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에 대해서는 뭔가 다른 애틋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큰딸은 기막히게 좋은 목청을 가진데다가 울기도 잘 울었는데, 아기 때의 그 강렬했던 기억 때문인지 아이가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할 때마다 깊은 감회에 잠기게 됩니다.

큰딸은 이제 아기 때보다 더 강렬할 것이 분명한 중학생 시절을 맞이합니다. “언제 이렇게 컸니. 언제 이렇게 컸어.” 어느새 큼지막하게 자란 아이의 손발을 쓰다듬으며 연신 감탄을 퍼붓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 되는 큰딸은, 덩치만 컸지 아직도 아기 같은 순진함과 황당함으로 저를 즐겁게 합니다.

저는 출근을 하고 아이는 등교를 하던 어느 날 아침. 아이가 “비 냄새가 나는데. 엄마 우산 가져갈까? 딱 비 냄샌데… ”라고 합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약간 흐린 날씨로는 확신에 찬 답을 줄 수 없었던 저는 머뭇거렸지요. 아무튼 아이는 우산을 챙겨 집을 나왔고 덩달아 아무 생각이 없었던 저도 우산을 챙겼습니다.

궁금해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비 냄새는 어떤 냄새야?” 아이는 “음… 지렁이가 기뻐서 춤 추는 냄새”라고 답합니다. 너무 시적이라 구체적으로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물에도 냄새가 있어. 물냄새가 있거든. 비가 오려고 할 때는 조금 약한 물냄새가 나”라고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답이긴 한데. 여전히 어떤 냄새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던 나무를 올려다보며 한참을 멍을 때리고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멀찌감치에 서서 아이를 지켜보다가 인내심이 다한 저는 아이에게 어서 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뭘 했냐는 질문에, “나무에 새 두 마리가 있었는데 서로 뭐라 뭐라 하면서 싸우는 것 같더라고. 그러다가 갑자기 한 마리가 한쪽 다리를 들더니 다른 새를 툭 차고 날아가 버렸어. 그러니까 나머지 한 마리도 쫓아 날아가더라고.” 아이는 새의 발길질을 따라하며 아주 신났습니다.

아이가 가끔은 너무 아기 같은 행동을 해서 또래와 비교를 하다보면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만, 저희는 아이가 즐겁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가능한 자유롭게 두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엄마와 아빠는 세월이 주는 과제들을 쫓아 가느라 자유롭고 싶었지만 자유롭지 못했던 시간들이 후회가 되어서일까요. 자유분방한 아이를 보면서 아이를 통하여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는 앞으로도 수없이 울고, 수없이 웃고 그러면서 어른이 되겠지요.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어느 작가의 글처럼 말이죠.

이렇게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 흐뭇함에 다른 이들 보다 더 빨리 봄기운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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