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이광형 변호사

회장으로 취임하신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간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2009년 변호사로 개업한 후 회무도 고향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하고 참여하다 보니 개업 6년 만에 충북회 회장이 되었습니다. 취임 후 1년간을 돌이켜 보면, 충북에서 처음으로 전국 변호사 축구대회를 유치해서 전국 3위의 성적과 함께 응원상을 받았던 일, 선천성 장애 어린이를 돕기 위해 회원들이 모금을 하여 전달한 일,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 일들이 떠오릅니다. 지난해 충북회 회원들이 정말 일치단결하여 회무에 적극 참여해 준 덕분에 많은 일들을 성공적으로 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취임사를 통해 본회 위상 강화, 사회 참여를 중점 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진행 중인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구상하고 계신 사업도 있으신가요.

충북회는 작년에 지역의 대다수 인구를 차지하는 농민들을 위해 농협과 연계해 자문변호사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충북의 57개 단위 농협에 변호사들을 배정해서 농민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와 연계해, 무료진료활동에 변호사들을 보내 법률상담을 병행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청주시 단수사태 등 지역의 공익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익소송지원단과, 변호사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모임도 결성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변호사들이 많이 늘어남에 따라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더욱 구체화하면서 신규 사업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예산, 결산을 감시하는 기구를 설치하려고 구상 중입니다.

법관평가에 있어 충북회의 참여율이 70%에 육박하는 등 전국 지방회 중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법관평가를 지금까지 5회 실시했는데 평가결과가 법원의 인사에도 적극 반영될 정도로 정착이 됐습니다. 변호사들도 법정 분위기가 바뀐 것을 직접 실감하고 있고요. 충북회가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회원들 간에 단결이 잘 돼 있고, 회무에 참여의식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북회는 법관평가 외에도 대한변협의 각종 행사에 항상 높은 참석률을 기록해 왔습니다. 작년 변호사 축구대회 때 많은 변호사들이 응원을 와서 다른 회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충북회에는 ‘원흥포럼’이라고 부르는 특이한 점심회동 모임이 20년 이상 전통으로 지속되고 있는데 변호사들이 매일 15~20명씩 모여 사건 상의도 하고 회무도 논의하다 보니 저절로 참여의식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검찰에 오랫동안 몸 담고 계셨던 것으로 아는데 법조인을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처음부터 검찰 쪽을 염두에 두셨나요.

어린 시절부터 법원 근처에 살아서인지 법조인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실무수습 때 느껴 보니 검찰은 법원에 비해 활동적이고, 수사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지원하게 됐습니다. 검사가 되기 직전 컴퓨터에 잠깐 심취한 적이 있어 주로 사이버 수사라든가 정보통신 쪽의 일을 많이 맡아서 했는데 세계 최초로 형사사법통합시스템을 기획하기도 하고 우리 기업들의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수사팀을 만들기도 하여 디지털 강국을 이루는 데 작은 기여라도 한 것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검찰이 중원대 무허가 건축 비리와 관련해 현직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청주지역 변호사들도 공동 변호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또 어떻게 대응하실 계획이신가요.

규모가 작은 저희 충북회가 검찰에 대해 처음 공식적인 의사표명을 했던 일입니다. 해당 변호사는 중원대 사건을 수임한 후 그 사건의 심리기일에 행정심판위원으로 오라는 통보를 받자 자신이 맡은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위원을 수락했고, 해당 기일에 그 사건 심리가 열리기 전에 회의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즉 ‘회피’를 한 것이고 해당 변호사가 심리의결에 관여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데도 검찰은 ‘회피’ 의사가 뚜렷하게 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습니다. 또 영장이 기각되자 약정에 의해 받은 수임료를 뇌물수수라고 혐의를 추가해 불구속 기소까지 하였습니다. 이에 충북회는 변론권 침해를 지적하는 성명을 냈고, 전국 회장단도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충북회 역대 회장님들이 대표로 공동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재판에 대응하고 있는데 본회에서의 추가적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때 지역 언론에서 검찰과의 대립으로 비추었는데 이번 신임 검사장의 본회 방문과 신년교례회로 분위기가 많이 풀린 상태입니다.

요즘 법조계에서는 사법시험과 로스쿨 등 법조인 양성제도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한 회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공교롭게도 21세기 들어 한국, 중국, 일본이 모두 법조인 양성제도를 개혁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사법시험을 가장 좋은 제도라고 평가하여 도입했고 그 무렵 일본은 미국의 로스쿨 제도를 변형 도입하여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는데 몇년 후 한국은 사법시험제도를 버리고 일본보다 미국 제도에 더 가까운 로스쿨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로스쿨에서 기존 사법연수원에서 하던 실무교육을 시키는 것은 좋지만 학부에서 법학을 배우지 않고 로스쿨에서 짧은 기간에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은 법조인의 질 저하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로스쿨을 도입하면서도 법대를 없애지 않았고, 예비시험을 두어 로스쿨을 다니지 않고도 변호사시험을 칠 수 있도록 했으며, 법대를 거치지 않은 로스쿨생은 1년을 더 교육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로스쿨에서의 공부가 판례 외우기 위주이고 주입식 교육에 편중되어 있어 법률적으로 생각하는 힘 즉 ‘리걸 마인드’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따라서 학부에서 미리 법학을 제대로 공부시켜 리걸마인드를 형성할 시간을 가지게 한 후, 로스쿨 입학시험에서 기초 법학지식을 테스트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로스쿨 입학기준으로 면접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기준이 모호하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을 양성하려면 제대로 법학을 가르쳐 리걸마인드를 갖춘 법조인을 만들어 사회에 진출시킨 후 사회의 수요에 따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희망의 사다리’로서의 사법시험 존속 또는 예비시험 도입문제는 로스쿨 입학 전에도 법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의미가 있으므로 먼저 학부 교육에 대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충북회를 어떻게 이끌어가고 싶으신지요.

금년은 창립 60주년이 되는 의미깊은 해입니다. 지금까지 본회의 역사를 돌이켜 보는 자료집을 준비하는 등 6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사업을 벌일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충북회는 회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그 결속력을 바탕으로 대한변협의 여러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충북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후배 변호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돈을 포기한 변호사는 출세를 포기한 검사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이기적 욕심을 억제하고 안주하려는 마음을 버리면 이 세상을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직업이 변호사입니다. 비록 어려운 현실이 닥쳐왔지만 위기와 시련을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삼아야 합니다. 세계의 로펌을 보더라도 자국시장에 만족한 미국로펌보다 자국시장만으로 먹고 살 수 없었던 영국로펌이 세계진출에 더 성공했습니다. 변호사가 된 것에 만족하지 말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고 출발선에 선 자세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새는 알을 깨고 나오는 아픔을 겪어야 하고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합니다.

/ 인터뷰 변협 홍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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