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1모1839 전원합의체결정

I. 사건개요와 경과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는 2011년 4월 25일 준항고인 1등에 대하여 횡령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아 준항고인 등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결과, 이 사건 저장매체에 영장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있는 부분과 관련없는 정보가 혼재되어 있는 등으로 현장에서 선별압수하기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판단하고, 피압수자의 동의를 받아 저장매체를 압수하는 형식으로 외부에 ‘반출’하고, 그 익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타에 인계하여 ‘이미징’의 방식으로 복제하게 한 후(‘제1처분’) 같은 해 5월 2일 매체원본을 반환하였다. 위와 같이 이미징한 복제본을 5월 3일부터 같은 달 6월까지 검사 자신이 소지한 외장 하드디스크에 재 복제(‘제2처분’)하고, 계속해서 같은 달 9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외장 하드디스크를 통하여 제1영장 기재 범죄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탐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준항고인 2의 약사법 위반·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 등 제1영장 범죄사실과 무관한 정보들도 함께 출력(‘제3처분’)하였고, 그 과정에서 준 항고인 측에게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

이어서 동 검사는 준항고인 등의 배임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던 중 우연히 별건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등에 관련된 정보를 발견하고 이를 문서로 출력한 후 동 검찰청 특별수사부에 통보하고, 동 소속 검사가 2011년 5월 26일경 다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아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별건 정보를 탐색·출력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하였고, 그 과정에서 준항고인 측에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 또한 교부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심(수원지법 2011. 10. 31. 자 2011보2결정)은, 2011년 4월 25일 ‘제1영장’과 같은 해 5월 26일 ‘제2영장’의 각 집행과정에서 피압수자 등의 참여권이 배제되었고, 압수목록의 부여 등의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채 각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에 대하여 까지 무차별적으로 복제·출력하였다는 등을 이유로 각 압수처분을 취소하자 검사가 본 건 재항고에 이르렀다.

Ⅱ. 대상사건의 결정요지

1. 전자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을 외부로 ‘반출’하고, - 이처럼 적법하게 획득한 복제본 등을 탐색하여 문서로 출력하는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 준항고 법원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구분된 개별 처분의 위법이나 취소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해 압수·수색 과정 전체를 하나의 절차로 파악하여 그 과정에서 나타난 위법이 압수·수색 절차 전체를 위법하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에 따라 전체적으로 그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할 것인지를 가려야 할 것이다(제1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나, 제2·3처분의 위법의 중대성에 비추어 위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이 전체적으로 취소되어야 한다).

2.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제2영장 청구 당시 압수할 물건으로 삼은 정보는 그 자체가 위법한 압수물이어서 별건 정보에 대한 영장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제2영장에 기한 압수·수색 당시 그 과정에 참여할 기회나 전자정보 목록 등의 교부가 없어 제2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은 전체적으로 위법하다).

Ⅲ. 대상 결정의 평석

1. 문제제기

컴퓨터 등 특수한 정보저장매체는 대다수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회사의 영업비밀 등을 다량보관하고 있고(대용량성), 언제든지 복제나 변조가 가능하고(복제용이성), 일단 복제하면 원본과의 구분도 용이하지 않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독립매체성). 따라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에 관해서는 영장심사 단계에서의 사전적 통제는 물론 영장집행과정이나 그 이후의 사후적 통제가 크게 문제되고 있다.

본 결정은 전자저장매체를 예외적으로 압수하여 외부로 이동하는 행위를 ‘반출’이라고 하고, 그 이후 복제·탐색·출력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압수·수색의 ‘일련’의 행위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반출 이후에의 과정에서도 피압수처분자 등의 참여가 배제되거나 무분별한 복제 등을 통제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위법의 중대성을 이유로 소급해서 압수전체를 취소하고 있다.

반면 압수·수색의 과정에서 우연히 다른 범죄의 증거임이 명백한 정보를 발견한 경우에는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고 하여 별건정보에 대해 적법하게 압수할 수 있는 일응의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저장매체의 외부로의 ‘반출’에 대한 법적 성격을 재조명해 보고, 새로 발견된 별건정보의 적법한 압수기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2. 저장매체의 외부 ‘반출’에 관한 새로운 법리구성에 관해서

전자정보의 왜곡이나 훼손, 오·남용 및 임의적인 복제·복사, 무분별한 별건범죄 수사에의 이용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통제장치로서 그 과정에서도 피압수자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외부로 반출하여 영장의 집행이 이미 종료한 이후임에도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등을 그대로 적용하여 피압수자 등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해석은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외부로 ‘반출’후 해당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을 복사하는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압수·수색영장 집행의 일환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만으로 소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하듯이 적법하게 이루어진 제1차 압수처분에 대해 사후 제2, 3차 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소급해서 취소할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로서는 부족하다.

한편 기존 판례와 같이 영장기재 범죄사실과의 ‘관련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저장매체의 외부로 이동행위를 피압수자로부터 강제로 빼앗아 ‘압수’형태의 ‘반출’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전자적인 상태의 정보 수집은 전자정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쓰기방지장치를 하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찾아내는 특별한 기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보의 ‘압수’라기 보다는 오히려 포렌식(forensic) 전문가의 ‘검증’에 유사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전자정보를 ‘검색’하고 ‘복구’한다고 하는 ‘수색’에 유사한 추가적인 처분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전자정보의 수집을 위해서는 ‘수색과 검증’이라는 새로운 영장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어떨까? 통째로 빼앗아 외부로 반출하는 형태의 ‘압수’처분보다는 피처분자의 부담을 감경하면서도 ‘수색과 검증’에 필요한 처분(제120조)으로서 전자저장매체를 필요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외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 플레인 뷰(Plain view) 상태의 별건 정보의 압수에 관해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하는 과정에서 영장범죄사실과 전혀 관련성이 없음에도 다른 범죄의 증거임이 분명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 수사관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처음부터 의도한 별건수사가 아니라면 수사기관은 당연히 이를 인지하여 수사하여야 한다(제196조).

본 사안과 같이 배임이나 횡령혐의로 회사의 장부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횡령한 돈의 사용처를 수사하다보면 리베이트나 공무원에 대한 뇌물사건으로 나아가는 것은 충분히 예견가능한 일이다. 수사는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것이어서 우연한 기회로 수사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을 지적하여 수사의 역동성이라고도 한다.

본 결정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별건 범죄의 증거를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⑴수사기관으로서는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다음, ⑵당해 정보의 원래의 피압수자에게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제129조에 따라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압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응 바람직한 판결이다.

다만 미국에서 판례(Coolidge v. New Hampshire)상 인정해 오고 있는 플레인 뷰(Plain view)이론에 비해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턱없이 완고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다른 범죄의 증거임이 명백한 경우 영장 없이 일단 압수를 허용한 다음 사후영장을 받게 하고, 우연성의 요건 또한 점차 완화해 가는 방향으로 판례의 축적을 기대해 본다.

Ⅳ. 대상결정의 평가

본 결정은 전자정보 매체를 ‘반출’하여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 사후적으로 피압수자 등의 참여와 임의적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정절차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종전 판례를 재확인하면서도 사후 절차상의 위법이 중대한 경우에는 당해 정보의 증거능력 배제는 물론 압수 전체의 효력을 소급해서 부정함으로써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압수물의 소지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별건 범죄정보에 대해서는 적법하게 압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장에서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강제적인 점유를 빼앗는 ‘반출’행위 자체를 일련의 압수처분으로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압수·수색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3지에의 이동’과 같이 새로운 집행방법이나 ‘수색과 검증’이라는 피압수자의 부담을 경감하는 새로운 영장제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결정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