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아 잠시 동안만 멈춰줄래. 너는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천천히 천천히 가주겠니….” 작년 어느 오디션프로그램 출연자의 자작곡입니다. 당시의 인기 덕분에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던 저 같은 사람조차도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초등학생인 딸은 불안한 음정으로 부르는 엄마의 노래를 듣기 힘들었는지 노래 망친다고 구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시간을 멈출 수는 있을까? 그 전제로 시간이란, 실제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시간이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과거라 부르는 시간도, 미래라 부르는 시간도 실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늘 지금 ‘이 순간’만 있을 뿐이죠. 지금 이 순간, ‘이 순간’을 잘게 쪼개면 이 순간조차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눌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 오로지 ‘이 순간’에 집중한다면 지금 존재하는 것은 ‘이 순간’이며, ‘이 순간’이 단 하나뿐인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멈춰진 것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어떤 충격적인 상황을 접했을 때 순간 모든 것이 멈추는 화면을 그리고는 합니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도 심하게 놀랐을 때는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낄 때가 있습니다. 또 시간이 너무나도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축구공이 저를 향해 아주 느린 속도로 날아오고, 저는 그 장면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어이없게 공에 맞고 마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 쉽게 경험하는 곳이 엘리베이터 안입니다. 저희 집은 12층에 있는데요.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12층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장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이 급할 때는 1층, 2층, 3층, 4층 숫자의 변화가 왜 그리도 더디던지.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같은 시간을 빠르게 또는 느리게 흐르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간은 절대적이거나 객관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고, 오히려 상대적이거나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와 시간의 속도는 정비례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요. 20대에는 20키로로, 40대에는 40키로로, 60대에는 60키로의 속도로 세월이 달린다는….

시간에 대한 과학적 또는 철학적 연구나 사유는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그에 대한 공부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최근 ‘신과 나눈 이야기(닐 도날드 월쉬)’라는 책을 읽다가 시간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발견하였습니다. 위 책에서 작가는 “‘시간’은 연속체가 아니다. 그것은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존재하는 상대성의 요소다.”, “‘시간’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다. 시간을 ‘지금이라는 영원한 순간’을 나타내는 탁상용 종이꽂이로 생각하라. 이제 그 종이꽂이에 여러 장의 종이가 꽂혀 있다고 상상해보아라. 차곡차곡. 이것들이 시간 요소들이다. 하나하나의 요소는 뚜렷하게 구별되지만, 다른 것들과 동시에 존재한다. 종이꽂이의 모든 종이는 한꺼번에 존재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도,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도…”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시간에 대한 견해는, 시간이 화살이 날아가듯 과거, 현재, 미래 직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종전의 생각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과거와 미래가 늘 현재와 함께 하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과거도 미래도 바꾸고 싶은 대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0시를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때쯤이면 잠을 자야한다고 느끼는 시간인데 결국 하루의 시작을 잠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잠을 깨고 실제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을 왜 0시로 하지 않은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가 보통 쓰는 달력들은 대부분 일주일의 시작을 휴일인 일요일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정표를 손수 제작하여 사용하던 시절 월요일을 일주일의 시작으로 해서 일정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문득 우리는 의도했던 또는 의도하지 않았던 잠을 하루의 시작으로, 휴식(일요일)을 일주일의 시작으로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잠은 우리의 의식을 멈추는 시간이고, 일요일은 고단한 일상을 멈추는 시간입니다.

시간이 실제 존재하는가?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최초의 의문으로 돌아와 그간의 생각을 짚어 보면, ‘시간은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하며, 시간은 멈출 수 있는 것이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면 지금 ‘이 순간’은 단 하나뿐인 시간, 멈춰진 시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시간을 멈추는 방법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늘 이러한 ‘멈춤’에서 시작하고 있으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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