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에서 ‘변호사전문분야등록제도’를 시행한 지도 5년이 넘었다. 전문변호사제도는 일정한 자료를 갖추어 대한변협에 전문분야등록을 해야 전문변호사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현재 대한변협에 전문분야등록을 한 변호사는 2만명 변호사 중 5%인 1000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5년간 채권추심전문변호사로 일한 입장에서 전문변호사제도 개선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전문변호사제도의 위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전문변호사제도는 중요한 제도지만 변호사제도의 극히 일부이다. 지금도 극소수의 변호사들이 전문변호사등록을 했지만 이것이 아무리 활성화돼도 대부분의 변호사는 전문분야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문변호사제도는 실제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 중 전문변호사란 호칭을 사용하길 원하는 자들을 위한 제도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변협은 전문변호사등록 수를 늘리려 해서는 안 되며, 전문변호사의 전문성을 담보하여 신뢰를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둘째, 전문변호사의 전문성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전문변호사제도의 성패는 전문변호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확보에 있다. 전문성이 있지만 ‘제너럴리스트’로서의 특성상 결코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않을 대다수 변호사들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일단 전문변호사로 등록한 사람은 반드시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전문변호사의 수가 너무 적어 등록신청을 하면 다 받아주었지만 이제 실질적인 심사를 할 때가 됐다. 그리고 전문변호사의 전문성에 대한 심사는 그 분야의 전문변호사에게 맡기면 된다. 대한변협의 전문변호사제도는 이미 5년이상 연륜이 쌓여 상당수의 전문변호사를 확보했으므로 전문변호사와 전문변호사의 심사위원회 등에 전문성 심사를 맡겨 전문변호사제도를 자치적 제도로 만들어가야 한다.

전문변호사의 전문성 심사가 전문변호사제도의 관건인 이유는 한국변호사업계의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은 전형적인 ‘간판사회’며, 껍데기를 중시 여기는 사회다.

지난해 법조계를 뒤흔든 이슈 중 하나는 개인회생과 파산사건에 있어 변호사 명의대여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은 변호사들이 대표적으로 명의대여식으로 일하는 분야이며, 이외 일반법률사무도 대부분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전문변호사제도는 변호사 ‘명의대여’의 적이다. 변호사가 완벽히 껍데기로 일하는 것이 ‘명의대여’라면 완전히 알맹이로 일하는 것이 ‘전문변호사’다. 전문변호사의 전문성은 일신전속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운영 중인 전문변호사제도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가공할 ‘간판사회’인 한국사회가 도무지 껍데기가 될 수 없는 전문변호사제도를 껍데기로 만드는 중이다. 채권추심은 일반법률사무로서 통상적으로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채권추심을 하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채권추심일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채권추심과 관련된 모든 일을 직원들이 감당한다. 그런데 이런 곳일수록 ‘채권추심 전문 로펌’, ‘채권추심 전문변호사 사무소’란 이름을 탐낸다. 이것은 ‘간판사회’인 한국사회가 ‘전문변호사제도’마저도 껍데기로 만들어가는 것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전문변호사의 실질적 전문성 심사가 전문변호사제도의 관건이다.

셋째, 전문변호사 표시를 강제해야 한다. 현재의 전문변호사제도에서 전문변호사는 자신을 전문변호사라고 칭할 의무가 없다. 그러므로 전문변호사등록을 한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자신을 ‘전문변호사’로 칭하지 않으며 그런 명함을 새기지도 않는다. 온라인상으로는 모든 변호사가 전문변호사이지만 오프라인으로는 모든 변호사가 일반변호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러므로 전문변호사제도를 실질적인 제도로 만들려면 전문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홍보하는 것으로 부족하고, 전문변호사는 전문변호사라는 호칭을 사용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전문변호사제도’는 단지 호칭과 광고의 문제가 아니라 변호사의 실질과 정체성의 문제이다. 전문변호사제도가 자리를 잡으려면 전문변호사라는 호칭의 강제가 필요하다. 전문변호사에게 전문변호사라는 표시를 강제하면 현재 등록한 변호사의 상당수가 등록을 철회할 것이고 더 극소수의 변호사만이 전문변호사등록을 신청할 것이다. 그것은 무서운 일이 아니며 껍데기를 걸러내고 알곡을 모으는 과정이다. 자신을 전문변호사로 칭하길 원치 않는데 전문분야등록을 한 것이 이상한 일이다. 전문분야등록을 하고 그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한 일이다. 전문분야등록을 하지 않고 전문변호사를 칭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문분야등록을 하고 전문변호사라 칭하지 않는 것은 비정상이다. 전문변호사제도를 바로 세우려면 지금 존재하는 제도에서 비정상적인 것을 제거하면 된다.

대한변협은 전문변호사의 수를 늘리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변호사의 전문성마저도 껍데기로 만드는 변호사업계의 풍토에서 전문변호사제도를 정립하는 길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전문변호사로 등록하고, 전문변호사는 자신을 전문변호사로 칭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을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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