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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안전관리 책임자의 구조불이행과 형법상 부작위 책임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김성은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agnes2305@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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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승인 2016.02.11  10: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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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면서

선박침몰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상해를 입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지난해 11월 선장과 선원들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세월호 사건은 안전관리 책임자의 의무위반, 구조불이행 등이 문제되어 수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 사건으로서 선장에게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선원들에게는 유기치사죄 등이 인정되었다. 재판과정에서 여러 형사법적 쟁점들이 제시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구조의무를 위반한 부작위 행위자에게 결과발생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는 문제와 부작위 행위자들 상호간에 공동정범을 인정하는 문제가 특히 주목할 만한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중심으로 대법원의 판단내용과 그 근거,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 등을 살펴보면서 이 판결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2. 사실관계

선박이 침몰하는 상황에서 선장 이○○(이하 갑), 1등 항해사 강○○(이하 을), 2등 항해사 김○○(이하 병) 등은 대피명령이나 퇴선유도 등 인명구조를 위한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채 퇴선하였고, 퇴선 후에도 구조대에 자신들의 신분이나 선내상황에 대해서 알리지 않았다. 승객 등은 선내에서 대기하다가 결국 선체를 빠져나오지 못하여 303명은 바다에 빠져 사망하였고, 152명은 선박이 기울어질 때 또는 탈출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

3. 대법원 판단의 요지

1) 부진정 부작위범의 법리

(1) 살인죄와 같은 부진정 부작위범의 경우에는 부작위 행위자에게 법익을 보호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부작위 행위자가 사태를 지배하고 있어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어야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2)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는 반드시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에 대한 목적이나 계획적인 범행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 작위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며, 이러한 작위의무자의 예견·인식 등은 불확정적인 경우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

2) 피고인 갑에 대한 판단

(1) 선박침몰 등과 같은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선장 등은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통해 보호능력이 없는 승객 등의 사망결과를 방지해야 할 작위의무가 있으므로, 구호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사망의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음에도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그대로 방관하여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

(2) 승객 등이 익사할 수밖에 없음을 예상하고도 이들을 버려둔 채 퇴선한 것은 선장의 역할을 의식적·전면적으로 포기한 것이고, 이러한 행태는 자신의 부작위로 인한 결과발생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2) 피고인 을, 병에 대한 판단

가. 다수의견

을과 병은 선장을 보좌하여 승객 등을 구조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사태를 방관하여 결과적으로 선내 대기 중이던 승객 등이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은 있으나, 그러한 부작위를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갑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나. 반대의견

을과 병은 법적 지위와 작위의무에서 선장에 준하고 선장을 대행하여 구조조치를 지휘할 의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점, 결과발생을 저지할 수 있을 정도로 사태를 지배하고 있었음에도 선장 등과 함께 먼저 퇴선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인식·용인하고, 이러한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점, 갑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 가담한 점 등을 종합할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4. 대법원의 판단에 대한 검토

1) 부진정 부작위범과 미필적 고의

대상사안에서 대법원은 승객 등이 익사할 수 있음을 예상하고도 구조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선장의 역할을 의식적이고 전면적으로 포기한 것이며, 이는 자신의 부작위로 인한 결과발생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는 반드시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였다.

종래 대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것은 작위범의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부작위범에서 일부 고의를 인정한 경우는 주로 계획적인 범행과정에서 결과가 발생한 사안들이었다. 이와 비교할 때 대법원이 계획적 범죄로 보기 어려운 부작위 사안임에도 미필적 고의로 충분하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하고, 고의를 인정하여 살인죄의 중한 책임을 물은 것은 주목할 만한 태도변화라고 할 수 있다.

