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국제 대소송의 사례를 살펴본다.

2011년 4월에 삼성전자 대 애플(Apple)의 스마트폰 특허침해소송은 4대주 9개국에 걸쳐 30여건 동시 다발적으로 제기되어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소송이 되었다. 변호사비 등을 고려하였음인지 양측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새너제이)사건만 남기고 소 취하합의로 끝냈다.

판사의 화해권고에도 불구하고 배심재판에 부쳐져 애플 측의 설득력있는 최후 진술 후 애플 승소의 평결→재평결→연방고등법원 항소→항소심에 일부파기환송→법원으로부터 작년 11월 협상 마무리하라는 통보 발송 후 삼성이 배상금 5억불을 일단 물어주었으나, 삼성은 불복하여 미국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신청을 한 상태이다(단, 판사 전속 관할인 징벌적 배상청구, 판매금지 청구는 기각).

이것은 스마트폰의 디자인 등 하드웨어에 관한 제1차 소송이고, 2014년에는 삼성폰이 애플의 기술 특허 등 소프트웨어 침해를 원인으로 제2차 소송을 미국 같은 법원에 제소, 쌍방 각 일부 패소후에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하여 파기 환송 등 서로간의 쟁투를 벌이고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앞서 본 제 1차 소송에서 배심원에 의한 책임인정의 평결이 난 뒤에도 삼성이 계속 같은 제품 판매를 이유로 추가적 배상금 등 약 1000억원이 훨씬 넘는 액수의 제3차 소송이 제기되며, 양사 간의 소송 시리즈는 계속된다.

다음은 듀퐁 대 코롱인더스트리사건으로, 코롱 측이 듀퐁의 방탄섬유인 아라미트기술을 그 OB 직원을 통해 빼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및 제품 판매금지 청구를 미국 연방 버지니아 동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2011년 11월의 제1심판결은 코롱 측에 9억 2000만불의 배상금과 판매금지명령이었다. 이 판결에는 코롱측이 법원에서 이메일 등 컴퓨터 파일 제출 명령을 받고 불응한 채 그 파일을 삭제했다는 이유로 징벌적 배상금 35만불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당황한 코롱 측은 국회에 호소하여 국회의원의 의원입법으로 외국의 징벌적배상판결의 효력을 배제시키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동 제217조의2와 민사집행법 제26조 등 개정 법률을 2014년 5월에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코롱의 패소판결은 제 3순회지구고등법원에 항소되어 파기된 채 되돌아왔다. 그럼에도 코롱 측은 제 1심판결에 지레 겁을 먹고 과잉반응을 하고, 국회는 바쁠 것도 없는데 여야 만장일치의 속도권의 입법을 한 셈이 되었다.

환송판결의 취지는 1심과는 다른 판사를 바꾸어 재심판을 하라는 것은 포함되었지만, 코롱 측을 승소시키라는 취지는 아니었던지, 제소된지 6년 끌어오던 이 사건은 2015년에 코롱 측이 듀퐁에 2억 7000만불의 배상금과 8500만불의 벌금지급을 조건으로 화해 합의의 성립으로 법원의 승인까지 받아 끝냈다.

세번째 큰 소송은 일본 신일본제철주금 대 한국 포스코 사건으로, 일본 신일제철의 OB로부터 포스코가 전자강판의 기술정보를 빼내어 간판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포스코 등 상대의 우리 돈 1조원의 배상 및 제품판매금지청구를 일본법원과 미국법원에 냈다. 포스코 측은 신일본제철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채무의 부존재 확인의 별소를 대구지방법원에 제기하여 맞섰다. 일본 측이 2014년 4월 제소 전후하여 치밀하게 정보누설의 증거 확보를 하여 무려 두 트럭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는 것이다. 일본 측에 승기를 잡힌 포스코 측은 끌어보아야 소용없음을 알고 3000억원을 물어주고 서로간의 소 취하합의로 끝을 냈다.

이 세 사건에서 우리 기업은 이기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본다.

특히 중요한 교훈으로 미국삼성 사건에서는 디스커버리에 대한 이해와 배심원 앞에서의 설득력있는 최후 진술의 중요성을, 코롱 사건에서는 법원 명령에 불복종이면 징벌적 배상판결이 나간다는 점을, 포스코 사건에서는 증거확보가 승리의 첩경인 점을 각기 얻었으리라 생각된다.

법률시장의 개방으로 국내 법무법인과 외국 법무법인의 합작법인의 탄생 전야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국제소송에 대비하여 제대로의 공격과 방어를 하기 위하여 소송법에 관한 글로벌 감각을 키워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요사이 유리한 판결을 해 줄 나라 법원을 찾는 포럼쇼핑(forum shopping)이 한창이다. KAL기 땅콩 회항사건의 사무장만 하여도 징벌적 배상제도의 미국법원을 찾았다가 증거 등 미국과는 최소접촉이 없다는 이유로 소 각하판결을 받은 것은 그와 같은 센스 부족의 소치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폭스바겐 배기가스만이 아니라 국산라면 등 식료품에 대한 징벌적 배상청구도 미국에서 한다는 소문도 있는 글로벌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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