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은 봄이 시작한다는 입춘(立春)으로서 한해 24절기가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님들은 음력을 쓰셨기 때문에 24절기도 음력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24절기는 양력으로 매월 4~8일 사이와 19~23일 사이에 있어 태양의 운동과 일치하도록 되어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봄에는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 여름에는 입하(立夏), 소만(小滿), 망종(芒種), 하지(夏至), 소서(小暑), 대서(大暑), 가을에는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상강(霜降), 겨울에는 입동(立冬),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大寒) 순(順)으로 4계절을 각각 6절기로 하여 한 해를 총 24절기로 나누어 농사일을 준비하고 마무리 하였던 것이다.

곧 입춘이지만 며칠 봄날 같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찬바람도 거세게 불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탓인지 추위가 한결 더 매섭게 느껴진다. 그래서 입춘(立春)이 아니라 엄동춘(嚴冬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입춘은 한해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서 음력으로는 정월의 절기이고, 양력으로는 2월 4일 경이다. 옛사람들은 입춘 전날을 겨울이 끝나는 한해의 마지막 날이라 하여 ‘절분(節分)’이라 하였고 전날밤을 ‘해넘이’라 불렀다고 하는 등 입춘을 마치 연초(年初)처럼 보았다 한다.

옛날에는 입춘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입춘을 송축하고, 한해를 축원하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문구를 크게 써서 대문에 붙여 놓았는데 그러한 축원문을 ‘입춘첩(立春帖)’ 혹은 ‘입춘축(立春祝)’이라고 불렀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뜻은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하노라’라는 뜻으로 입춘에 가장 많이 써 붙이는 축원문이다. 이러한 송축문(頌祝文)을 자기 집 대문에 써 붙여 가족의 무사안녕과 행복을 기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집 주인의 학식과 서예 솜씨를 은근히 뽐내는 의미도 있었다.

몇십년 전만 해도 대문 앞에 먹으로 축문을 써 붙여 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었고, 서예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집에 한두명은 있었는데 요즘은 그러한 가정이 거의 없다. 서예는 미적 감각의 함양 외에도 정서함양뿐만 아니라 인내력, 집중력, 절제력을 기르는 인성 교육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몇십년 전만 해도 모든 학생들이 초중등학교에서 서예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도시라 할지라도 동네 곳곳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예학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공교육에서 서예수업이 없어졌고 동네마다 자리 잡고 있었던 서예학원도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이제 서예는 소수 전문가들의 예술 활동, 혹은 서예 동호인들이나 하는 취미 활동 정도가 되어 가정에서는 붓과 벼루, 먹이 사라지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춘이 와도 자기 집 대문 앞에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일 엄두나 생각이 나지 않게 된 것이다. 조상님들이 우리에 물려주신 은근하고 멋진 풍속이 거의 사라지고 있어 무척 아쉬우며 공교육에서 서예교육의 부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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