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 서서 명함을 나누어주는 후보자의 자세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명함을 받는 유권자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길을 걸어간다. 사거리에 서서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는 후보자도 있다. 선거가 다가오니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지, 통상적으로는 주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기도 어렵다. 누구든지 당선이 되는 순간 입장이 바뀐다.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특별히 제약을 가하기도 어렵다.

특정 지역을 터잡아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되는 구도가 재현된다면 누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헌법상 국민소환제도는 도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고,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주민소환제도가 있을 따름이다.

걸출한 인물의 권력을 꺾기 위한 수단이나 당파 싸움의 무기로 남용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리스에서 사용된 도편추방(陶片追放, ostrakismos) 제도를 떠올려 본다. 단 한표의 차이라 하더라도 패배한 후보자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가 없는 구도에서 후보자들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하여 필사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운동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말을 하게 된다.

언론에 의하면, 특정인을 비판하면서 ‘독단적’, ‘비민주적’, ‘음흉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경우 전후 문맥과 경위, 동기를 함께 고려하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거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한다.

형법 교과서를 통하여 명예훼손·모욕죄를 공부할 때와 달리 실제 사건을 처리하면서 사안을 검토하면 공연성, 비방할 목적, 진실한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 사실 적시와 의견 표명, 위법성조각사유, 공공의 이익,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의 자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등 어려운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판례를 놓고 이리저리 생각하여도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연설 등에 허위논평,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공표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SNS에 댓글을 첨부할 때 만연히 한마디 기재하였다가 고소를 당하여 홍역을 치르기도 한다. 가끔 인터넷 카페의 내용을 검색하다보면 사소한 일에 갑론을박하다가 위험수준에 이르는 글이 게재되는 것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상의 글은 ‘잊힐 권리’와 ‘표현의 자유’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기도 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하는데, 이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인터넷에 글을 한번 잘못 게재하면 참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가벼운 깃털도 많이 쌓이게 되면 배를 가라앉히고, 가벼운 사람도 떼를 지어 타면 수레의 축이 부러진다.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적훼소금, 積毁銷金), 여러 사람의 헐뜯음은 뼈도 깎는다(적참마골, 積讒磨骨)고 한다.

말 한마디도 삼가고 삼가야 하는데, 글을 쓰는 것은 더욱 신중을 기할 일이다. 백옥의 반점은 갈고닦을 수 있으나 잘못한 말은 고칠 수가 없다. 말의 성찬(盛饌)이 아닌 정책 대결로 훌륭한 선량이 당선되어 지역과 국가를 위하여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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