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4다75202 판결

1. 사실관계

(1)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에 대하여 2억 원의 대여금 반환을 구함과 아울러, ① 주위적으로 피고 2에 대하여, 피고 1이 피고 2의 대리인으로서 제1심 공동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 반환채무를 연대보증하는 취지의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교부하였음을 주장하며 제1심 공동피고와 연대하여 위 대여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구하고, ② 피고 1에게 피고 2를 대리할 권한이 있음이 인정되지 아니할 경우에 대비하여 예비적으로 피고 1에 대하여, 위 피고가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교부하면서 제1심 공동피고의 대여금 반환채무를 연대보증하였거나, 무권대리인으로서 민법 제135조에 따른 연대보증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제1심 공동피고와 연대하여 위 대여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구하였다.

(2) 제1심은 제1심 공동피고 및 피고 1에 대한 청구를 인용하면서, 피고 2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였고, 이에 피고 1만이 항소하였다.

(3) 원심은 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는 피고 1에 대한 청구와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 1의 항소에 따라 피고 2에 대한 청구 부분도 확정이 차단되어 항소심인 원심에 이심되었음을 전제로, 2014. 5. 12.자로 “① 피고 1은 원고에게 1억5000만원을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날부터 두 달 이내에 지급한다. 만일 피고 1이 위 지급을 지체한 때에는, 위 지급기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가산하여 지급한다. ②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2에 대한 청구를 각 포기한다. ③ 원고와 피고 1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2 사이에 생긴 당심 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고, 그 무렵 위 결정이 원고와 피고들에게 송달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 1만이 이의신청기간 내에 이의신청을 하였을 뿐 원고와 피고 2는 이의신청을 하지 아니하였다.

(4) 원심은 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 부분은 위 화해권고결정으로 확정됨으로써 원심의 심판대상이 피고 1에 대한 청구 부분으로 한정된다고 인정하여, 피고 1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피고 2에 대한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아니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민사소송법 제70조에서 정한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는 민사소송법 제67조 내지 제69조가 준용되어 소송자료 및 소송진행의 통일이 요구되지만, 청구의 포기·인낙, 화해 및 소의 취하는 공동소송인 각자가 할 수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그 결정에 대하여 일부 공동소송인이 이의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그 공동소송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될 수 있다.

다만,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서 분리 확정을 불허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 결정에서 정한 사항이 공동소송인들에게 공통되는 법률관계를 형성함을 전제로 하여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경우 등과 같이 결정 사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분리 확정을 허용할 경우 형평에 반하고 또한 이해관계가 상반된 공동소송인들 사이에서의 소송진행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본문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분리 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다5787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이의신청 기간 내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화해권고결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위 화해권고결정의 내용은 피고 2에 대해서도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금원 지급의무를 전제로 그 청구를 포기한다는 것이어서 피고들 사이의 권리의무관계가 상호 관련되어 있고, 분리 확정을 허용할 경우 형평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상반된 공동소송인들 사이에서의 소송진행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본문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보이므로, 위 화해권고결정에 대해서는 분리 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상소심 심판범위

원고의 피고 1과 2에 대한 청구는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청구로서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에서 정한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으로서 피고 1만이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2에 대한 청구 부분도 항소심인 원심에 이심되어 그 심판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나. 주관적 예비적 공동소송과 화해권고결정

