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 4대 입법의 개정에 대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결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다. 아마도 현재의 국회 분위기나 국민 여론으로 보면 노동 4대 입법이 바로 개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총선 결과에 따라서 노동 4대 입법이 개정, 통과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노동 4대 법률안은 근로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고용보험법의 개정안이다.

개정안에 의하면, 35세 이상의 기간제 근로자는 4년 동안 계속 비정규직으로 근무를 하게 된다(기간제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개정안에 의하면 파견이 금지되고 있는 제조업 분야 중 용접과 같은 뿌리 산업에 대해 파견이 허용되고, 만 55세 이상의 근로자에 대해 제조업 등의 업무 외에 모든 업종에 대해 파견이 가능하다. 새누리당은 한결같이 근로자의 근로기회 확대, 노동유연성을 위해서 노동 4대 입법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간제법의 기간제 근로자와 단시간 근로자, 파견근로자보호법상의 파견 근로자를 흔히 비정규직 근로자라고 한다. 원래 위 법들의 입법취지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시키거나 사업자가 어쩔 수 없이 임시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 그 요건을 규정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그런데 개정안에 의하면 4년을 근로해도 비정규직으로 근로하다가 퇴사를 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무엇으로 구분해야 할까? 비정규직, 정규직의 구분은 근로자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업무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개정안에 의하면, 어떤 근로자가 4년 동안 한 직장에 있었더라도 그 근로자가 담당하는 일을 비정규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은 정규직이라고 보아야 한다. 어느 근로자가 은행의 텔러 자리에 4년 동안 있었다면, 또 어느 근로자가 4년 동안 텔레마케터를 하였다면,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아니, 현행법과 같이 2년 동안 근로자가 맡았던 업무가 계속 존속한다면, 2년 정도 존속한 업무를 비정규직이라 할 것이라 아니라 정규직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파견근로자보호법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양보해도, 핵심 제조업무에 대해서는 파견근로자의 파견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핵심 제조업무는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업무인데 이조차 파견근로자로 한다는 것은 정규직 채용을 잠탈하는 것이다.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취지는 임시적 업무, 부수적 업무를 위해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예외적으로 파견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에 의하면, 이제는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조 분야 중 일정 분야에 대한 파견 근로자의 고용이 가능해진다. 이제는 사장을 제외하고 모든 분야를 파견 근로자로 채울 수 있다.

이와 같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넓게 인정하려고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임금 때문이다. 현행 통계상,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의 50%~60%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똑같은 노동을 하였지만 현격히 적은 임금이 적용된다. 그만큼 근로자는 임금을 덜 받게 되고, 사업주가 더 가져 간다. 사업주는 자신이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원청에서 단가를 후려치니 나도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계산해 보면, 정규직으로 고용할 때보다 사업주가 더 많이 가져가고 근로자가 더 적게 가져간다.

로버트 노직에 의하면, 내 돈을 내 마음대로 쓸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로버트 노직은 합법적인 소유물과 수단을 통하여 시장에서 자유로운 교환으로 획득한 소유물을 국가가 빼앗아 가는 것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마이클 조던의 수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마이클 조던에 강제노동을 부과하는 것과 똑같다고 하고, 국가가 징수한 세금만큼 인간의 자유에 대하여 침해한 것으로 본다. 국가가 마이클 조던이 번 돈의 3분의 1을 내놓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한다.

거꾸로, 원래 100만원을 벌어야 하는 것이 맞는데, 같은 노동을 하고 60만원밖에 받지 못한 경우를 보자. 자유로운 계약에 의해 60만원만 받기로 한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계약은 비정규직 근로자와 회사가 체결한 계약이 아니라 뒤에 노동조합이 버티고 있는 정규직 근로자와 회사가 체결한 계약이 더 자유로운 계약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열악한 지위 때문에 원래 벌어야 할 돈을 벌지 못하고 그 보다 적게 임금을 받는다. 노동 4대 입법 개정은 근로자의 지위를 더 열악하게 만들 것이다. 이처럼 근로자가 일한 만큼 수입을 가져가지 못했다면, 그 근로자는 같은 돈을 벌기 위해 한달 노동에 더하여 40만원 어치 노동을 더 해야 한다. 이것은 40만원 어치 노동을 더 하는 만큼 인간의 실질적 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국가가 번 돈을 빼앗아 가는 것이 자유에 대한 침해라면, 원래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는 사회구조와 계약도 인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그러한 상황은 정의롭지 않다. 정의롭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주가 번 돈은 타인의 실질적 자유를 침해한 돈이 된다. 이 순간 개인의 실질적 자유는 침해되고 있다. 우리가 형식적 자유를 위하여 투쟁해 왔듯이, 실질적 자유를 위해 투쟁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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