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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헌법 제21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장용진 파이낸셜뉴스 기자  |  ohngbea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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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호] 승인 2015.12.14  10: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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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갖고,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필자는 지금도 헌법 제21조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그럼 그때까지 무허가 불법집회라며 우리를 두들겨 패던 전경들은 뭐냐 싶기도 했다. 남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자이더라는 정도의 충격이라면 이해가 갈까?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란 것을 처음 발견한 코페르니쿠스가 이정도로 놀랐을까 싶기도 했다.

필자가 처음 헌법학 교과서를 읽기 시작한 무렵이니 벌서 25년 전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집회와 시위는 으레 허가를 받는 것이고 허가를 받지 못하면 모조리 불법시위가 된다고 알던 때였다.

헌법이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를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자신들이 무슨 ‘집회 허가권’을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았고 집회신고서를 내도 가뭄에 콩나듯 허용해 줄까 말까했다. 대부분 무슨 이유를 대서든 집회불허 통보가 나왔다.

사실 ‘집회 허가제는 위헌’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다를 것은 없었다. 법원에 들고 가봤자 별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첫 심리기일이 잡히기도 전에 예정됐던 집회일이 지나버렸다.

당시 ‘민중대회’니 ‘범민족대회’니 하는 이름으로 열리던 숱한 집회들은 모두 이와 비슷비슷한 경로를 거쳐 불법집회가 됐고 대규모 경찰력이 동원돼 집회장소 주변이 ‘원천봉쇄’ 됐다.

이쯤되면 물리적 충돌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고 실제로 경찰진압봉과 쇠파이프,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이어졌다.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 쯤에는 경찰청장이나 무슨 장관같은 사람이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평화적인 집회는 허용하되 폭력행위는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평화적인 집회를 해야 겨우 허용해 줄까 말까 한데 감히 폭력을 쓰겠다면 감옥행을 각오하라는 말로 들렸다.

그런데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니…. 평화적인 집회는 누가 허용하고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 ‘국민의 권리’라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툭하면 집회불허 통보를 내리고서 ‘평화적인 집회는 허용한다’는 경찰청장들의 엄포야말로 불법이자 위헌이 아니냔 말이다.

헌법학을 좀 더 배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단지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집회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충격이었다. 그 때는 집회신고서를 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불법집회로 낙인찍혔고 공권력의 진압대상이 됐다.

돌이켜 보면 필자에게 있어 헌법 제21조의 발견은 ‘코페르니쿠스의 발견’ 같은 것이었던 듯 하다. 그때까지 알고 있는 합법과 불법의 기준과 상식을 뒤집은 새로운 세계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헌법 제21조’라는 ‘새로운 세계’를 처음 접하고 놀라워한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관련해 많은 판례를 내놓았다. 집회불허 통보에 대해서는 즉각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합법적인 집회의 길을 열어줬고, 이른바 ‘차벽’이 위헌이라는 판례도 나왔다.

평화적인 집회를 했다면 신고서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하지 못한다는 판례와 함께 ‘1인 시위’라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위기법도 인정해 줬다.

집회·시위가 ‘허가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사법부가 판례로서 확인해온 과정이었다.

이처럼 큰 변화와 발전이 거듭되는 동안 경찰과 검찰의 태도는 한발짝도 변하지 않은 듯하다. 최근 열린 ‘민중궐기대회’를 앞두고 검찰과 경찰은 공식 발표를 통해 “평화시위는 허용하되 폭력시위는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경찰은 실제로 집회불허 통고를 했다가 법원의 판결로 어쩔 수 없이 ‘허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한술 더 떠 “복면시위를 금지한 법은 없지만 엄벌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2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자신들이 집회를 허용하고 말고 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오히려 ‘법에는 없지만 복면금지’ 운운하면서 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해 초법적 행위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검·경의 주위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시위 허용’ 발언 위헌확인 헌법소원이라도 내야하는 것인지 답답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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