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음주는 인정 못 받아”

회식에서 이어진 과음으로 사고가 났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를 두고 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 8일 회사원 A씨가 요양급여를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2년 7월 직장 동료들과 서울의 한 식당에서 회식을 끝낸 뒤 옆 건물 2층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에 많이 취한 A씨는 노래방 비상구 문을 화장실 문으로 착각해 열고 들어가려다 비상구 아래로 떨어져 골반 등을 다쳤다.

대법원은 “사업주 측이 주최한 회식자리라 해도, 팀장이 술을 강요하거나 폭음을 하는 등 전혀 강압적인 분위기가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자발적으로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며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2013년 군부대 회식 후 만취해 집으로 귀가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다 차에 치여 숨진 공군하사 B씨에게는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B씨의 유족이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사고지점은 집에서 2.9km가량 떨어져있는 곳으로 통상적인 퇴근경로에서 크게 벗어난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B씨가 사고지점에 간 것은 회식 중 마신 술로 인해 사리분별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택시기사에게 행선지를 잘못 알려줬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 사고는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퇴근하던 중 발생한 재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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