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오나 싶더니, 어느덧 난방을 찾게 되는 겨울이 찾아왔다. 찬바람이 씽씽 불 때, 치아의 시린 증상도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추운 날씨 탓에 면역체계가 조금 저하되는 것도 있지만, 차가운 공기의 바람이 직접 입 안으로 들어올 때 치아들이 자극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치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양치할 때, 차가운 물, 얼음뿐만이 아니라 대기중의 찬 바람에도 시린 증상을 느끼게 된다.

치아의 시린증상을 야기하는 원인은 치아우식증(충치), 치경부(치아-잇몸 경계부위를 지칭하는 치과용어) 마모증이나 치경부 굴곡파절증 중증의 잇몸질환(풍치) 등 꽤나 다양하게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치경부 마모증과 치경부 굴곡파절증이다. 치경부 마모증이란 치아와 잇몸 경계 부위의 치아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을 가리키며, 칫솔질을 세게 하는 등의 외부적인 요인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치아와 칫솔의 마찰이 강력하게 일어나면서 닳아 없어지는 것이다.

한편 치경부 굴곡파절증은 치아를 꽉 물거나 이를 가는 습관 때문에 치아의 일부가 부러져서 나오는 증상이다. 치경부 마모증은 둥글둥글한 형태로 치아가 닳아가는 반면, 치경부 굴곡파절증은 치아가 부러진 것이기 때문에 뾰족한 형태로 떨어져 나오게 된다. 이렇게 떨어져 나간 부위에 칫솔이나 차가운 물 혹은 차가운 바람 등이 닿을 경우, 굉장히 시린 증상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집에서 거울을 보고 자가 진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두 가지 증상의 차이는 명확한 편이다. 손톱 끝으로 치아의 파인 부분(혹 잇몸이 패인 부분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을 살짝 만졌을 때,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면 치경부의 일부가 떨어져 나온 것이고, 그 형태가 모서리가 없이 둥글다면 치경부 마모증, 모서리가 있고 날카롭다면 치경부 굴곡파절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치경부 굴곡파절증은 턱관절에서 시작하는 근골격계(씹는 근육)와 치아와의 부조화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씹는 작용의 원리는 근육이 턱관절과 아래턱을 움직이는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치아들끼리 맞부딪혀 씹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치아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데 씹는 근육이 발달한 경우, 치아에 너무 과도한 힘이 작용하여 치아의 제일 약한 부위가 떨어져 나오는 치경부 굴곡파절증이 가장 빈발하게 나타난다.

주로 동그란 얼굴 혹은 네모난 아래턱 얼굴을 가진 사람들에서 이런 증상이 호발하는데, 이는 볼 아래 쪽에 씹는 근육이 위치하여 근육이 발달한 사람들은 볼 아래쪽이 통통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근육을 통해 음식물을 씹을 때, 치아는 적게는 20kg 많게는 100kg의 힘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하중을 견뎌야 하는데, 치아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힘이 계속적으로 가해지는 경우 전술한 바와 같이 치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치아-잇몸 경계부위(치경부)의 일부가 떨어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씹는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행위, 이갈이나 이를 악무는 습관 등이 있는 사람의 경우도 이렇게 치경부 굴곡파절증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를 갈 때나 이를 악물 때에는 씹을 때 작용하는 힘보다 약 2~3배의 강한 힘이 작용하게 된다. 치아로서는 어떻게 버틸 방도가 없다.

이런 치경부 마모증과 치경부 굴곡파절증은 원인에 따라 진단이 다르고, 진단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르다. 치경부 마모증은 주로 칫솔 등의 외부적인 자극 때문에 치아가 닳아 없어지는 것이므로, 근본적으로는 칫솔질할 때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미세하고 가는 모를 이용하는 것이 좋고, 저자극성 치약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미 닳아 없어진 부분은 치아색 재료로 복원하여 때워주는 것이 시린 증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치경부 굴곡파절증은 근골격계의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식이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질기고 단단한 음식(오징어, 땅콩, 깍두기 등)은 최대한 피해야 하고, 보톡스와 같은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근육의 힘을 약화시켜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갈이나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을 경우, 치과용 스플린트 등의 특수장치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치아가 더 파절되지 않고 보호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시린 증상 개선을 위해 치아색 재료로 복원하여 때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신체 구조의 평형관계를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 평형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병장수 100세 시대에 건강한 치아로 평생 살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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