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건조한 겨울철, 피부가 메마르고 건조하다보니 팔꿈치나 무릎에 하얀 각질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깨끗이 씻고, 열심히 보습제를 발라줘도 하얀 각질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각질을 없애려 하면 할수록 몸 군데군데 켜켜히 쌓이기까지 한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 하얀 각질은 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한 때가 아닐 수 있다. 바로 ‘건선’이라는 피부질환이다.

단순 피부건조증과는 다른 건선

건선은 표피가 빠르게 증식하는 피부질환이다. 건선환자들은 표피의 각질을 형성하는 세포 주기가 정상인보다 8배 이상 빠르다. 때문에 은백색의 각질이 층층이 쌓이고 떨어지길 반복한다. 얼핏 보면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고, 각질이 비늘처럼 층층이 쌓이는 모양새가 일반 각질과 비슷해 착각하기 쉽다. 일반 각질과 건선은 발생하는 부위도 비슷하다. 무릎이나 팔꿈치, 종아리, 손, 발 등에 많이 생긴다. 주로 움직임이 많고 외부에 노출된 부위, 미세한 손상이 많은 관절부위에 발생한다. 일반 각질과 다른 점은 증상이 심한 경우 하얀 각질이 전신을 뒤덮어 전염성 질환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건선은 다른 피부질환처럼 통증이나 가려움증 같은 증세가 없다. 또 건선은 일반 각질과 같이 날씨가 건조한 겨울에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평소보다 각질이 일어나는 양도 많아지고 떨어져 나가는 크기도 크다. 이는 겨울철 건조증으로 일어나는 일반 각질과 비슷해 자칫 오해하기 쉽다.

건조함은 건선의 적

건선은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몇 가지 요소에 의해 악화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건조함이다. 겨울에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먼저, 지나친 난방은 피부수분의 증발을 촉진시키므로 18~20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2~3시간에 한번씩 실내환기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목욕이나 샤워를 자주 하게 되는데, 잦은 목욕이나 샤워는 좋지 않다. 샤워는 하루 1회, 탕욕은 주 1회 정도가 적당하다. 뜨거운 물로 하는 샤워는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하므로 체온보다 약간 높은 36~37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 적당하다. 비누사용은 가급적 줄인다. 또 때수건을 이용해 각질을 제거하려해서는 안된다. 자칫 피부를 손상시키게 되어 습진이나 염증과 같은 2차 감염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욕 후에는 반드시 보습제를 발라 피부의 수분증발을 막도록 한다. 보습제는 목욕 후 몸에 물기가 아직 촉촉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바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 외에 주 2~3회, 20분 정도의 반신욕이나 족욕도 도움이 된다.

겨울철에 흔히 입게 되는 니트, 모직, 코듀로이(골덴) 등의 소재는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런 소재의 의류는 거친 재질이어서 피부를 자극해 피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따라서 니트나 모직으로 된 소재의 옷을 입을 때에는 안에 면 소재의 옷을 받쳐 입거나, 부드럽고 땀 흡수가 잘 되는 안감이 있는 것을 선택하도록 한다. 또 겨울 의류들은 대부분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이클리닝 원료에는 만성피부염을 일으키는 유해물질(포름알데히드 등)이 함유되어 있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드라이클리닝을 한 후에는 비닐커버를 벗기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3~4일 정도 두어 남아있는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음식도 조심해야 한다. 물론 체력 및 컨디션 유지를 위해 기본적으로는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지만 육류나 인스턴트식품, 맵고 짠 음식, 술이나 담배 등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반면, 항산화제가 풍부한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으면 도움이 된다. 항산화성분은 피부 면역기능을 정상화시키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또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마셔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은 하루에 10잔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건선은 감기나 인후염 등의 질환으로 인해 발병되거나 증세가 악화되기 쉽다. 균에서 나오는 항원이 면역세포를 자극하여 각질세포를 빨리 자라게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겨울철에는 개인위생 및 컨디션 유지에 신경을 써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더불어 무리하지 않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건선 예방에 도움이 된다.

느긋한 마음으로 치료에 임해야

생활요법과 더불어 전문적인 치료도 중요하다. 건선은 생명에 치명타를 날리는 위협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나타나는 미관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최근에는 얼굴 건선도 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20-40대에게 자주 발생된다는 것. 건선환자들은 주변사람은 물론 가족 간의 접촉을 꺼리는 경우도 다반사. 때문에 환자들은 사회생활은 물론 애인이나 배우자의 관계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업이나 결혼을 준비하는 건선환자들은 심적 부담을 안게 되고, 기혼자들의 경우 성생활은 물론 가벼운 신체접촉도 기피하게 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정신적 수치감과 열등감을 갖게 된다. 심한 경우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 성격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건선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치료도 쉽지 않다. 완치까지 치료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치료 후 쉽게 재발되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거나 방치하게 된다. 때문에 건선을 치료할 때에는 무엇보다 완치에 대한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TIP) 생활속 건선 다스리는 십계명

1. 지나친 육류섭취와 자극적인 음식물을 피한다.
2. 항산화제가 풍부한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3. 녹두와 팥은 해독작용이 있어 건선 치료에 도움이 된다.
4. 가급적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
5. 술과 담배 및 독한 약물은 피한다.
6. 피부 깊숙이 축적된 독소가 땀을 통해 배출되도록 꾸준히 운동과 반신욕을 해준다.
7.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하고 피부보습에 신경 쓴다.
8. 늘 자신의 피부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체크한다.
9. 고열을 동반한 다른 질환, 특히 목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10. 건선치료는 도중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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