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들의 존속 살인, 부모 폭행, 교사 폭행 사건, 여자 교사에 대한 성적 수치심 유발 행위 등 가정과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비행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고 침을 뱉으며 욕설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하고, 동료 학생을 괴롭히던 고등학생을 지도하던 교사가 그 학생으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언어 폭력을 당하는 등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

한 고교 1학년 학생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였다. 중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어른들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학업 성적도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담배를 피우다가 들키기도 하고, 술 냄새를 풍기기도 하였다. 무단 결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아버지에게 혼나다 아버지에게 심하게 대들고 욕설을 한 후 1주일간 가출을 하기도 하였다. 인근 초등학교 학생에게 겁을 주어 돈을 빼앗기도 하고, 주인 몰래 오토바이를 훔쳐서 타고 다니다 사고를 내어 경찰서에 붙잡혀 가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같은 반 학생을 심하게 폭행한 후 결국 학교에서 징계를 받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런 청소년의 행동 문제는 과거 ‘청소년 비행(juvenile delinquency)’으로 소아청소년기에 나타나는 행동장애로서 간주되었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 ‘conduct disorder’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하게 되었고, 행실장애 혹은 품행 장애라고 해석되어 쓰이고 있다. 반사회적, 공격적, 도전적 행위를 반복적, 지속적으로 행하여 사회, 학업, 작업 기능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정신장애이다. 이들은 비행, 범죄 등 악행을 저지르고도 후회나 죄책감이 없다. 즉, 인격이나 양심의 영역인 ‘초자아(superego)’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신의학적 관점으로는 행실장애로 보지만, 사회적으로는 일탈 행동, 법률적으로는 청소년 비행에 해당된다. 행실장애는 남자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난다. 청소년기의 여아에게는 성적 일탈이 두드러지며 남아는 폭력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주로 청소년 초기에 발현되며, 특히 10세 이전 소아기에 발병되는 경우 예후가 나빠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기에 발병하면 나이가 들면서 반사회적 행동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행실장애는 특히 다른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나이에 맞는 사회 규범 및 규칙을 위반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 1년 이상 지속될 때 진단되며, 크게 4가지 축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1)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위협하거나, 협박하고, 육체적인 싸움을 도발하고, 동물에게 신체적으로 잔혹하게 대하는 등 사람과 동물에 대한 공격성, 2) 일부러 불을 지르고, 다른 사람의 집, 건물, 차 등을 파괴하는 재산의 파괴, 3) 물건이나 호감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등 다른 사람을 속이고, 문서를 위조하는 등의 사기 또는 도둑질, 4) 부모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밤늦게 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고, 흔한 가출, 무단 결석 등 심각한 규칙 위반 등을 나타낸다.

행실장애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되는 것으로 여겨지며, 유전적, 신경생물학적, 가족 환경적, 사회적인 요인 등이 있다. 유전적 요인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알코올 의존 등의 질환을 가진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경우인데 가족 환경적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생물학적 요인은 세로토닌 이상이나 성호르몬 이상, 전두엽 이상 등이 있다. 가족 환경적 요인은 이혼이나 재혼, 양육자의 변화 등의 가족구조 변화와 가족 내 스트레스, 부모 범죄의 성향과 부모의 정신병리 등이다. 사회적으로는 이웃과 학교, 대중매체의 영향이 요인이 될 수 있다.

치료는 약물치료, 심리치료 등의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가족 교육, 사회와 학교에서의 협조 등을 포함하여 이루어진다. 증세가 가벼운 경우에는 진로 지도를 통해 적응을 도울 수 있으며, 처벌성 훈육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약물치료로는 경우에 따라 항우울제, 기분안정제, 항정신병약물 등을 투여한다. 인지행동치료와 행동치료가 사회기술훈련이나 행동개선에 효과가 있다. 또한 가족치료가 병행되기도 하고 부모 교육이나 부모 상담이 도움을 준다.

특히 조기 발병일수록 경과가 좋지 않고 성인기의 인격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예방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부모나 가족 환경, 학교, 사회 환경 등 위험인자를 파악하고 회복인자 극대화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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