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제도는 왜 도입했나? -

오늘 법원의 영장심사에 참여했다. 그런데 영장심사라는 게 누구를 위한 무슨 제도인지 그 본질부터 의문스러운 행태였다.

원래 영장심사라면 청구하는 검찰 측과 방어하는 피고인(변호인) 측이 각기 필요한 주장과 상호 신문 등 그 필요성과 요건 여부에 대한 공방을 하게 한 다음 법원이 그에 대한 최종 판단을 주는 원리인데(영미식 등 선진국의 기본원리가 모두 피고인 측의 방어권과 반대 주장을 할 기회를 준 다음 그러한 양측의 사항을 종합 판단케 하려는 취지) 우리네 방식은 마치 판사가 자신의 필요에 의한 직접 심문확인 권한 행사를 전제로 피의자를 불러 앉혀 놓고 자신이 모든 걸 주재하는 식의 이상한 직권주의 형태라 과연 왜 이런 걸 도입했는지 너무나 의문이고 이게 무슨 인권보장인지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법원은 멀쩡히 제 발로 나오는 불구속 피의자를 먼저 경찰 검찰을 시켜 형식적 구인으로 데리고 오게 하는 웃기는 코미디를 연출케 하고(즉, 법원 심문실에 직접 출석 안 됨: 영미식 경우는 원래 먼저 수사기관에 의한 체포가 있게 되면 그때 치안판사 앞으로 가서 그 당부를 다투는 이런 심문이 진행되니 애당초 구인이란 웃기는 절차가 없음), 게다가 성질상 구속을 청구한 검사가 혐의사실과 사유 등 근거를 진술 제시하게 하고, 그에 대한 피고인측의 반론과 반증 등 방어 변론이 이어지면서 쟁점에 대한 심리와 필요시 판사의 보충 질문 등이 섞여야 할 것인데, 먼저 내용을 잘 몰라 영장 기재내용을 더듬 더듬 어설프게 읽는 판사에게 효율적 심리 촉진을 위해 관련 부분에 대한 간단한 요지 설명과 문답을 하려 하니 “심문은 내가 하는 거니 가만 있어라” 는 기막힌 제지를 받았다.

그리고 피의자와의 신문이 질척거리고 문답이 엇갈린 부분이 많아 검찰 조사의 불비와 엇갈린 내용의 정리 보충을 위해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그에 관한 간단한 문답이나 설명을 요청하니 냉정한 말투로 “여긴 심리하는 곳이 아니니 문답 같은 건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막힌 응답으로 막아 버리니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너무나 황당하여 이런 제도를 거의 20년 가까이 방치한 우리 법조계는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영미의 헤비어스 코퍼스(Habeas Corpus)제도가 왜 어떻게 생겨 작동하게 된 건지 그 연원을 고려한다면 이건 피의자 인신보호를 위한 구제안전장치가 아니라, 그저 법원의 자기 필요에 의한 직권조사 제도로서 피의자를 단지 조사의 객체로 취급하는 게 아닌가? 영장심리 과정에서는 그간의 상황 제시나 수사절차상 여러 문제점 등 구속이라는 중차대한 처분 판단에 필요한 관련 요소에 대한 폭넓은 주장 자료가 현출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 추구해야 할 텐데 그저 검찰조사를 기초로 피의자를 심문이나 할 거니 심리과정에는 나서지 말고 그저 최종 의견이나 한 번 말해 보라는 식이라 이게 과연 어떤 취지로 왜 도입한 건지 그 실체가 너무나 의아한 기괴한 절차임을 문제 제기하지 않을 수 없고, 하루 속히 이런 이상한 제도 구성이나 진행원리를 개정하도록 마땅히 법조단체가 나서서 선도하고 촉구하여 올바로 발전되도록 해야 할 텐데 어쩌다 이렇게 오게 된 건지 실로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앞으로 법조제도나 시스템 정비에 관한 본연의 임무를 중심으로 제 역할을 십분 발휘하는 법조직역 활동이 되도록 많은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주장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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