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서울을 다녀온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조용한 회장이 올해도 여성변호사 간담회를 해야 할지 물었을 때 대뜸 간담회를 대신해 행사를 기획할 테니 여성변호사들에게 맡겨달라고 말했던 이유가.

부산의 다른 여성변호사 4명과 함께 처음으로 한국여성변호사대회에 참석하고 와서 대표로 보고 겸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였다.

사단법인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지난 9월 5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2015 한국여성변호사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하였다. 서울, 경기 지역의 여성변호사들은 물론이고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각지의 여성변호사들까지 참석해 대대적이고 흥겨운 행사로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는 하창우 대한변협 협회장과 김한규 서울회 회장도 참석해 여성변호사들을 성원해 주었고,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이 후배 여성 법조인들을 격려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강연도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 수가 이미 2만명을 넘어섰고 그 중에 여성변호사 수도 4200명 정도가 된 지금, 전국에서 모인 여성변호사들의 그날 행사는 여성변호사로서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고 그야말로 친목과 화합과 교류의 장이었다.

한 마디로 감동적이었고 부러웠다. 부산에서 과연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행사장에 앉아 있던 내내 그리고 늦은 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부산에서 현직 여성변호사들 중 최고령이 되어 버린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생각이 꼬리를 물었고 어깨는 갈수록 무거웠다.

부산지방변호사회의 경우, 작년에 등록순서로 100번째 여성변호사가 나왔고 올해 들어 120명 정도로 여성변호사 수가 증가되었다. 1948년 7월에 부산지방변호사회가 창립된 후 40년이 지나도록 여성변호사가 없다가 1989년에 가서야 제1호 여성변호사 회원이 등장한 것에 비추어 보면 정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양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초 부산지방변호사회 산하에는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가 발족되었고 연장자라는 이유로 위원장을 맡은 터라 혼자 좋은 잔치에 다녀 온 것으로 만족하고 지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애초 부산 지역에 여성변호사 수가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이던 시절에는 부산지방변호사회 집행부가 여성변호사들을 따로 챙기는 것이 아예 없었지만 점차 그 수가 늘어나 20~30명 선에 이르자 매년 여성변호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작년까지도 부산지방변호사회 회장과 상임이사들이 여성변호사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듣는 자리를 가졌었지만 나는 여성변호사들의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이런 간담회의 형태로는 더 이상 곤란하다는 생각을 해 오던 참이었다. 양질전환(量質轉換)의 시기가 온 것 같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말할 기회가 주어지길 기다리는 소수의 입장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불어난 몸집에 걸맞은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불쑥 말을 꺼내 놓고 돌아온 나는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는 여성변호사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전적으로 모든 것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출범 이후에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는 지역사회에서 여성변호사들이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활동기반을 조성해 주고 여성변호사들 간 연대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었다. 이제는 그간의 대외적인 사업에 더하여 기존에 해 왔던 간담회를 대체할 새로운 행사를 기획해야 할 차례였다.

우리는 각자의 송무일정으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계획하고 결정하고 하나씩 하나씩 실행해 나갔다.

행사의 목적을 정하고, 그에 맞춰 날짜와 식순을 결정하고, 강연자와 외빈을 섭외하고, 초청장과 포스터를 만들고, 언론에 보도 자료를 전달하고, 기념품과 답례품을 준비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행사장 배치를 결정하는 등의 실무적인 일거리들이 소매를 걷어붙인 TF팀 여성변호사들의 꼼꼼하고 야무진 손끝에서 해결되어 나갔다. 후배 여성변호사들의 능력과 책임감과 열정, 온전히 그 덕분에 마침내 부산에서 우리도 해 낼 수 있었다!

2015년 11월 20일 부산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개최된 제1회 부산여성변호사대회는 여성변호사들에 의한, 여성변호사들을 위한, 여성변호사들의 축제였고 동시에 부산지역 여성변호사들이 변호사로서의 사명을 새롭게 다짐하고 스스로의 위상을 되돌아보는 자리가 되었다.

앞으로도 부산 여성변호사들이 지역사회에서 변호사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해서 여성변호사대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의미를 더해가는 잔치마당이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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