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인정신문과 공소사실인부 등 모두 절차가 끝난 후에는 증거조사가 진행된다(법 제290조). 증거조사는 법원이 피고사건에 관한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 필요한 심증을 얻기 위하여 증거자료를 조사하여 그 내용을 감지하는 소송행위로 증인의 증언을 청취하거나 증거물의 형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증거신청과 법원의 증거결정 및 이에 대한 이의신청과 법원의 결정 등도 증거조사에 포함되는 절차이다(법 제295조, 제296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대하여 모두 동의하는 경우 재판장은 검사로부터 증거(수사기록)를 모두 제출받고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는데 피고인에게 ‘증거의 개요를 고지’하는 방식으로 한다. 때로는 간이공판절차를 개시하여 보강증거 유무를 중심으로 수사기록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방식으로 하기도 한다. 만약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증거동의의 의사표시를 취소 또는 철회하고자 한다면 증거조사 완료 전까지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7. 15, 2007도5776).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 예컨대 피해자진술조서, 공범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전문증거에 대해 부동의를 하는 경우 검사는 해당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여받기 위해 진술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게 된다. 증거물의 경우에는 증거동의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동의여부와 상관없이 증거로 채택된다. 피고인도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 등 각종 증거를 신청하게 된다. 증거신청에 대한 채택여부는 법원의 재량이므로 법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조사하지 않을 수 있다(대법원 2011. 1. 27, 2010도7947, 헌재 2013. 8. 29, 2011헌바253). 보통 검사나 피고인이 증거를 신청하지만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기도 한다(법 제295조).

증거조사의 순서는 검사가 신청한 증거를 조사한 후 피고인이 신청한 증거를 조사하고 법원은 그 조사가 끝난 후 직권으로 결정한 증거를 조사한다. 법원은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위 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법 제291조의2). 증거조사의 방식은 제출된 증거자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증거자료가 물건일 경우에는 ‘제시’, 증거서류일 경우에는 ‘낭독’, 증인일 경우에는 ‘신문’을 한다. 형사소송법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서류나 물건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고, 증인·감정인·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신문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294조 제1항). 그 밖에 검증이나 감정을 신청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먼저, 증거물은 그 물건의 존재 및 상태가 증거자료로 되는 것이므로 증거조사방식은 ‘제시’이다(법 제292조의2). 예컨대, 검사가 살인 피고사건에 있어서 살인범행에 사용된 흉기인 칼을 증거물로 신청하는 경우 ‘제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법원은 오관의 작용을 통해 칼의 존재나 성질, 형태 등에 대해 ‘검증’을 하고 그 결과를 기재한 검증조서를 작성한다(법 제49조, 제311조).

다음으로, 증거서류는 그에 기재된 내용이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므로 증거조사방식은 ‘낭독’이다. 원칙적으로 증거 신청인이 낭독하지만,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서류를 조사하는 때에는 소지인 또는 재판장이 이를 낭독한다.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낭독에 갈음하여 ‘내용의 요지를 고지’하거나 ‘제시하여 열람’하게 하는 방법으로 조사를 할 수도 있다(법 제292조, 규칙 제134조의6). 실무상으로는 주로 내용의 요지를 고지한다. 예컨대, 사기 피고사건에 있어서 차용증을 증거로 조사하는 경우 신청인인 검사는 그 내용을 낭독을 하거나 내용의 요지(또는 제시 열람, 이하 동일)를 고지한다. 만약, 피해자의 병원치료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법원에 관련 기관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하고(법 제273조) 그 회신 내용을 증거로 신청하며 재판장은 증거로 채택된 회신 내용을 낭독하거나 내용의 요지를 고지하는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한다. 참고인진술조서 등과 같은 증거서류의 경우에는 전문법칙에 관한 형소법 규정이 적용되어 검사는 원진술자를 증인으로 신청하여 조서의 진정성립여부를 확인하는 등 검사와 변호인이 증인을 ‘신문’을 하는 방식으로 조사한다.

그 다음으로, 증거물인 서면의 경우에는 그 본질은 증거물이지만 증거서류의 성질도 가지고 있으므로 제시하면서 낭독하거나 내용의 요지를 고지한다. 예컨대, 문서위조죄에 있어서 위조된 문서는 검사가 제시를 하면서 낭독을 하거나 낭독 대신 내용의 요지를 고지하는 방식으로 조사한다.

기타 살인현장을 목격한 증인이 나타났다면 증인신청을 하여 채택되면 증인신문을, 살인사건 현장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증신청을 하여 채택되면 현장검증을, 살인현장에 남겨진 머리카락에서 유전자를 확인하고자 한다면 감정신청을 하여 채택되면 감정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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