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법을 제일 잘 아는 전문가이다. 이 명제에서 변호사의 전문성 논의가 출발한다. 물론 대한민국 현행법령만 해도 4530개 정도라고 하니 이 모든 법령을 외우고 있는 변호사는 없을 것이고, 또 법률전문가로서 변호사의 법률전문성이 법령을 외우는 것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변호사가 “세상에 그런 법이 있어”라는 질문을 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工業配置 및 工場設立에 關한 法律)’이 있었다. 김동희 교수님의 ‘행정법 II’를 공부하면서 처음 본 이 법이 어떤 법일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가 후일 2002년 12월 30일 이 법을 대체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해석이 문제되는 사안을 검토하면서 이런 법을 공부할 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 기억이 있다. 어떤 법은 평생 한 번도 볼 일이 없이 변호사 생활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라면 직무를 수행하면서 최소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규율하는 변호사법은 상당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법에는 업(業)을 규정하는 보험업법, 은행법, 자본시장법, 전기사업법 등의 업법이 있다. 그리고 공인회계사법, 변리사법, 세무사법과 같은 자격에 대한 직역법이 있다. 업법이 당해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처럼 직역법도 기본이 되는 것임에도 당해 직역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직역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결정적인 상황에서 변호사법을 모르는 것은 변호사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의 구성원이 무한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몰랐다는 항변

이제는 다수의 판결이 선고되면서 법무법인은 변호사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상법상 합명회사의 규정이 준용되므로 법무법인의 구성원은 법무법인의 채무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알고 있다고 본다. 법무법인(유한)으로의 전환도 이루어지고 있고, 이제는 새로 입사한 변호사에게 구성원이 되어 달라고 한다는 점이 부당노동행위라고 변호사회에 문제 삼는 변호사가 있는 것을 보면 대법원 판결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1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보면 여전히 무늬만 파트너 주장을 하는 변호사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아시아투데이 2015. 11. 12.자). 법무법인 구성원이었던 변호사 5명에게 미지불 월세 등 4억1000여원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 사건에서 구성원 5명 중 2명은 “서류로만 등기돼 있을 뿐 법인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아 빚을 갚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2명 중 1명은 매달 정해진 월급을 받는 고용 변호사였고, 또 다른 사람은 법무법인에 월세를 내고 따로 영업하는 별산제 변호사였다. 법원의 기본적인 시각은 무늬만 파트너인지 여부는 내부관계의 문제이고 대외적으로는 구성원 변호사로 등재되어 있는지 여부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변호사법 제58조 개정 논의에 참여하여 법 개정을 주장하는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현실적으로 소위 별산제 법무법인이 많고, 법무법인에게 무한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사회정책적으로 결국 법무법인을 회피하게 만들어서 변호사조직의 대형화를 어렵게 하고, 반면 법무법인(유한)은 설립 요건이 어렵고 법무법인이 법무법인(유한)으로의 조직변경도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입법적으로 공인회계사법인(공인회계사법 제40조 제2항)의 경우처럼 유한회사를 준용하는 것을 기본형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의 주장에 대한 첫 번째 반응은 어떻게 변호사가 변호사법을 제대로 모르고 구성원으로 등재되었지만 구성원으로서 무한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고 실제는 구성원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법무법인이라는 형식을 사용하려고 했다면 그로 인해서 자신이 부담하게 되는 책임에 대해서도 이해하여야 하는 것이고, 내부적인 관계를 들어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가 하는 비난이었다. 더구나 법무법인(유한)이라는 제도를 별도로 입법한 상황에서 법무법인도 유한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주장은 법리적으로도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간단히 법률전문가가 자신이 질 책임도 모르냐는 것이다. 결국 필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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