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작년 말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쟁점 법안인 북한인권법 처리에 대해서 모처럼 의견 절충을 보았다고 한다.

북한인권법의 핵심 내용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관하여 그동안 여당은 법무부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야당은 통일부 내 설치를 주장했으나, 야당이 ‘통일부에 인권기록소를 설치하고, 3개월마다 법무부에 자료를 보내 보존하자’는 절충안을 제안했고, 여당이 동의해 법안 통과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형적 타협안으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변칙적 합의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와 증거를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조사, 기록, 보존하여 통일 후 처벌 및 보상근거로 삼고 통일 전에는 경고를 주어 북한의 인권침해를 억제하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북한인권법의 본질적 내용이다.

이미 1961년 서독은 ‘잘츠기터’에 법무부 소관 중앙법무기록보존소를 두어 30여년간 동독의 인권침해 사례와 증거를 조사, 기록, 보존함으로써 동독의 인권침해를 억지했고, 통일 후에는 처벌근거와 인재등용 자료로 삼아 그 실효성이 널리 입증된 바 있다.

UN도 지난 6월 반인도범죄에 해당하는 세계 최악의 북한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에 북한인권 현장사무소를 설치하여 유사한 기능을 담당케 하고 있고, 지난 17일에는 제70차 UN총회가 작년보다 더 압도적 표차로 11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북한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UN 안보리와 함께 추진하는 일방, 북한 반인도범죄에 대한 책임(accountability)규명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침해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반인도범죄이므로 마땅히 전문적인 범죄 수사기관인 법무부나 인권침해 조사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처음부터 능동적으로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인권 자료는 통일부만 입수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등 여러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이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고, 이들 모두로부터 자료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새누리당 원안에 의하면 법무부에 이들 모든 기관이 협조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지금 절충안처럼 법무부가 통일부가 수집한 자료에만 의존케 하는 것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로서의 기능이나 역할을 반신불수로 만들어 유명무실해지기를 바란 결과로 볼 수밖에 없고, 나아가 억지로 통일부를 끼워 넣음으로써 남북대화, 교류협력의 주무부서인 통일부의 역할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대한변협이 북한인권법에 대해서 작년 11월 5일부터 같은 달 12일까지 전체 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최초의 북한인권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답변자 150명중 107명(71%)의 압도적 다수가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역시 압도적 다수인 104명(69%)이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를 각 찬성하였는데, 그 관장기구로서는 37명(24%)이 국가인권위원회를, 26명(17%)이 제3의 독립적 국가기관을, 23명(15%)이 법무부를 꼽았고, 통일부 관장을 주장한 사람은 9명(6%)에 불과하였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실현을 소홀히 한다는 국제적 비난 속에 11년이나 방치되었던 북한인권법이 이렇게 반신불수의 기형아로 태어날 수는 없다.

11년을 기다려왔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원칙 준수가 더 중요해졌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일단 제정했다가 추후 개정하면 된다고 하나, 국정을 마비시키는 국회선진화법 합의처럼 두고두고 후회할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아니 된다.

혹시 정치권은 다른 경제관련 쟁점법안의 통과를 위해 북한인권법안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것은 아닌가?

새해 들어 국회는 제대로 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함으로써 2400만 북한동포에게 자유통일을 앞당기는 희망의 빛을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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