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16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메이지 시대부터 이어져 온 민법규정과 관련하여 이를 개폐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를 이유로 국가배상이 청구된 두건의 사안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이 결혼에 관한 2개의 민법규정 중 하나가 판결의 내용에서 위헌으로 판단됨으로써 2차 대전 종전 후 민법에 대해서는 두 번째, 모든 법을 통틀어서는 총 10번째의 위헌판결이 나오게 되었다.

현행 일본민법 제733조 제1항은 “여성은 전(前)혼의 해소 또는 취소의 날로부터 6개월을 경과한 후가 아니면, 재혼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재혼금지기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비판이 있었고 일본 법제심의회도 20여년 전에 6개월의 기간을 100일로 단축한 개정안을 답신한 바 있었다. 일본 민법 제772조 제2항이 “출산시기가 혼인 해소 후 300일 이내는 전 남편의 아이, 재혼 성립일로부터 200일 경과 후는 현재 남편의 아이”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혼 해소 등의 날로부터 300일 이내이면서 후(後)혼 성립일로부터 200일 경과 후에 아이가 태어나는 사태만 피하면 부성 추정의 중복을 회피할 수 있다. 오카야마현의 한 여성이 “이 규정은 남녀평등을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국가를 상대로 165만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최고재판소 대법정(재판장 테라다 이쓰로우 장관)은 “100일간을 넘는 부분은 위헌”이라 판단했고 이에 국회는 법 개정을 촉구받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입법부작위가 일본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은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써, 상고인의 국가배상청구 자체는 기각되었다. 위헌판결에 따라, 일본 법무부는 여성의 재혼금지기간을 100일로 단축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필자의 사견으로는, 지금은 DNA 감정에 의해 부친의 특정이 가능한 시대이므로 보다 실정에 맞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우(2005년 삭제)처럼 규정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논의함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2015년 우리 헌법재판소가 “혼인관계 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하는 민법 제844조 제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점에서(2013헌마623), 일본 민법 제772조 제2항에도 동일한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개정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부부 별성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민법 제750조(부부는 혼인 당시에 정하는 바에 따라 부 또는 처의 성을 칭한다)에 대해서는 합헌이라는 판단이 나와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도쿄도 내에 사는 사실혼 부부 등 5명으로 “이 규정은 인격권과 남녀평등,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등을 주장하면서, 법 개정을 해태한 것을 이유로 합계 600만엔의 지급을 국가에 청구하였다. 원고 측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택적 부부별성을 인정하지 않는 규정은 위헌으로 고도의 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선택적 부부별성으로 되면 가족 본연의 의미가 손상된다”고 하는 신중론도 많았고, 여론 조사도 찬성과 반대가 대립하고 있었다. 그래서 1, 2심에 패소한 원고 측이 상고까지 했으나, 최고재판소는 “민법은 결혼 후에 어느 쪽의 성을 칭할까에 대해서 부부의 협의에 의한 결정에 맡기고 있다”라는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여 “남편의 성을 선택하는 부부가 압도적 다수인 상황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 규정 자체에서 발생한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는 합헌판단을 내리게 되었다(합헌 10명, 위헌 5명).

그러나, 이 부부동성 강제제도에 관한 판결에 참여한 15명의 재판관 가운데 단 3명뿐이었던 여성 재판관은 전원이 위헌의견이었고, 이것이 진실을 여실히 말해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6명의 부회장 중 2명까지 여성변호사를 우선적으로 당선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던 제2도쿄변호사회의 전 부회장 이시이 이쓰로우 변호사는 그의 SNS에서 “최고재판소 장관도 단순한 남자였다. 따라서 사법분야의 남녀 구성비를 사회의 남녀 구성비에 접근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본 헌법 제24조가 양성의 합의‘만’으로도 혼인이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결혼에 있어 부부의 성씨는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등의 다른 구속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시이 변호사의 해석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비교적 늦은 일본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한번 부부별성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가 10년 전 폐지한 재혼금지기간이 이제서야 위헌으로 판단되었다는 점은 차치하고, 우리에게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부부동성 강제가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는 점은 이웃 국가의 법률가로서도 아쉬운 부분이다. 2013년 9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혼외자의 유산상속분을 적출자의 1/2로 규정한 일본 민법 제900조 제4호’에 대해 위헌판결을 하기까지 20여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던 점에 비추어, 일본 국회가 부부동성 강제 규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이에 대한 위헌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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