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나는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고도 그 주소지에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거나 세대주로 되어 있거나 또는 그 사람 명의로 된 고지서라도 하나 우편함에 있으면, 소유권자로부터 아무런 허락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지배자’가 되어 점유권을 갖게 된다고 한다. 단지, 종이에 이름이 적힌 것만으로도 부동산을 사실상 지배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책상과 의자, 컴퓨터를 가져다 놓고 상가를 사실상 지배했다고 하면서 유치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상가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도 점유자로 취급받지 않는다.

점유물을 강제로 인도받기 위해 강제집행을 할 때에는, 집행권원이 있는 자가 들어가서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부족하고, 점유물에 있는 동산을 반출하거나 완전히 떼어내어야 점유가 인도되는 것이란다. 점유자를 점유로부터 사실상 배제시켜도 점유물 안에 점유자의 동산이 있다면 아직 인도된 게 아니란다. 결국, 사람이 아니라 벽에 걸린 에어컨이나 천장에 있는 등이 점유물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집행관이 인도집행을 하러 와도, 문 걸어 잠그고 사람들 동원하여 바리케이드 치고 이삿짐을 못 나르게 막아 버리면, 결국 인도집행은 중단 또는 불능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인도집행을 완료해도, 기존의 점유자가 다시 들어가 버리거나 아니면 거기에 다시 또 짐을 갖다 놓으면, 또 다시 새로운 점유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를 배제시키려면 새로운 집행권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물건과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점유’와 ‘사실상 지배’는 무엇일까. ‘건물인도’를 ‘집행’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그리고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과연 ‘점유’보다 더 큰 권능을 갖고 있기나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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