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본 사회(社會)란 인간의 집합이고, 인간(人間)이란 사람 사이관계를 본질로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 기준이 없다면 무질서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준으로 삼을 만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화난다고 폭력을 쓰지 마라”,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하라” 정도가 우리가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통념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을 보면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덩치만 커버린 어른 같다. 이 나라가 올곧게 성장하도록 대정부견제를 충실히 해야 할 정당은 총선을 앞두고 사분오열되고,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수도 서울 중심가에서는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집회가 여전하다. 특히 요즘 청년세대를 일컬어 삼포세대(연애, 출산, 결혼을 포기)라는 자조 섞인 말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가 존재하기는 한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 문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사회도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올해부터 정년연장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여전히 낮은 고용유연성과 생산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정년이 늘어남에 따라 승진이 적체될 수밖에 없어 고임금·저생산성 직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저성과자를 방치하면 우수 인재들의 역량 개발 및 향상 기회가 박탈되고, 무임승차하는 근로자의 비율만 높아진다. 이는 구성원들의 사기저하의 원인이 되고 전체적인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근본적으로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는 단순히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확보를 위한 관리에 방점이 있다. 다만, 연공급제에 따른 우리나라 특유의 사회적 분위기 탓에 저성과자 관리는 자칫 퇴출절차로만 곡해되기 쉽다.

저성과자와 관련한 행정상 구제신청이나 근로자지위확인의 소와 같은 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근로자에 대한 징계를 포함한 불이익 처분이 정당하다는 점에 대해서 전적으로 사용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또한 법원은 저성과자에 대한 직권면직 등을 해고의 정당성과 동일선상에 놓고 엄격하게 판단하는 바, 사용자는 저성과자 관리·운영상의 어려움이 크다. 물론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가 적법하고 제대로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동안 저성과자 관리에 관해 일률적인 법리가 형성된 것도 아니고, 최근 고용노동부가 관련 지침을 발표했으나 그동안의 법원판시를 정리한 것에 불과하여 산업현장의 혼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서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라는 단순한 명제를 수긍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한 법적으로도 고용평등법상 정년 60세 규정은 임금체계개편과 함께 도입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성과자 관리는 단순히 사용자가 법위반을 하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근로자 본인이 잘하는 일자리로 돌아가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저성과자 관리는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도 납득이 되도록 객관성의 담보가 절실하다. 첫째, 합리적인 저성과 대상자 선정을 위해서는 인적자원에 대한 평가시스템 및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평가방식에 있어서 상대평가방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다원적인 평가자들로 구성된 집단에서 다양한 잣대로 절대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번의 평가로 대상자를 선발할 것이 아니라 수회의 단계를 거쳐 최소한의 최종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평가기준은 업무관련 내용으로 설정하고 업무와 밀접한 세부항목의 비율을 높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해당근로자의 업무능력 개선을 위해 충분한 기회부여와 프로그램제공이 필요하다. 역량강화프로그램은 저성과자 관리의 정당성 확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므로 해당 근로자의 업무능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것으로 구성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저성과자가 개전의 가능성이 없어 퇴직에 이른 경우라고 하더라도 재취업이나 전직지원 컨설팅 등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

청년실업률, 공무원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은 현실은 사회적 병폐가 존재함의 반증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성과자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헌법 전문에서와 같이 “국민 각인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정부가 앞장서서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강화하여 유연한 노동시장의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합리적인 임금체계에 합의하고, 지속적인 성과향상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 다음세대를 위한 도리일 것이다. 노사정은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우(愚)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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