종래 대법원은 민사소송법(이하 생략함) 제70조 제1항에서 ‘법률상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적인 평가를 달리하여 두 청구 중 어느 한 쪽에 대한 법률효과가 인정되면 다른 쪽에 대한 법률효과가 부정됨으로써 두 청구가 모두 인용될 수는 없는 관계에 있는 경우나, 당사자들 사이의 사실관계 여하에 의하여 또는 청구원인을 구성하는 택일적 사실인정에 의하여 어느 일방의 법률효과를 긍정하거나 부정하고 이로써 다른 일방의 법률효과를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반대의 결과가 되는 경우로서, 두 청구들 사이에서 한 쪽 청구에 대한 판단 이유가 다른 쪽 청구에 대한 판단 이유에 영향을 주어 각 청구에 대한 판단 과정이 필연적으로 상호 결합되어 있는 관계를 의미하며, 실체법적으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소송법상으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대법원 2007. 6. 26. 선고 2007마515판결) 법률상 양립할 수 없다는 의미를 폭넓게 해석한 이래 동일한 취지로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8. 3. 27. 2005다49430, 대법원 2008. 7. 10. 2006다 57872 ; 피고 을이 피고 갑에게 차량대금을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피고 갑에 대하여 차량미인도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사용자책임을 묻는 주위적 청구와 피고 을이 피고 갑에게 차량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피고 을에 대하여 할부금 지급채무가 없음의 확인과 아울러 이미 납입한 할부금의 반환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와 같이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이유가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이유에 영향을 줌으로써 위 각 청구에 대한 판단과정이 필연적으로 상호 결합되어 있는 관계).

생각컨대 그러한 관계라면 조정이나 화해권고결정의 경우 그 결정에서 정한 사항이 공동소송인들에게 공통되는 법률관계를 형성함을 전제로 하여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경우가 될 것이고 피고들 사이의 권리의무관계가 상호 관련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조정이나 화해가 분리 확정을 허용할 경우 형평에 반하고 또한 이해관계가 상반된 공동소송인들 사이에서의 소송진행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본문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분리 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다57872 판결 참조)는 것이 대상판결의 입장이다.

다. 70조 단서의 해석

그러나 70조 단서에서는 청구의 포기, 인락, 화해 및 소의 취하의 처분행위의 경우 본문의 경우와 달리 분리확정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대상판결 등의 경우도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그 결정에 대하여 일부 공동소송인이 이의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그 공동소송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될 수 있고 화해권고결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여 단서규정에 의한 분리확정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이나 화해가 분리 확정을 허용할 경우 형평에 반하고 또한 이해관계가 상반된 공동소송인들 사이에서의 소송진행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본문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분리 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본문의 소송진행 통일에 반하는 경우임에도 당사자의 처분을 중시할 경우 소송종료를 인정하는 일종의 특별규정인 단서의 규정에 반대하는 해석으로 논리적으로 타당성을 찾기 곤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사건에서 부득이하게 다시 본문에 의해 규율하게 될 지표인 분리확정을 허용하는 것이 형평에 반하는지 여부는 쉽게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법적 안정성도 저해할 위험이 있다.

라. 형평에 반하는지 여부(구체적 타당성)

원고가 화해권고결정에 이의하지 않은 것은 본래의 주위적 피고에 대한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원고자신의 의사에 의한 것이므로 원고와 주위적 피고가 이의하지 않으면 족하고, 예비적 피고가 이의하였다면 예비적 피고에 대한 청구의 당부에 대하여 소송을 진행하여 심판하면 되는 것이지 원고가 처음부터 예비적 피고에 대해서만 청구할 수도 있었던 것이므로 주위적 피고에 대한 청구가 먼저 종료되는 것이 예비적 피고에 대해 형평에 반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마. 화해권고결정의 확정여부

화해권고결정의 경우 당사자가 복수이고, 그 중 일부만이 이의신청을 한 경우, 이의신청을 하지 아니한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이의신청기간이 경과함으로써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동소송에서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지 아니한 당사자들에 대한 부분까지 심리·판단한 판결은 위법하고, 이의신청을 하지 아니한 당사자 부분에 관한 소송종료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소송종료선언을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0.10. 28. 2010다53754판결참조).

이점에 관하여는 대상판결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를 정하는 근거가 애매하거나 합리적이라고 보이지는 않을 뿐이다.

바. 결론

그러므로 대상판결은 단서가 우선인 제70조의 법문에 반하고, 형평의 지표가 부족하므로 법적안정성도 저해하며, 구체적으로도 형평을 해할 이유가 없는데도 화해권고결정의 확정의 법리에도 반하는 판결로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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