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청변카페
[청변카페]소년보호사건에 관한 단상
박재성 변호사·사시 51회  |  hobby2000@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566호] 승인 2015.11.16  10:06:4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지난달 몇 건의 소년보호사건이 들어왔다. 우선 기록복사를 한 뒤 보호소년들을 접견하기 위해서 대전에 있는 대산학교로 갔다. 아이들은 흡사 훈련병처럼 ‘~했습니다’, ‘~됩니까’ 등의 군기 잡힌 어투로 말을 했는데, 나도 불편해서 그러지 말고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 먼저 기록에 기재된 ‘범죄사실’ 또는 ‘(보호처분변경)신청이유’를 말해주고 사실인지 물어본 뒤 모두 사실이라면 그 동기와 참작사유를, 일부라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어떤 내용이 다른지 등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 중 작년에 소년보호사건의 국선보조인을 하면서 변호를 해주었던 아이를 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물론 법원에서 온 통지서와 기록을 통해 그 아이와 접견하게 될 것을 예상했었지만, 그 아이의 개인사를 알고 있었기에 막상 다시 만나게 되니 안타깝기만 하였다.

그 아이는 고아였다. 출생 직후부터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육아원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생활을 해오던 중 소위 ‘비행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일탈행위를 하게 되었고, 급기야 작년에는 함께 절도를 하다가 체포되어 소년보호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판사님도 그 아이가 고아라는 사정을 고려해서 경한 처분인 6개월 시설감호위탁처분을 내려주었다. 그런데 왜 이 아이에게 보호처분변경신청이 들어왔는지 기록을 보니, 그 사이 준수사항 위반 및 재범 등으로 2차례 소년보호처분을 받았고, 가장 최근에 받은 시설감호위탁처분 중 ‘주거지 상주의무’를 위반하여 변경신청이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쉼터에서 왜 나왔냐는 물음에 그 아이는 돈이 없어서 돈을 벌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즉 쉼터에서는 숙식은 제공되지만 용돈 및 학비는 주민센터를 통해 1학기에 6만원 정도 지급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기에 돈이 필요해서 그곳을 나왔고 같은 보육원 출신 누나의 소개를 받아 택배회사에서 약 1달 보름 정도 일을 해서 약 100만 원 남짓한 돈을 벌었다고 한다. 접견을 마치고 쉼터와 택배회사에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게다가 쉼터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 아이에게는 기초생활수급비로 매월 약 45만원 정도가 지급되지만, 시설에 입소할 경우 중복지원이 금지되어 45만원의 수급비는 지급될 수 없고, 성년이 될 경우 자립자금으로 약 300만 원 정도가 지원된다고 한다. 내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1만 원으로 1달 용돈 및 학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과연 누가 이 아이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보호소년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 아이들의 가정환경에 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보호소년 뒤에는 대부분 문제 부모가 존재한다. 보호소년들은 자신들의 부모에 관해서 ‘자녀의 비행에 관해 욕설과 폭력으로 해결하는 부모, 맞벌이를 하느라 자녀와 대화할 시간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는 부모, 알코올 중독증이 있는 아버지, 잦은 부부싸움을 하는 부모’ 등으로 표현하였고, 더불어 부모에 대한 불만도 얘기를 하였다. 돌아가야 할 가정에서 아무런 위안과 보호를 받지 못했던 그 아이들이 쏟아낸 불만은 ‘나에게 관심을 가져달라, 나의 고민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요청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물론 접견내용을 토대로 각 부모님들과 전화통화를 해 보면 보호소년들의 잘못도 분명히 있었지만, 부모님의 자녀에 대한 냉담한 반응과 무관심을 종종 접하게 되었고, 남의 일처럼 말할 땐 나조차 당혹스러웠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열린 심리기일의 법정은 보호소년과 부모의 울음소리로 다소 숙연해졌다. 대부분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출석했으나 그 고아소년은 혼자였다. 나는 그 소년의 선처를 구하며 택배회사로부터 그 소년이 쉼터를 이탈했던 기간 동안 회사에서 택배분류 일을 했었고 급여도 받았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받아 제출했으나, 판사님은 그 소년의 준수사항 위반 및 재범 그리고 장래를 위해서 중한 처분을 내렸고 그 소년은 덤덤한 표정으로 처분을 받아들이면서 대기실로 돌아갔다.

법정을 나오면서 내가 최선을 다해 변론을 해주었는지 자문했다. 변호사가 소년보호사건의 보조인으로 변호해 줄 수 있는 범위는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서 좁다. 그래서 중한 처분을 받은 보호소년들에게는 왠지 미안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천종호 판사님의 책 제목처럼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라는 말을 차마 해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부디 그 소년들이 다시는 법정에 ‘보호소년’의 신분으로 서지 않기를 소망한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또 헌법 무시 ‘개악’ 세무사법안 반대
2
[기자의 시선]펭수가 말합니다
3
[인터뷰]한의사, 사업가에서 법률전문가로, 의료정책 변화와 회원 권익 보장을 꾀하다!
4
[사설]전면적인 세무대리 부정하는 세무사법 개정 시도 규탄한다
5
“반인권적 북한 주민 강제북송 … 정치 논리보다 인권 우선해야”
Copyright © 2019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