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은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과 범죄피해자구조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피해자의 인권은 피의자 인권보다 소홀하게 다뤄져온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 범죄학은 가해자 중심 측면에서 범죄원인, 범죄자의 처벌 및 처우를 논하는데 치중하여 형사피해자는 범죄의 직접 당사자임에도 오랫동안 형사사법에서 배제돼 왔다.

최근에는 강력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고나 증언에 앙심을 품고 벌이는 ‘보복범죄’,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하는 ‘묻지마 범죄’ 등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의 범죄가 증가하면서 형사피해자의 신변보호와 구제책 마련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이 더욱 요긴하게 됐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형사피해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 및 보호체계를 갖추려고 노력중이다. 법무부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권리 등에 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범죄피해자구조금 마련을 위한 별도의 법을 제정했다. 또한 강력범죄피해자의 심리치유시설을 확대하는 등 후속조치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형사피해자 지원시스템에 비교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형사절차의 당사자를 법원, 검사, 피고인으로 정하고 있는 법체계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 범죄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신체적·정신적 피해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데도, 현재 형사절차상에서는 피해자가 법령에 일부 규정된 권리 이상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란 불가능하다.

형사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피해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면 이 또한 국가의 의무방기이다. 형사피해자를 유죄입증을 위한 증인 정도로만 대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가해자와 대등한 차원에서 사건의 직접적 이해관계자로 대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형사절차상 피해자 참가제도의 도입, 피해자 변호인제도의 확대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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