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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유치를 위한 기본법은 왜 필요한가?
한우용 주제네바대표부 1등 서기관  |  hanwoo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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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승인 2016.02.11  10: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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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는 국제기구와 다자외교의 본산이다. 제네바에는 국제연합(UN),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하여 30여 개의 국제기구 본부가 소재한다. 이러한 국제기구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각국에서 개설한 170여 개의 대표부도 진출해 있다.

제네바가 국제도시로서 누리는 유무형의 혜택 중에서도 특히 경제적인 이익은 엄청나다. 우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전문가, 관료, 학자가 회의와 행사 참석을 위해 끊임없이 제네바를 방문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인권, 통상, 보건, 환경, 특허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구 업무 분야와 관련해서 매주 크고 작은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100명 안팎의 국내 인사가 방문한다.

이를 제네바에 대표부를 개설하고 있는 국가 수로 확대하면 매년 수십만 명의 방문 인사가 제네바 경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추산해 볼 수 있다.

목포나 강릉보다 작은 인구 20만의 제네바는 1년 내내 호텔 객실을 예약하기 힘들고 식당, 상점은 늘 성황이다. 수만명의 외교관 및 국제기구 직원과 가족이 장기간 주재하면서 주택을 임대하고 차량, 보험, 의료 서비스, 생활 물품을 구입하며 자녀를 교육시키고 있다.

비빔밥이 3~4만원인 제네바가 세계 최고의 고물가 도시라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국제기구 활동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중립국으로서 스위스의 정치적 지위, 10년이 지나도 구조나 시스템에 큰 변화가 없는 도시의 익숙함과 예측성, 안정된 사회 환경을 우선 들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법률적, 제도적인 측면이다. 스위스는 오래전부터 특권 및 면제를 비롯하여 국제기구의 유치와 지원 관련 사항을 별도 법률로서 제정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에 더 많이 기여하기 위해, 또 경제적 파급효과를 감안하여 국제기구의 국내 유치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각종 국제기구와 회의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국민과 언론의 관심도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수십년 간 국제기구 업무를 수행하며 축적한 스위스의 운영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국제기준을 벤치마크하고 국제기구 유치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선행돼야 할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기구 유치와 관련되는 법령이나 체계가 충분히 정비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유치 노력이 사안별로 진행된다. 국회 동의 확보를 위해 과도한 시간이 소요되고, 표준화, 체계화된 유치 추진이 곤란하다. 국제기구와 유치 협정을 맺으면서도 지원 수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직원의 특권 및 면제 범위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게다가 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조 체제가 원활하지 않거나 지자체가 국제기구의 과도한 지원 요구를 쉽게 수용할 우려가 있다. 유치 자체가 국가 전체 이익이나 정책 목표와 부합하지 않을 수 있고, 유치 절차에 예측가능성이 결여되어 행정 비효율과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러한 문제점은 물론 앞으로 국제기구 유치가 활성화될 경우 심화될 것이다.

국제기구 유치와 지원에 관한 사항 및 절차를 법률로 제정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입법 과정에서 이미 국회의 의결을 거친 기본법에 따라 관련 업무가 진행되므로 매번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비효율과 불편이 해소될 것이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유치 절차가 진행되어 행정의 일관성, 신속성,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기관 간 협조 체제를 강화하여 지자체의 국제기구 유치 노력을 국익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특권 및 면제의 범위를 표준화하여 국제기구의 과도한 요구에 법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진출에 관심 있는 국제기구에 대해 선진국 수준의 지원 체계를 홍보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유치 자체가 활성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제백신연구소 (IVI), 녹색기후기금 (GCF), 글로벌녹색성장기구 (GGGI)와 같은 국제기구를 유치 또는 국내에 개설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기구의 유치 현황과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스위스를 비롯한 선진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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