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변호사, 건승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너무 어지럽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탁류가 시샘을 하며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높은산 깊은 골짜기에서 신선한 새 물이 흘러내려 씻어 줄 때가 옵니다. 우리 박 변은, 탁류에 찌든 애타는 가슴들이 찾을 보금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숙명적인 인재임을 나의 오랜 교육 경력에서 느낍니다. 1961년 대학 졸업 즈음에 지리산에 갔다가 눈에 갇혀, 10일간을 산 중 2채만 있는 집에 머문 때가 있었습니다. 내다보면 전부가 흰색만이 있을 따름, 그 깊은 골짜기는 간 곳 없고, 평평한 둔덕으로 변해 있었으며, 오솔길은 없어져 버렸습니다. 주인 모친의 당부가 ‘축대 밑을 나서지 마라, 다섯발자욱만 잘못 떼면, 천길 낭떠러지라, 인생이 끝난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인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From Woo.”

나의 첫 의뢰인이 소송에서 패소한 후 나에게 보낸 편지다. 의뢰인이 소송에서 패소한 변호인에게 보낸 편지치고는 지나친 격려와 칭찬으로 가득해 다소 의아하다.

더욱이 글 내용 속의 주인공과 실제 인물간에 상이한 면이 많기 때문에 다소 낯뜨겁기 짝이 없으나 편지를 보낸 분의 글 내용을 살펴보면 나에게 전한 것이라기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변호인들에게 요청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 본고에서 소개하려는 것이다.

편지를 보낸 분은 동아대학교 전자공학과 우정인 명예교수님이셨다. 그가 의뢰한 사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인공위성사진을 살펴보면 인근주민이 우 교수 선산의 경계를 침범한 사실이 명백한데 대한지적공사의 측량도가 부정확하다는 것이다. 대한지적공사의 측량이 실제 경계선과 불일치함에도 침범사실을 인정하기는커녕 이같은 오차를 눈감고 있어서 이를 다투어 시정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분의 전공내용은 인공위성의 전파기술에 대한 분석이었다. 대기권의 유성으로 인해 인공위성에서 송신하는 전파내용에 다소 오차가 발생하지만 선진기술을 가진 러시아는 이를 보정하는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는 세부적인 사실도 설명해주셨다.

이와 함께 현재 일본인, 중국인같은 외국인이 국내토지를 매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토지의 실제 경계와 지적공사의 측량도 간 불일치에 관해 집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면 국가적인 혼란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들려주셨다.

비록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애틋한 사랑으로 나를 받아주셨던 그분은 지난 9월 26일 세상을 떠나셨다. 향년 74세. 그분의 편지를 이제 나는 가슴속에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그분을 통해 한국사회가 변호인들에게 요청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먼저 변호인으로서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사람이 될 것을 원하는 듯하다.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자유를 결정하는 일에 최전선에 서있는 변호사들은 단순히 법률지식만이 아니라 의뢰인들에게 따뜻한 가슴으로 접근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법률지식만이 아닌 전공지식을 활용한 법률가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제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에만 기대어 전문지식에 문외한인 법률가는 급변하는 시대에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예로든 인공위성도와 측량도를 비교하는데 전문지식을 가진 법률가는 법률서비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자가 될 것이다.

이러한 법률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제도의 나이는 불과 7살임에도 성장기를 거치기도 전에 막을 내리려는 시도들 이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성공적인 제도정착을 위해 기성법조인들은 밥그릇싸움에만 혈안이 된 터인지 어떤 협력도 하지 않은채 무조건적인 반대에 골몰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공익로펌을 설립하여 로스쿨 연수과정을 요청한 데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법무부의 의도가 궁금하다. 송무실력과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제기하는 이들에게 하버드로스쿨 역사상 최초로 편집장이 된 미 오바마 대통령이 유색인종 쿼터제로 합격한 사실을 아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 나의 첫 의뢰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변호인의 자화상을 가진 자들 즉 전문성과 인간성을 가진 법조인들을 양성하기 위해서 로스쿨제도가 건강하게 정착하는데 합력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또한 그것이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 행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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