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원심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①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인 원고가 2008년 7월경 재건축상가 일반분양분을 우선 매수하려는 소외 1로부터 5000만원을, 재건축아파트 관리업체 선정 대가로 소외 2로부터 3800만원을 각 교부받은 사실, ② 원고는 2010년 4월 9일 이에 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로 처벌을 받으면서 위 합계 8800만원의 추징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은 후 그 항소와 상고가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자 2011년 2월 16일 추징금 8800만원을 모두 납부한 사실, ③ 한편 피고는 위 8800만원이 ‘뇌물’로서 구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3호가 정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2012년 9월 1일 원고에게 2008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2. 원심 판결의 주요 내용

원심 법원은, 원고가 확정된 형사판결에 따라 추징금 8800만원을 납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뇌물수수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부가적인 형벌로서 추징이 가하여진 결과에 불과하여 원귀속자에 대한 환원조치와 같이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과세소득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유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점에서 구 소득세법(2008. 12. 26. 법률 제9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1조 제1항은 ‘뇌물’(제23호),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에 의하여 받는 금품’(제24호)을 기타소득의 하나로 정하고 있다. 뇌물 등의 위법소득을 얻은 자가 그 소득을 종국적으로 보유할 권리를 갖지 못함에도 그가 얻은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가 사실상 소유자나 정당한 권리자처럼 경제적 측면에서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과세하지 않거나 그가 얻은 위법소득이 더 이상 상실될 가능성이 없을 때에 이르러야 비로소 과세할 수 있다면 이는 위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를 적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보다 우대하는 셈이 되어 조세정의나 조세공평에 반하는 측면이 있음을 고려한 것이고, 사후에 위법소득이 정당한 절차에 의하여 환수됨으로써 그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에는 그때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 이를 조정하면 충분하다. 그런데 형법상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의 범죄에서 몰수나 추징을 하는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이득을 박탈하여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이러한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그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그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아니한 것이므로 납세의무 성립 후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보아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이 타당하다. 즉, 위법소득의 지배·관리라는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몰수나 추징과 같은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등이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그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존재함에도 과세관청이 당초에 위법소득에 관한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던 적이 있음을 이유로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이러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므로 납세자는 항고소송을 통해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함으로써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심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4.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위법소득의 개념에 관하여는 세법에서 특별히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위법소득위법소득에 대한 과세 여부에 대하여 학설은 긍정설과 부정설의 대립이 있고, 판례는 과세를 긍정하고 있다. 부정설은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를 허용하면 위법성을 인정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거나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 또는 추징되면 그 행위자에게 또 다시 불이익을 과하는 것이 되어 불합리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리고 긍정설은 위법소득이라도 현실적인 소득을 얻고 있고,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가 위법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며, 조세는 형사벌 등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고,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를 부정하게 되면 위법소득자가 현실적인 소득을 얻고 있음에도 적법소득자보다 오히려 더 우대하는 결과가 되어 조세형평에 반한다는 점이 논거로 제시된다(임승순, 조세법, 371, 372면 참조).

그런데 소득세법은 소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을 일일이 열거하여 그 열거된 소득에 대하여만 소득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소득세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소득에 대하여 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 그러나 소득세법은 개인의 소득이라는 경제적 현상에 착안하여 담세력이 있다고 보여지는 것에 과세하려는데 그 근본취지가 있다 할 것이므로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 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판결). 따라서 범죄행위로 인한 위법소득의 경우에도 과세소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소득세법이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는 이상 소득세법에서 열거한 소득을 구성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법소득이라도 소득세법이 열거하고 있는 소득에 해당하지 않으면, 과세할 수 없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3호에서는 ‘뇌물’, 같은 항 제24조에서는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에 의하여 받는 금품’을 각각 기타소득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판결 사안에서도 회사의 부사장이 회사의 공장부지를 매각하고 착복한 대금이 법인세법상 소득처분에 따른 인정상여로 위 부사장에게 귀속되었고, 이는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를 긍정하였다.

한편, 대상판결은 위법소득의 지배·관리라는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납세의무가 성립한 후 몰수나 추징과 같은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전제를 잃게 된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타당한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를 긍정한 주요한 근거는 위법행위자가 위법행위를 통하여 현실적인 소득을 얻고 있고, 그것이 환원되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 몰수나 추징을 통하여 위법행위자가 그가 취한 현실적 소득을 상실하게 되었다면 그에게 귀속되었던 경제적 이익이 없어진 것이므로, 세법적인 측면에서 납세의 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전제에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소정의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에 의하여 납세의무의 부담을 벗을 수 있다고 설시하고 있는바, 동 조항에서는 후발적 사유의 발생을 안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사유로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1호), 소득이나 그 밖의 과세물건의 귀속을 제3자에게로 변경시키는 결정 또는 경정이 있을 때(2호), 조세조약에 따른 상호합의가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의 내용과 다르게 이루어졌을 때(3호), 결정 또는 경정으로 인하여 그 결정 또는 경정의 대상이 되는 과세기간 외의 과세기간에 대하여 최초에 신고한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할 때(4호), 제1호부터 제4호까지와 유사한 사유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해당 국세의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에 발생하였을 때(5호)를 각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에서는 제5호의 후발적 사유로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 있어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에 관계되는 관청의 허가 그 밖의 처분이 취소된 때(1호),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 있어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에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계약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해제되거나 취소된 때(2호),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 있어서 장부 및 증빙서류의 입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을 계산할 수 없었으나 그 후 해당 사유가 소멸한 때(3호), 그 외 위 각 호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때(4호)를 각 규정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각호의 후발적 사유 중 어느 조항에 근거하여 경정청구가 가능한 것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몰수나 추징과 같이 범죄행위로 인항 이득을 박탈하여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판결이 내려진 경우 과연 어느 조항에 근거하여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 제1호와 관련하여서는, 대법원이 “제1호에서 정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란 최초 신고·결정 또는 경정이 이루어진 후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에 의하여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최초 신고 등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없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는바(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2379 판결), 이와 같은 판시내용에 비추어 보면 몰수나 추징 판결이 제1호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인지 그 해석·적용에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둔 취지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있는 것이므로, 경정청구의 근거조항으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또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4호를 검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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