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두37924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2006년 2월 9일부터 2007년 5월 15일까지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A로부터 합계 2억3900만원을 무상으로 대여받았다(이하 ‘이 사건 대여’라고 합니다). 피고는 원고가 위 대여금액에 연 9%의 적정 이자율을 곱하여 계산한 합계 8604만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2012년 6월 1일 원고에게 상증세법 제2조 제3항, 제41조의4 제1항 제1호, 제42조 제1항 제2호 등을 적용하여 증여세 합계 1341만6430원을 결정·고지하는 이 사건 각 처분을 하였다.

2.원심 판결의 내용
원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14. 5. 21. 선고 2013누5291 판결)은 제1심 판결(서울행정법원 11. 15. 선고 2013구합54991 판결)을 원용하면서 피고(처분청)의 항소를 기각하였는데, 제1심 판결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제1심 법원은 A가 원고에게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하여 이자 상당액의 이익을 이전하였다고 보고 이는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에는 해당하나,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할 수 없어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할 수 없다고 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원고와 A는 특수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대여에는 상증세법 제41조의4 제1항 제1호가 적용될 수 없고,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2호는 ‘타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용역을 제공받음으로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에 그 이익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상증세법에는 ‘용역’의 개념에 관한 규정이 없어 다른 조세법령에 의하여 그 의미를 해석할 수 밖에 없는데, 부가가치세법상 금융 및 보험업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어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할 수 없으며,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성을 해할 수 있어서 상증세법 제41조의4 제1항 제1호를 비특수관계인의 금전 무상대출에 유추적용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상고이유 제2점(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2호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 오해)에 대하여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1. 12. 31. 법률 제11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은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함에 따라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무상 사용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법 제41조의4 제1항 제1호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1억원 이상의 금전을 무상으로 대출받은 경우에는 금전을 대출받은 날에 대출금액에 적정 이자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을 그 금전을 대출받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법 제42조 제1항은 ‘제37조, 제41조의4 등에 따른 증여 외에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이익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무상으로 1억원 이상의 재산(부동산과 금전은 제외한다)을 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 등을 들고 있고, 제2호에서 ‘무상으로 용역(불특정 다수인 간에 통상적인 지급 대가가 1000만원 이상인 것만 해당한다)을 제공받음으로써 얻은 이익’ 등을 들고 있다.

이들 규정의 문언 내용과 체계, 법은 제37조 제1항과 제41조의4 제1항 제1호에서 부동산과 금전의 무상사용·대여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관하여, 제42조 제1항 제1호에서 부동산과 금전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의 무상사용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관하여 각 규정하고, 같은 항 제2호에서 용역의 무상제공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재산의 무상사용에 따른 이익의 증여를 용역의 무상제공에 따른 이익의 증여와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법 제41조의4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금전의 무상대여에 따른 적정 이자율에 의한 이자 상당액의 이익은 법 제42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한 ‘무상으로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얻은 이익’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원심판단에는 법 제42조 제1항 제2호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1점(상증세법 제2조 제3항, 제41조의4 제1항 제1호, 제42조 제1항 제2호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 오해)에 대하여
변칙적인 상속·증여에 사전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가 도입되어 세법 고유의 포괄적인 증여 개념을 도입하고 종전의 증여의제규정을 일률적으로 증여재산가액의 계산에 관한 규정(이하 ‘가액산정규정’이라고 한다)으로 전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행위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같은 조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의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고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특정한 유형의 거래·행위를 규율하면서 그중 일정한 거래·행위만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한정하고 그 과세범위도 제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규율하고 있는 거래·행위 중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가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그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

법 제41조의4 제1항은 특수관계자 간의 직접 증여에 따른 증여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금전을 무상대여하거나 낮은 이자율로 대여하는 경우 적정 이자율과의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두10959 판결 참조). 즉, 위 규정은 특수관계자 간의 금전의 무상대여 등의 거래에 한정하여 증여이익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법 제42조 제1항 제1호는 부동산과 금전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의 경우에만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자 간의 무상사용 등의 거래에 대하여 증여이익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자 간의 금전의 무상대여 등의 거래를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취지임이 분명하고,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도입으로 인하여 이러한 입법의도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거래로 인하여 금전을 대여받은 자가 얻은 이익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하는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이익에 대하여는 이를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 제2조 제3항 등을 근거로 하여 주주 등에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

원고가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자로부터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받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로 인하여 원고가 얻은 이익에 대하여는 법 제2조 제3항 등에 의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고, 또한 이러한 이익이 법 제42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한 ‘무상으로 용역을 제공받음으로써 얻은 이익’에 해당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결국 법 제2조 제3항, 제41조의4 제1항 제1호, 제42조 제1항 제2호 등을 적용하여 원고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이 사건 각 처분은 증여세 과세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 원심판단에는 법 제2조 제3항, 제41조의4 제1항 제1호, 제42조 제1항 제2호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4.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2003. 12. 30. 법률 제7010호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고 한다)이 개정되었다. 이 상증세법 개정을 통하여 소위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었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제2조 제3항이 신설되면서 포괄적인 증여개념을 규정함과 동시에 종전 열거방식의 증여의제규정(14개 규정)이 예시규정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대하여 조세법률주의, 구체적으로는 과세요건명확주의 위반 여부와 관련하여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개별예시규정에서도 일정한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어떠한 경우에는 과세가 되고 어떠한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즉, 증여세 과세대상과 그 범위가 분명하지 않고, 또한 증여재산가액은 어떻게 산정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상판결은 그 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여러 쟁점 중 하나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증여세 과세대상에 관한 제2조 제3항을 과세근거로서 부정하는 것이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한 상증세법의 관련 규정내용이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대상판결이 원심판결과 그 결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으나,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판단을 달리하고 있다. 즉, 원심에서는 비특수관계자인 A가 원고에게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하여 이자 상당액의 이익을 이전하였으므로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증여재산가액 계산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어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할 수 없어 위법하다는 것이었다. 반면, 대상판결은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자 간의 금전의 무상대여 등의 거래는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상증세법 제41조의4 제1항 및 제42조 제1항 제1호의 입법취지라고 보고, 그 거래로 인하여 금전을 대여받은 자가 얻은 이익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하는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증세법 제2조 제3항 등을 근거로 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개별 증여재산가액 산정규정이 특정한 유형의 거래·행위를 규율하면서 그 중 일정한 거래·행위만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한정하고 그 과세범위도 제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았고,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에 대하여는 상증세법 제2조 제3항 소정의 증여의 개념에 부합하더라도 그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원고와 A간의 2006년 2월 9일부터 2007년 5월 15일까지의 거래인데, 2013년 1월 1일 법률 제11609호로 상증세법이 개정되면서 제32조에서 증여재산가액 계산규정을 두었고, 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세 규정인 제41조의4가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에도 적용된다는 규정을 두었다. 상증세법 제32조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확대 적용에 따른 과세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인데, 개별 증여재산가액 규정에 의하여 증여재산가액이 산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그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법리에 의하더라도, 증여재산가액 계산 규정인 제32조가 도입된 이후에 과연 개별 증여재산가액 산정규정과의 관계에서 제32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향후 여러 분쟁사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통하여 그 기준이 세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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