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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변카페]타향살이의 설움
기미진 변호사·변시 1회  |  MiJin.Ki@c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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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호] 승인 2015.12.28  10: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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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두근두근,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하루의 시작. 그렇게 듣기 싫던 알람 소리도 오늘은 달콤하고 반갑게만 들리는 그런 아침이다. 바로 오늘은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양 나들이 날. 다시 말해 서울 출장이 있는 날이다. 우습게도 이건 실제상황이다. 타향살이, 지방살이는 법조인의 숙명과도 같은 삶의 방식이지만 우리 피 끓는(?) 청년변호사들에게 이는 쉽사리 타협되지 않는 현실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되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굳이 예로 들 것도 없이 우리 법조인들은 법원, 검찰을 비롯해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입사=지방근무가 당연한 도식으로 인식되는 직역일 뿐만 아니라 서울근교에 근무하는 변호사들도 재판이니 사건이니 지방 순회하는 일에 동떨어져 있지 않다. 당연하다. 국민에게 보다 쉽고 가까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 깊이와 넓이를 아우르는 우리 법조인들의 사명이 아니던가? 본 명제에 동의한다면 변호사들의 지방이전은 장려 받아 마땅하다. 그! 러! 나!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거창한 대국민 서비스의 의의에 관한 고찰이 아니다. 그저 청년변호사로서 그것도 홀몸으로 타향살이, 지방살이하는 설움을 토로하고 함께 애환을 달래고자 함이 전부인 것이다.

벌써 3회째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니 이제는 필자가 지방에 본사를 둔 사내변호사라는 것쯤은 굳이 밝히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고 싶다.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회사는 빈말이 아니라 정말 직원의 복리후생과 업무효율성을 위해 최적화된 회사이다. 세상에 이런 회사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삼시세끼 샐러드 옵션 달아 챙겨주시고 혹여 식사시간 없어 밥 굶을까 싶어 테이크아웃 메뉴까지 세심하게 건강식으로 준비해 주신다. 출퇴근 버스는 또 어찌나 잘 되어 있는지, 사내 체육시설에는 농구장과 탁구장이 구비되어 있고, 영어강사를 사내로 들여와 아침저녁으로 양질의 수업을 무료 수강하게 해주는 한편, 자율출근제라는 제도를 이용해 출퇴근 시간의 탄력적용이 가능하다. 물론 부서 분위기나 상사의 재량에 따라 개인차는 존재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퇴근 후에 발생한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즐거운(?)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대다수 지방 이전된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같이 허허벌판에 회사건물만 덩그러니 지어 놓으니 주변에 편의시설이 변변치 않다. 퇴근 후 숙소에 들어오면 맞아주는 가족, 친구, 애인은커녕 강아지 한 마리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왕복 3~4시간씩 걸리는 거리를 버스, KTX를 타고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칼퇴근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필자의 회사처럼 8시 이른 출근이 제도화된 곳에서는 아침잠 많은 사람에게 그마저도 큰맘 먹고 추진해야 하는 당일치기 여행계획이다. 그러니 가뭄의 단비마냥 한달에 한두번 있는 서울출장이야말로 뛸 듯이 기쁜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여기서 한 번 왠지 웃프다).

그래서 나를 비롯해 타향살이, 지방살이 중인 청년 및 장년 변호사님들께 깨알같은 팁을 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내가 현재 실행 중인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서럽다 서럽다 해도 내가 선택한 길이고 분명 이익형량해서 들어온 삶이다. 불평만 하고 있어도 인생의 시계는 흘러간다. 마치 군인들의 국방부 시계처럼. 오늘 하루가 내일의 하루보다 가치 절하되지 않는다면 선배님들이 귀에 딱지 앉도록 말씀해주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일단 친구를 만들자. 같은 지역 법조인 모임도 좋고 등산이나 댄스 동호회도 좋다.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말동무를 만드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또래의 솔로인 옆방 동성친구를 사귀었다. 늦은 시간 야식을 시켜먹을 때나 괜스레 외롭고 울적할 때 둘도 없는 친구이자 애인이 된다. 둘 다 갈 데가 없으니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이다. 그 다음 취미생활을 갖자. 책도 좋고 영화도 좋고(지방 영화관은 항상 빈자리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운동도 좋다. 어차피 서울에서 근무할 때에도 체력강화나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헬스장을 다녔던 나는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규모가 작다보니 진정한 의미의 퍼스널 트레이닝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받기 어려운 귀한 회원님 대접을 해주니 기분도 삼삼하다. 취향에 따라 쇼핑이나 근교 유적지 탐방, 주말 사우나를 주중 사우나로 대체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쓰고 보니 딱히 설움이라 할 것도 없다. 어쨌든 건강하고 발전적인 시간을 갖는 것은 본인하기 나름이고 그래도 정히 어렵거든 성공(?)해서 상경하면 될 일이다. 부디 타향살이에 지친 젊은 변호사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길 바라며 모든 청년 변호사들에게 춥지 않은 연말연시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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