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형사성공보수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판결)이 선고된 지도 이제 꽤 시간이 지났다.
대법원은 종래 변호사의 소송위임 사무처리에 대한 보수에 관하여 의뢰인과의 사이에 약정이 있는 경우에 위임사무를 완료한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된 보수액을 전부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의뢰인과의 평소부터의 관계, 사건 수임의 경위, 착수금의 액수, 사건처리의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의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인하여 얻게 된 구체적 이익과 소속변호사회의 보수규정, 기타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57626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50190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21249 판결)하여 원칙적으로 유효로 보던 태도를 취했다.
2015년 대법원은 기존의 태도를 바꾸어 변호사의 형사성공보수 약정은 무효가 되었다. 이 판결은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 법리적인 면에서 판결의 소급효 내지 장래효 문제 등 여전히 검토할 점이 많은 판결이다.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약정을 하더라도 무효가 되는 것일 뿐 임의로 지급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반드시 형사사건 수임계약서에 성공보수 약정을 제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인의 경우에는 무효로 지급할 법적 의무가 없는 채무를 지급하는 경우 배임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지급하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법적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이 판결과 관련하여, 외국의 입법례가 중요한 무효의 근거 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성공보수약정을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모두 무효로 본다는 것이다. 허용되는 일본도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판사나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는 사례가 드물어 전관의 성공보수금이 사회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우리도 금지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서울신문 2015년 7월 25일 기사를 보면, ‘독일은 성공보수 약정 자체를 무효로 본다. 변호사 직무는 명예직이고 사건 당사자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라는 기사가 있다. 변호사의 직무가 명예직이라는 의미는 궁금하고 보수에 대한 설명은 보완되어야 한다.
각국의 태도는 각국의 사법제도와 역사, 사회문화적 특성을 바탕에 두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우선 미국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의 효력에 대한 각 주 법원의 태도는 나뉜다. 미국은 연방변호사라는 제도가 없고, 주별로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므로 연방변호사법도 없다. 주법이 변호사제도를 관장하고 그 주의 민사법적 규율이 변호사의 보수약정에 적용될 뿐이다. 다만 주의 법제정을 위한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서 모델윤리규정이 있다. 이 모델윤리규정에서는 형사성공보수 약정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모델윤리규정은 초기 허용되던 성공보수 약정이 수차의 개정을 거치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독일은 변호사의 보수에 대하여 별도로 ‘변호사보수법’을 두고 있는 국가다. 독일의 변호사는 사법기관의 하나이며(연방변호사법 제1조, Der Rechtsanwalt ist ein unabhaangiges Organ der Recht spflege), 변호사의 공공성은 이러한 변호사의 속성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변호사가 공공성을 유지하려면 변호사의 보수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변호사의 보수를 입법으로 규정한다. 이런 전제 하에, 독일은 연방변호사법 제49b조 제2항은 성공보수약정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2006년 성공보수 약정금지에 아무런 예외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기본법 제12조 제1항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2008년 연방변호사법과 변호사보수법이 개정되어 성공보수 약정이 가능해졌다. 항상 시스템을 볼 때는 전체를 봐야지 부분을 떼어내서 보면 오류가 생길 수 있다. 2015년 대한민국 변호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나. 필자는 오늘도 그 숙제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