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2두25873 판결

1. 사실관계

관광호텔업 등을 경영하는 법인인 A호텔은 서울호텔사업부, 부산호텔사업부, 외식사업부를 두고 있었다.

A호텔은 경영합리화를 위하여 2008년 8월경 서울호텔사업부의 객실정비, 기물세척, 미화, 린넨, 운전 등 5개 업무를 도급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A호텔은 끝까지 도급화 조치를 거부하였던 근로자에 대하여만 그 시행을 보류하고,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근로자들을 서울호텔사업부에서 계속 근무하게 하였다.

A호텔은 2010년 6월경 고임금, 비효율의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위의 5개 업무에 대한 완전도급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A호텔은 2010년 12월경 그때까지 남아있던 근로자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한편 수차례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하여 ‘위로금 지급 조건으로 도급업체로 전원 고용승계, 도급업체로 고용승계 이후에도 정년까지 고용보장, 도급업체로의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유니폼 세탁직무 등 4개 부분 업무로 전환배치’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완전도급화 업무부문에 속해 있던 근로자 중 2명은 직무 및 직종 변경을 신청하여 전환배치되었다. 그런데 위 근로자들 중 8명은 도급업체로의 고용승계나 전환배치를 거부하였다. A호텔은 2011년 2월경 경영상 이유로 원고들을 해고(이하 ‘이 사건 정리해고’라 한다)하였다.

해고된 8명의 근로자들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를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위 근로자들은 2011년 12월경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1심 법원의 판단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A호텔이 “동일한 업무의 일부를 부분 도급으로 운영함에 따라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졌고, 직영근로자에 비해 처우가 낮은 도급회사 근로자들의 불만이 팽배해짐에 따라 더 이상 완전도급화를 미룰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해고의 계기가 된 2010년 완전도급화 계획은 불법파견 등 법률적 문제를 사전에 해결해 노무관리상의 문제를 예방하고자 하는데 주된 배경과 취지가 있었다고 보이는데, 이는 정리해고 요건으로서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부당하므로 취소한다고 판결하였다.

3. 2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A호텔의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는 인적·물적·장소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재무와 회계도 사실상 분리되어 있으며 노동조합도 각 사업부별로 조직되어 있고 경영여건도 서로 달리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정리해고가 이루어진 서울호텔사업부만을 따로 떼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A호텔 서울호텔사업부는 2년 연속 적지 아니한 금액의 영업적자를 나타내고 있었던 점, A호텔은 관광호텔업계의 일반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비교적 고임금 단순업무에 해당하는 5대 부문에 대하여 도급화를 시행했다.

다만 끝까지 도급화 조치를 거부하였던 근로자에 대하여만 그 시행을 보류하였다가 2010년에 이르러 이 사건 정리해고를 하였던 점, 이러한 도급화 조치로 장기적인 경비절감과 인력의 효율적·탄력적 운영이 가능하게 되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정리해고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정리해고가 적법하다고 본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4. 대상 판결의 판단

가. A호텔 서울사업부를 인적ㆍ물적ㆍ장소적으로 분리된 사업부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정리해고의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되지만, 그러한 인원삭감은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A호텔의 공식적인 재무제표는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를 포함한 법인 전체를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고, A호텔이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가 재무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근거로 제출한 회계자료는 A호텔이 회계의 편의를 위하여 내부적으로 작성한 자료에 불과한 점, A호텔 내부에는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 외에도 외식사업부가 있는데 A호텔의 본사에는 이들 사업부 전체의 인사와 재무를 관장하는 지원담당부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A호텔은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 소속 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호텔의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의 재무와 회계가 분리되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A호텔의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가 인적·물적·장소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노동조합이 별도로 조직되어 있더라도, 서울호텔사업부만을 분리하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A호텔의 정리해고 당시 경영사정

이 사건 정리해고 무렵 기업신용평가 전문업체인 한국기업데이터 주식회사와 한국신용평가 주식회사는 A호텔의 신용등급과 현금흐름등급을 최상위 등급으로 평가하였던 점, A호텔의 서울호텔사업부는 2008회계연도에 약 38억원, 2009회계연도에 약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으나 법인 전체로는 2009회계연도에 약 5억원, 2010회계연도에 약 49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였고, 서울호텔사업부만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2010회계연도에 15억원 이상의 영업흑자를 기록하였던 점, A호텔은 이 사건 정리해고 직전인 2010년 8월 27일과 2011년 1월 12일에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 소속 직원들에게 통상임금의 2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하였고, 원고들의 업무와 다른 분야이기는 하나 이 사건 정리해고 직전인 2011년 1월경부터 41명의 신규인력을 공개 채용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A호텔의 전반적인 경영상태는 견고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A호텔의 서울호텔사업부에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A호텔 전체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인원을 감축하여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A호텔의 매출규모에 비하여 이 사건 정리해고를 통하여 해고된 근로자들의 인건비 비율이 약 0.2%에 불과하였던 점, A호텔이 도급으로 전환하기로 한 객실정비, 기물세척 등은 호텔 영업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므로 이러한 부문에 대한 도급화 조치는 특정한 사업부문 자체가 폐지되어 인원삭감이 불가피한 경우와는 달리 보아야 하는 점 등까지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정리해고는 어떠한 경영상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인건비 절감 또는 노무관리의 편의를 위하여 단행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다. 결론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정리해고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5. 대상 판결의 의의

최근 법인 내 일부 사업부문의 도급화 또는 폐지를 이유로 한 정리해고가 늘어나고 있다.

대상판결은 회사의 어느 사업부문이 다른 사업부문과 인적·물적·장소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재무 및 회계가 분리되어 있으며 경영여건도 서로 달리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법인 전체의 경영사정을 검토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이를 판단하기 위한 상세한 기준을 제시하여, 경영 상황이 서로 다른 복수의 사업 내지 사업부문에서 정리해고를 하기 위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어떠한 기준과 내용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대상판결은 정리해고가 어떠한 경영상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인건비 절감 또는 노무관리의 편의를 위하여 단행된 것이라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함으로써, 인력 감축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정리해고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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