고의는 행위자의 내심의 의사이므로 그 존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행위자의 심리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그의 진술과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들을 종합하여 추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작위범의 경우는 고의의 단서로서 행위자 자신의 적극적 작위를 고려할 수 있는 반면, 부작위범의 경우는 외형상 적극적 행위 없이 소극적 부작위만 있으므로 행위자의 진정한 심리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그만큼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계획적 범죄로 보기 어려운 사고형 사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대법원이 대상사안에서 미필적 고의로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부작위 행위자를 고의범으로 처벌하려 하나 미필적 고의 이상을 요구하거나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고형 부작위 사안에서 점점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게 되면 가벌성 확대의 위험도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작위범 사안보다 더 신중하고 엄격하게 객관적인 사정들을 검토하고, 고의가 의심되는 경우라도 객관적인 증거가 명백하게 확인되지 않는 한 고의를 부정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요청 외에 이제 무엇이 더 필요하고, 또 가능할지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3) 부작위범의 공동정범의 문제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고 선장과 함께 퇴선한 을과 병에 대해서 선장의 부작위 살인에 대한 공동정범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종래 판례는 “부작위범 사이의 공동정범은 다수의 부작위범에게 공통된 의무가 부여되어 있고, 그 의무를 공통으로 이행할 수 있을 때에만 성립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부작위범의 공동정범의 성립가능성을 긍정하는 한편, ‘공통의무의 공통(불)이행’이라는 것을 그 요건으로 제시하였다. 학계에서도 -제시된 논거와 요건은 학자들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부작위범의 공동정범의 성립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한다.

대상사안에서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을과 병이 갑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부작위범의 공동정범의 요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검토하지 않고 있다. 반면, 소수의견은 특히 부작위 행위자들 상호간에 -각자의 역할 내지 부작위의 구체적 내용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공통된 의무가 부여되어 있고, 그 의무를 공통으로 이행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 순차적·암묵적으로 공동가공에 의한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하며 을과 병에게 갑의 부작위 살인죄에 대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공동정범의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데, 대상사안에서는 이러한 ‘상호이용의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을과 병에게 갑의 살인죄의 공동정범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사실 부작위범의 공동정범 문제는 부작위범과 공동정범이 결합된 복합적 영역으로서 아직 이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의무위반과 부작위로 인한 중대한 법익침해가 문제되고, 그 과정에 다수의 부작위 행위자가 관련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부작위범의 공동정범 문제에 대해 좀 더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공동의 부작위가 문제되는 사례유형들을 세분화하여 부작위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할 필요성이나 실익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작위범의 요건과 공동정범의 요건을 단순 결합시키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으므로, 그동안 주로 작위범을 중심으로 정립된 공동정범의 법리와 요건을 부작위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도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부작위범 및 공동정범과 관련된 기존의 법적 근거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판례가 그동안 부작위범의 성립요건을 ‘공통의무의 공통(불)이행’으로 제시해왔다면, 이제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할 때라고 본다.

5. 맺으면서

지금까지 안전관리에 책임을 지고 있는 작위의무자들의 구조의무 위반으로 법익침해가 발생한 부작위 사안에서 고의를 인정하는 문제와 결과발생과 관련이 있는 의무위반자들 상호간의 공동정범 문제를 중심으로 대상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살펴보았다.

대법원이 이전에는 안전의무·구조의무 위반 등이 문제되었던 사고형 범죄에서 주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을 인정하였던 것과 비교하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상사안에서는 결과발생에 대한 (미필적)고의를 인정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함으로써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에게 좀 더 엄격한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일부 실행행위만으로 전체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공동정범을 인정하려는 소수의견의 시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수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 이 사건의 범행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범행정황에도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비록 대법원이 선원들은 제외하고 선장에 대해서만 부작위 살인죄를 인정하는 등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의무위반 등이 문제되는 부작위 사안에서 안전관리 책임자에게 높은 수준의 형법적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과 위험관리의 문제가 점점 중요해지고, 그에 상응해서 안전관리 책임자에 대한 형사책임이 강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형 인명사고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고, 일선에서 위험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어느 한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들의 형사책임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세월호의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형법은 단지 사후적으로 법익침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하는 최후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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