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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피의자는 포토라인 앞에 서야 할 의무가 있는가
곽영철 변호사·사시 15회  |  kyc320@hmp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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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호] 승인 2016.02.29  09: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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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만의 진풍경

소위 사회적 이목을 끄는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서초동 검찰청사에는 으레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른바 포토라인(photo-line)이 그것이다. 정치인이나 재벌 또는 전현직 고위공무원, 나아가 전현직 언론계 고위인사, 전직대통령 등이 노란 줄로 표시된 포토라인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서서 “물의를 끼쳐서 국민께 죄송합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습니다”라고 인사말을 하고는 “혐의내용을 인정하십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일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검찰에 가서 밝히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얼버무린 다음에 황급히 카메라 플래쉬를 피해서 검찰청사 안으로 사라진다. 황급히 사라진다는 것은 부끄럽다는 뜻이다.

필자가 이런 모습을 진풍경이라 부르는 이유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풍경은 벌어지지 않고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 재판공개의 원칙과 수사밀행의 원칙

본래 재판은 공개로 하고 수사는 비밀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재판과 수사의 본질상 그렇고 법규정상으로도 그렇게 되어 있고 민주국가의 속성상으로도 그렇다.

그리하여 우리 헌법 제109조와 법원조직법 제57조는 재판에 관하여 재판공개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나아가 헌법 제27조 제 3항은 형사피고인의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수사에 관하여는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상 직접 명문의 규정이 없으나 해석상 수사밀행의 원칙이 확립되어 있고 이는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수사는 재판과 달리 공개로 해서는 안 되고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실정법상 우리 형사소송법은 제198조(준수사항) 제2항에서 ‘검사·사법경찰관리와 그 밖에 직무상 수사에 관계있는 자는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수사과정에서 취득한 비밀을 엄수하며 수사에 방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수사관계자의 비밀엄수의무를 명문화하고 있고 그 외에도 현행형법은 공소제기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피의사실 공표죄라 하여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형법 제126조)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하게 되어 있다(형법 제127조).

3. 검찰의 안내표지판

몇년 전 서초동 검찰청사 현관 앞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안내표지판이 설치된 적이 있다.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무단촬영은 초상권침해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검찰청사 내에서는 당사자의 승낙이 없는 촬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피의자 소환 조사 시 포토라인은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런 안내표지판이 등장하게 된 것은 인권옹호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그 안내표지판이 사라져버렸다. 정확한 연유는 알 수 없으나 아마 검찰 자체의 관심부족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 아닌가 추측될 뿐이다.

4. 초상권과 포토라인

초상권이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중의 하나로서 사람이 자신의 얼굴에 대하여 갖는 일체의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는 본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을 권리, 즉 공개당하지 않을 권리는 물론 그 용모와 관련하여 형성된 경제적 이익까지 포함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관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포토라인은 바로 이러한 초상권에 대한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같은 조문 제4항에서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언론 출판의 자유의 제한에 대한 헌법유보 조항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포토라인이 초상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은 포토라인이 사실상 본인의 동의 없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여지고 있고 검찰수사를 받을 때 포토라인 앞에 서서 카메라 플래시를 받고 싶어하는 피의자는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메라 플래시를 받기 싫은 나머지 피의자가 자동차 트렁크 속에 숨어서 출두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이와같이 초상권 침해의 심각성은 검찰이나 언론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포토라인은 낙인찍기 효과가 있어 일단 포토라인 앞에 섰다 하면 그것이 TV로 방영되어 일반 국민들의 뇌리 속에는 벌써 죄인이라고 각인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포토라인 앞에 섰다가도 검찰에서 무혐의로 끝나거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피의자 본인이나 그 가족들이 이미 입은 마음의 상처나 피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가

5. 해결방안 - 기소할 때까지 엠바고 요청

수사과정에서의 포토라인 관행은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의 독특한 산물이라고 본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포토라인 앞에 서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가 분명하므로 이러한 인권침해 관행이 관습법으로 굳어지기 전에 하루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검찰과 언론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 검찰 입장에서는 “포토라인은 우리가 설정한 것이 아니고 언론이 설정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언론 입장에서는 “검찰이 소환시기를 알려주면서 포토라인을 사실상 용인해 주었다”라고 강변할 수도 있겠으나 굳이 따지고 보면 수사과정에서의 포토라인은 검찰과 언론의 공동책임이다. 공동책임이므로 해결도 같이 해야 한다. 그래서 현 단계에서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엠바고(Embargo)즉 ‘일정기간 보도유예’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회적 이목을 끄는 중대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 검찰은 수사착수와 동시에 언론에 대하여 엠바고를 요청하고 언론은 이를 받아들여서 포토라인 설치 등 수사과정상의 보도는 일체 하지 아니하고 보도는 그 사건의 수사가 완전히 끝나고 검찰의 기소가 이루어진 다음에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내용을 토대로 보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우리도 이제는 성숙한 민주국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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