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다219616 판결

디지털 음원도 하드디스크와 같은 저장매체에 저장되는 방식으로 고정되면 저작권법상 음반(저작권법 제2조 제5호)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음원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매장에 틀어놓은 행위는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82조의2 상의 ‘판매용 음반을 사용하여 공연’한 행위에 해당한다. 대상 판결은 디지털 음원이 일반화된 현실을 반영하여 ‘음반’의 개념을 기존의 LP나 CD 등에서 스트리밍 방식에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 사실관계

① K뮤직은 음반제작자들로부터 디지털 음원을 받아 이를 음원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 관리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음원을 추출해 사용했다.

② A회사는 K뮤직에 매월 ‘매장음악서비스이용료’를 지급하고, K뮤직으로부터 인증 받은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한 후 K뮤직이 제공한 웹페이지에 접속해 아이디, 패스워드를 입력한 다음 K뮤직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하는 음악을 실시간으로 매장에 틀어 놓았다.

③ 한편, K뮤직은 A회사로부터 받은 ‘매장음악서비스이용료’의 일부를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에게 디지털음성송신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했으나, 디지털음성송신보상금에 공연보상금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④ 이에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는 “A회사의 행위가 공연보상금 지급요건을 규정한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1항, 제83조의2 제1항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을 ‘사용’해 공연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A회사를 상대로 하여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는 1억1764만원의, 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1억2940만원의 공연보상금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1심 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1항, 제83조의2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판매용 음반’은 이른바 ‘시판용 음반’으로 해석돼야 하는데, K뮤직이 음반제작자로부터 제공받은 디지털 음원을 저장한 데이터베이스 저장장치는 시판용이 아니므로 ‘판매용 음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3. 2심 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A회사는 원고들에게 각 1억1764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였다.

가.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82조의2의 ‘판매용’ 음반의 해석

A회사는 저작권법 제76조의2 , 제82조의2가 규정하는 ‘판매용 음반’을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과 동일한 개념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A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위 조항은 2009. 9. 26.부터 시행된 저작권법(2009. 3. 25. 법률 제9529호)에 의해 신설되었는데, 위 법의 개정이유도 ‘판매용 음반을 이용하여 공연하는 경우에는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는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도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여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임’이라고 되어 있고, 우리나라가 2008. 12. 18. 가입하여 2009. 3. 18. 효력이 발생한 조약인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실연·음반조약(WIPO Performances and Phonograms Treaty)’ 제15조 제1항, 제4항 저작인접권자의 보상청구권 발생 요건과 관련하여 ‘시판용 음반’으로 그 대상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82조의2가 규정하는 ‘판매용 음반’은 특정 대상 또는 범위를 한정하여 판매된 음반을 비롯하여 어떠한 형태이든 판매를 통해 거래에 제공된 음반은 모두 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82조의2의 판매용 ‘음반’을 ‘사용’한 ‘공연’의 의미

A회사는 유형물인 음반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판매용 음반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는데, A회사는 K뮤직으로부터 디지털 음원을 송신 받아 매장에 틀어 놓은 것이므로 ‘시중에 판매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을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A회사 주장은 이유 없다.

디지털 음원도 하드디스크와 같은 저장매체에 저장되는 방식으로 고정되면 저작권법상 음반(저작권법 제2조 제5호)이라고 볼 수 있다. K뮤직이 음반제작자로부터 받은 디지털 음원은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되는 방식으로 고정되므로 저작권법상 ‘음반’에 해당한다. K뮤직과 A회사는 원고들에게 이러한 디지털 음원의 사용에 따라 디지털음원송신보상금이라는 반대급부를 지급하고 있으므로, 위 디지털 음원은 판매를 통해 거래에 제공된 ‘음반’으로 보아야 한다. A회사가 K뮤직으로부터 판매용 음반에 수록된 디지털 음원을 대가를 지급하고 스트리밍 방법으로 전송받으면, 위 디지털 음원은 A회사의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유형물로 고정되므로 판매용 음반인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저작권법 제2조 제3호는 ‘공연’에 관하여 ‘저작물 또는 실연·음반·방송을 상연·연주·가창·구연·낭독·상영·재생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A회사가 이러한 디지털 음원을 스트리밍 방식을 통하여 재생하는 방법으로 A회사 매장에 틀어 놓은 행위는 판매용 음반을 ‘사용’하여 ‘공연’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고들이 A회사에게 직접 공연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A회사는 저작권법상 공연보상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한 단체(이 사건 원고들)와 사업자(이 사건 A회사) 간의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금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원고들은 A회사를 상대로 직접 공연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저작권법에서 정한 공연보상금에 관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고시는 보상금지급의무의 유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금 액수의 결정을 위한 것으로서 당사자 간에 합의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를 갈음하는 조치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저작권법에 따라 A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공연보상금의 액수에 관하여 A회사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고, 원고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협의의 성립에 관한 견해를 달리하여 보상금 금액의 고시를 하지 아니할 뜻을 표명함으로써 그 액수의 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로서는 A회사에 대하여 민사소송으로 직접 정당한 액수의 보상금 지급을 구할 수 있고, 법원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 정당한 보상금을 정할 수 있다고 볼 것이며, 반드시 그 고시에 관한 처분에 대해 당사자가 행정소송을 제시하여 다투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A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원고들은 A회사에 대하여 직접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2항, 제83조의2 제2항에 따른 공연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

4. 대상 판결의 판단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1항, 제83조의2 제1항이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판매용 음반의 공연에 대한 보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판매된 음반이 통상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사용 범위를 초과하여 공연에 사용되는 경우 그로 인하여 실연자의 실연 기회 및 음반제작자의 음반판매 기회가 부당하게 상실될 우려가 있으므로 그 부분을 보상해 주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각 규정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뿐만 아니라 어떠한 형태이든 판매를 통해 거래에 제공된 음반이 모두 포함되고, ‘사용’에는 판매용 음반을 직접 재생하는 직접사용뿐만 아니라 판매용 음반을 스트리밍 등의 방식을 통해 재생하는 간접사용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매장음악서비스에 따라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받은 음악을 매장에 틀어 놓은 A회사의 행위는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1항, 제83조의2 제1항의 ‘판매용 음반’을 ‘사용’해 공연한 행위에 해당하고, 그 밖의 원심 판단도 원고들의 청구권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5. 대상 판결의 의의

근래에 커피숍, 백화점 등 매장에서 틀어주는 배경음악과 관련한 법적분쟁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저작인접권자의 실연 기회가 감소됨에 따라, 저작인접권자들에 대한 보호 및 음악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9. 3. 저작인접권자들에게 국제적인 보호수준에 맞춘 공연보상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1항, 제83조의2 제1항이 신설되었는데, 이 사건은 신설된 조항이 적용된 최초의 사례이다.

대상 판결은 저작권법 제76조의2 제1항, 제83조의2 제1항의 ‘판매용 음반’의 개념을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보다 넓은 개념으로 해석하여 어떠한 형태이든 판매를 통해 거래에 제공된 음반이 모두 포함된다고 판시한 데 나아가, ‘음반’의 개념에 관하여도 매장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받은 음악을 매장에 틀어 놓은 경우라도 스트리밍 과정에서도 매장의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고정된다는 점에서 ‘음반’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LP나 CD 대신에 디지털 음원이 일반화되는 현실을 반영한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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