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매우 흥미로운 경험을 하나 하게 되었다. 전화상담 중에 발생한 에피소드이다.

본인(A라고 하자)이 협박 및 강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고 하면서 그에 대한 대처방안 및 범죄의 성립 여부, 양형의 정도 등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수임과 연결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매우 친절한 목소리로 그럼 어떤 사안인지 사실관계를 이야기 해보시라고 하였다.

그런데 A가 사실관계를 두 마디정도 설명했을 때 나는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A를 고소한 고소인(B라 하자)을 상담 해 준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전화 상담이었다. B는 A와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A에게는 어떠한 죄가 성립할 수 있는 지를 물어봤었다.

나는 그때도 매우 친절하게, “이 경우에는 협박죄나 강요죄가 성립이 될 것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고, “고소는 대리로 하실 수도 있고, 직접 하실 수도 있죠”라고도 이야기를 해 주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아마도 B는 나에게서 상담을 받고 난 이후 고소장을 제출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A의 말을 중간에 끊고 “죄송한데 제가 이미 그 얘기를 알고 있거든요”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끝까지 계속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이야기가 끝날 때쯤 “협박부분은 인정하시니까 다툴 여지가 크지는 않을 것이고, 강요죄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라고 이미 정해진 답을 해줄 수밖에는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혹시 A가 나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면 해도 되나?’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B의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이름도 알지 못하며, 계약을 체결한 바도, 돈을 받은 바도 없다. 내가 B에게 구속될 이유는 사실 전혀 없어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상담해줬던 내가 가해자를 변호하는 것이 왠지 도의적으로 맞지 않아보였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쓸데없이 했던 것이다.

과연 A에게서는 연락이 다시 오게 될지, 연락이 오면 나는 선임계를 제출해도 되는 것인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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