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길고양이를 보살피던 캣맘(Cat Mom)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졌다. 수사결과 초등학생 3명의 철없는 장난으로 밝혀졌지만, 이를 계기로 길거리 동물과 사람의 공존 등에 관한 논란이 불거졌고, 길거리 동물을 보살피는 사람들에 대해 심각한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길거리 동물을 보살피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한 존중 의식에서 출발하였지만, 길거리 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폐해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길거리 동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방안을 연구하여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런 사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당장 큰 손해가 없는데도 길거리 동물을 보살피는 사람들을 심각하게 혐오하고 공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공동체는 생각, 경험, 경제적·사회적 환경, 성격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내 생각만으로 다른 사람을 억눌러서는 사회공동체가 정상적으로 유지·발전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내가 가장 똑똑하다고 여기고 오직 내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되더라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환경에서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또한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더라도, 생각이 다른 소수가 있다면, 다수가 소수에게 큰 양보를 하고 소수의 생각을 반영하여 함께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구 곳곳에서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고 많은 난민들이 생겨나는 것도, 오직 나만이 옳다는 생각, 그리고 다른 사람과는 공존할 수 없다는 생각이 아직도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경제적 수준만 높이면 선진국 반열에 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신적 수준을 높이지 못한다면 결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 정신적 수준이라 함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입장을 존중하고 나만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산다는 생각의 수준을 말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단순한 지식을 쌓아올린 것만으로는 정신적 수준이 높다고 말할 수 없고, 쌓아올린 지식에 기해 사회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만 정신적 수준이 높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새는 그런 일이 없으리라 믿지만, 어느 검사가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하여 판사가 청구를 기각하자 청구한 검사가 기각한 판사에게 전화하여 항의를 하였다는 일화가 있었다. 반대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심사를 하던 판사가 청구한 검사에게 전화하여 공범 중 한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캐물었다는 일화도 있었다. 물론 상대방이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고유 영역에 끼어드는 것은 사회공동체에서 구성원 각자 역할에 기초한 질서를 깨뜨리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그런 일이 생겨나는 이유는 “나만이 옳다”라는 식의 매우 고루한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정치권에 가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정치권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이념논쟁도, 조금만 뜯어본다면 “나만이 옳다”는 생각을 가질 뿐 사회공동체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겠다는 의식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이다. 또한 네이버, 다음 등 포털뉴스 편집에 대한 규제에 대한 논란도 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정착된 선진국임을 자부한다면 정치권력이 사상·정보의 자유 시장에 함부로 끼어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2014년 2월 12일 발표한 2014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68위로, 경제적 수준에 비해 너무 낮을 뿐만 아니라 전년에 비해 4단계 하락했는데, 심히 부끄럽게 느낄 일이다.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든, 포털뉴스 편집에 대한 규제 문제든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만이 옳다, 나 아니면 안 된다. 너의 생각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생각, 힘센 다수가 약한 소수에게 큰 양보를 하고 소수의 생각을 반영하여 함께 나아가는 자세를 가진다면 모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