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의 존치 문제와 함께 로스쿨에서의 법학교육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개선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추상적인 주장만 있을 뿐이고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대학입시에 따라 중고등학교의 교육내용이 달라지듯이 로스쿨 교육도 어쩔 수 없이 변호사시험제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변호사시험에서는 필수과목인 공법, 민사법, 형사법의 경우에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으로 나뉘어 평가되고 있고, 선택형과 기록형이 비중이 같으며 그 비중은 사례형의 절반씩이다. 그래서 선택형시험은 전체의 1/4 정도이기 때문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법시험과 달리 같은 과목을 선택형 등 3가지 방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가장 익숙하고 그래서 손쉬운 선택형시험에 대한 공부가 중심이 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이 로스쿨 법학교육에서 매우 큰 문제라고 판단된다.

선택형문제는 오지선다형인데, 공법과 형사법은 각 40문항으로 시험시간은 70분이고, 민사법은 70문항으로 시험시간은 120분이다. 그런데 개별 문제마다 지문이 너무 길어 시험시간 내에 다 읽기도 어려울 정도이고(법률저널 2016년 1월 5일자 “변호사시험 2일차 형사법 선택형 ‘역대급 난이도’”기사에 의하면 응시생 A씨는 “시간 내에 문제를 다 읽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길고 난해했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다), 대부분이 판례에 의하여 정답이 정해진다. 즉, 이번 제5회 변호사시험에서도 형사법 선택형의 경우에 40문항 중에서 2문제를 제외하고 모든 문제에 ‘다툼이 있는 경우에 판례에 의함’이란 문구가 있는 등 공법과 민사법에서도 예외 없이 문제마다 판례의 결론을 확인하는 문제가 거의 대부분 출제되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고려대 배종대 교수는 형법각론 제9전정판 머리말에서 ‘정의를 찾지 말고 판례를 찾아라. 그래야 이 땅에서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로스쿨 재학생들이 다 알고 있는 진실이라며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토로하고 계신다).

이에 따라 로스쿨생들은 판례의 결론을 알고 있으면 사례형이나 기록형시험에도 당연히 도움이 되고 웬만큼 답안을 작성할 수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필수과목에서 개별 쟁점마다 판례의 결론을 외우는 공부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정말 지겹도록 익숙한 ‘객관식 찍기’공부는 대학원에 와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판례의 결론을 외우는 선택형시험 공부는 로스쿨의 법학교육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스쿨의 기본 과목에 대한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을 선택형시험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점점 확대되기까지 한다. 우선 학생들은 서술형시험보다 선택형시험이 공부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경향이 높고, 이에 편승하여 교수들도 채점이나 첨삭지도가 전혀 필요 없는 선택형시험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1학년 때부터 선택형시험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우선 급히 판례의 결론만을 외우게 되고 법학의 논리적 사고를 키우며 글쓰기 능력을 높이는 훈련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형시험 문제가 변호사시험 기출문제나 심지어 특정 문제집에서 그대로 출제되는 바람에 어떤 학생들은 10여분만에 정답을 모두 쓰는 정말 믿기지 않는 경우가 실제 발생하고 있다. 일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의 민낯이다.

기본과목에 대한 교과서보다는 판례의 결론이 잘 정리된 시험용 문제집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으며, 변호사시험에서 선택형 문제집만으로 합격하였다는 소문이 들리고 실제 선택형 문제집을 소위 기본서로 공부하는 학생조차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택형시험이 로스쿨의 법학교육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계속 떨어져 선택형뿐만 아니라 사례형이나 기록형 시험에서도 고득점을 하여야 비로소 합격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이와 같은 파행적인 공부가 사라질 수 있다고 자위하고 가만히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사법시험에서의 선택형시험은 1차 시험에 한하고 논술형시험인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일종의 선발시험으로서의 의미가 있지만 변호사시험에서는 응시자 전원을 상대로 같은 내용을 선택형 외에 사례형과 기록형까지 동시에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중복되고 수험생들에게는 과도한 고통을 줄 뿐이다. 로스쿨의 법학교육을 보다 정상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도 불필요한 선택형시험 출제방식을 하루빨리 재검토하여야 하겠다.

나름 큰 포부를 가지고 로스쿨에 왔다가 ‘객관식 찍기’공부를 하여야 하는 가엾은 로스쿨생들을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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