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중 무서운 질병 중의 하나가 뇌지주막하 출혈입니다. 일반 뇌출혈과 다릅니다. 일반 뇌출혈은 보통 말단동맥이 고혈압 등의 원인에 의해 터져 생기는 것으로 뇌실질내 출혈로 국한 되는 경우가 많지만, 뇌지주막하 출혈은 대부분이 뇌동맥류 파열에 의해서 생깁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에서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부위가 터지는 것입니다. 뇌혈관이 분포하는 공간인 뇌지주막하강으로 출혈이 퍼지게 되어 뇌 지주막 밑 공간에 피가 고여서 뇌의 혈류 흐름과 뇌척수액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뇌동맥류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뇌동맥 혈관 벽에 압력이 가해질 때 부풀어 올라 생기게 됩니다. 처음에는 2~3mm정도로 작다가 압력이 점점 가해짐에 따라 크기가 커집니다. 동맥벽이 얇아져서 파열될 기회가 많아지게 되는데, 어느 순간 확 부풀어 올라 터지는 것입니다.

뇌주막하 출혈(SAH)은 자발성 대뇌출혈(ICH)의 원인 동맥보다 굵고, 압력도 높으며, 생기는 부위도 다릅니다. 당연히 터진 동맥압력이 말단동맥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 손목부위의 팔딱팔딱 뛰는 동맥이 있는데, 이것은 요골동맥입니다. 이것의 직경은 약 2.2~2.3mm정도 되며, 뇌동맥류가 잘 생기는 전대뇌동맥, 중대뇌동맥의 굵기도 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커서 각각 2.4~2.8mm, 3~5mm정도 됩니다. 마음을 잘 못 먹고 손목 동맥을 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그때의 압력으로 피가 천정까지 올라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뇌동맥류 파열은 요골동맥 굵기 정도의 뇌혈관동맥이 머리에서 터지는 것이므로, 그 증상은 대단합니다. 생애 처음 느끼는 고통스러운 두통(excruciating)이라고도 하고, 천둥 치듯 한다(thunder pain)는 사람도 있으며, 갑작스럽고 매우 심하여, 쉽게 가라앉질 않습니다. 방출성 두통(bursting headache)의 양상을 띠게 됩니다.

출혈이 터지는 부위도 일반뇌출혈은 말단동맥이 터져 뇌실질내에 혈종이 고이는 것과는 달리 뇌동맥류 파열성 뇌지주막하 출혈은 지주막하강 부위로 쫙 퍼집니다. 뇌를 둘러싸는 세개의 막(경막, 지주막 연막) 중 뇌를 둘러싸는 두꺼운 경막 밑에 얇은 지주막이 존재하는데, 이 지주막 밑 공간은 각종 혈관과 신경들이 거미줄처럼 지나가는 공간입니다. 지주막하 공간에 있던 굵은 혈관이 엄청난 압력으로 터져, 공간이란 공간은 다 피 범벅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 지주막하 출혈입니다. 뇌동맥류가 생기는 부위는 주로 뇌의 중심부 근처(윌리스 환, Circle of Willis)이며 발생위치에 따라 병의 양상도 다릅니다.

일반 뇌출혈은 재출혈만 없다면 출혈 후 그 후유증이 고정되어 가는 경향이 있으나, 지주막하 출혈은 다음 세 가지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어 세밀한 관찰이 요구됩니다. 첫째는 재출혈입니다. 동맥류 파열이 생긴 혈관벽 부위를 흘러나온 피딱지가 임시 방편으로 겨우 막고 있는 상태라서 24시간내에 재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병식이나 소식에 놀라 혈압이 오를까봐 환자에게는 병이 있다는 말도 못하고 가만가만 지켜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는 대변도 조심하게 하고, 기침도 조심조심하게 합니다. 다시 재출혈을 일으킨다면 십중팔구 매우 안 좋은 결과를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뇌혈관 연축입니다. 가만히 잘 있던 뇌혈관들이 수축하여 뇌경색이 오는 것입니다. 뇌혈관이 거미줄처럼 지나가는 공간에 피가 터져서 고여 있어서 그런지 아무런 이유 없이 출혈 후 6~14일 기간에 혈관의 내경이 좁아져서(연축, spasm) 뇌경색증이 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으로는 뇌지주막하 출혈된 피에서 나온 물질이 뇌혈관을 수축시킬 것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셋째는 뇌수두증입니다.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가만히 잘 회복되던 지주막하 출혈 환자가 갑자기 소변도 못보고, 걸음도 어둔해 지는 것입니다. 피딱지들이 지주막하강에서 들러붙어 뇌척수액 흡수를 방해함으로써, 뇌척수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어 생깁니다. 증상이 심하면 뇌실 복강간 션트 수술을 해야 될 수도 있습니다.

뇌동맥류는 보통 2~3mm 정도의 크기의 것은 너무 작아 수술적 치료를 하기보다, 사진을 찍어보면서 크기의 변화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추적관찰하게 되지만 보통 3~5mm이상 되는 동맥류는 신경외과 치료(수술포함)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과거에는 사망률이 50%에 육박했지만, 다행히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뇌를 여는 수술 없이 뇌혈관 내 수술(endovascular treatment)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어 매우 고무적입니다. 만성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는 사람, 흡연자이면서 가끔 두통이 심하게 오는 사람, 다른 뇌졸중 위험인자(당뇨, 고지혈증, 심방세동 등 심장질환 등)가 있는 경우 한번쯤은 뇌혈관검사(MRA)를 권하여 드립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