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국선전담변호사들에 대한 사건배정방식이 변경된다고 한다. 기존에는 변호사 1인당 1개에서 2개 재판부를 전담하였으나 앞으로는 1인 4개 재판부를 원칙으로 사건을 배정받는 ‘풀제’가 도입된다. 법원에서 변호사를 평가하는 재판부를 늘려 재위촉시 보다 공정한 평가를 하자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취지로만 보자면 좋은 제도 같은데, 사실 대부분의 국선전담변호사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기존에 국선전담들은 일주 일에 2일에서 많게는 3일 정도 재판을 들어가고, 나머지 시간은 피고인과의 상담과 재판 준비에 주력할 수 있었다.

그런데 1인당 4개 재판부를 맡게 되면 일주일 내내 재판에 들어가고, 재판부끼리도 기일이 겹친다는 얘기가 된다. 사건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니 나머지 시간은 동일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동일하다면 재판부 역시도 피고인 편의를 위해 일주일 내내 재판을 열일이다). 하루에 한 재판부로 기일을 모으면 신건 20개를 수행할 수 있는데, 이를 일주일 수개 재판부로 흩어놓으면 재판 중간에 공전되는 시간은 활용이 어려워 본격적인 상담과 서면작성은 업무시간 이후에 이루어지게 된다.야간, 주말시간에 그 모든 상담이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피고인 입장에서도 업무시간에 변호사를 만나는 일이 영 어려워져 불편·불만이 늘어날 것이다. 재판부에서는 속행기일을 잡을 때마다 다른 세 재판부와 기일이 겹쳐지지 않게 항상 체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일반 국선변호사와 다른 것이 무엇일까.

위원회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내놓은 제도였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당사자인 국선전담변호사들에게도 의견을 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애초 국선전담제의 도입취지는 일반 국선변호사가 사건에 쏟을 수 있는 시간적 한계를 극복해 피고인을 위한 실질적인 변호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과 대면하고 상담할 시간(이는 법원이 매년 강조하고 있는 부분 아닌가), 사건준비에 집중할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낼 근무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부디 본말이 전도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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