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에 맞추어 형사재판에서도 컴퓨터디스크·녹음테이프·비디오테이프 등과 같은 문자정보 저장매체나 녹음·녹화 매체가 빈번히 증거로 제출된다. 특히 휴대전화기에는 문자와 사진 촬영기능은 물론이고 통화 녹음과 녹화 기능까지 있어 정보저장매체의 증거가치와 활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절도나 폭력 사건에서 사건현장 주변의 CCTV, 교통범죄 사건에서 차량의 블랙박스나 휴대전화기 촬영 사진, 남녀 간의 면식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당사자 간에 주고받은 휴대전화기 카톡 문자, 사기나 협박 사건에서 휴대전화기 녹음 내용 등이 그러하다.

형사소송법은 도면·사진·녹음테이프·비디오테이프·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정보를 담기 위하여 만들어진 ‘물건’으로서 문서가 아닌 증거의 조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법원 규칙에 위임하고 있다(법 제292조의3).

대법원 규칙은 컴퓨터용 디스크 등에 기록된 문자정보에 대한 증거조사와 음성·영상자료 등에 대한 증거조사, 도면·사진 등에 관한 증거조사로 나누어 규정한다(법 제292조, 제292조의2, 규칙 제134조의7, 8, 9).

먼저,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문자정보를 증거자료로 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저장매체와 함께 문자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문자정보의 전부 또는 그 중 필요한 일부를 출력한 문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거조사는 법원에 제출된 정보저장매체를 공판정에 설치된 컴퓨터를 사용·조작하여 매체에 저장되어 있는 문자정보를 모니터 화면에 재현하고 문자정보를 낭독하면서 제출된 출력문서와의 내용적 동일성에 관하여 검증하는 방식으로 한다. 이는 컴퓨터용 디스크 등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에 기억된 문자정보의 내용을 출력한 문서를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증거조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공판정에서 내용적 동일성을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전문가를 통한 감정을 실시할 수 있다. 매체에 수록된 자료가 최초 입력 후 사후에 변경된 것이라는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입출력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인위적 조작여부에 대한 감정을 실시할 수 있다.

정보저장매체에서 출력한 문서를 ‘증거서류’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문서 내용을 공판정에 설치된 실물화상기를 이용하여 공판정 설치 화면에 띄우고 문자정보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한다.

증거조사를 신청한 당사자는 법원이 명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한 때에는 컴퓨터디스크 등에 입력한 사람과 입력한 일시·장소·방법, 출력한 사람과 출력한 일시·장소·방법 등을 밝혀야 한다(규칙 제134조의7). 이는 출력문서의 진정성립과 내용의 정확성을 담보하고 이에 관하여 다툼이 생기는 경우에 증인신문이나 감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이다. 컴퓨터디스크 등에 기억된 정보가 도면, 사진 등에 관한 것인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녹음·녹화테이프,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음성·음향·영상을 녹음 또는 녹화하여 재생할 수 있는 매체에 수록된 음성·음향·영상 정보에 대한 증거조사도 문자정보 저장매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음성·음향·영상 정보의 전부 또는 그 중 필요한 일부를 녹취한 문서(녹취서)를 그 녹음·녹화 매체와 함께 법원에 제출한다. 증거조사는 공판정에서 녹음·녹화 매체를 제시하고 그 내용을 재생하여 청취 또는 시청하면서 제출된 녹취서와의 내용적 동일성에 관하여 검증하는 방법으로 한다.

녹음·녹화매체 등에 대한 증거조사를 신청한 당사자는 음성이나 영상이 녹음·녹화 등이 된 사람, 녹음·녹화 등을 한 사람 및 녹음·녹화 등을 한 일시·장소를 밝혀야 하고, 법원이 명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한 때에는 녹음·녹음 매체 등의 녹취서, 그 밖에 그 내용을 설명하는 서면을 제출하여야 한다(규칙 제138조의8 제3항).

도면·사진 등에 관한 정보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증거서류와 증거물에 대한 조사방식의 규정을 준용한다. 매체에 담긴 정보가 문서의 사본인 사진으로 문자정보라면 ‘낭독’의 방식으로, 범죄현장사진이나 증거물의 사본인 사진이라면 ‘제시’의 방식으로 조사를 한다.

참고로, 정보저장매체로부터 출력된 문건이나 녹음·녹화된 매체에 녹음된 진술을 피고인이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와 달리 검사가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였다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의 증거로, 문자메시지로 전송된 문자정보를 휴대전화기 화면에 띄워 촬영한 사진을 제출한 경우, 위 문자정보는 범행의 직접적인 수단이고 경험자의 진술에 갈음하는 대체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 문자정보 사진에 대하여 피고인이 성립 및 내용의 진정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위법하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255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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