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저작물 폐기 행위로 저작자의 인격적 법익 침해가 발생한 경우, 저작권법상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성립 여부와 별개로 저작자의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 위법행위가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1. 사실관계

피고(대한민국)는 원고 갑에게, 도라산역사에 설치할 작품을 창작하여 제공해줄 것을 의뢰하였고, 이에 따라 갑은 2007년 1월경 도라산역 건축공사를 시공하는 A건설과 사이에 도라산역사 내에 미술품을 제작하여 설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갑과 A건설 간의 미술품설치계약서 제5조 제2항은 ‘본 계약 목적물의 소유권은 A건설의 잔대금 완불과 동시에 원고로부터 A건설에게 이전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갑은 도라산역사에 길이 합계 100여 미터에 이르는 14점의 벽화(이하 ‘이 사건 벽화’라고 한다)를 제작하여 설치하였고, A건설로부터 이 사건 벽화의 제작설치 대금을 모두 지급받았다. 이후 A건설은 도라산역 건축공사를 완료하였고, 피고는 2008년 1월경 이후 이 사건 벽화를 소유하게 되었다. 피고는 2010년 2월경 도라산역 관광객의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는 이유로 도라산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전문가와의 간담회를 개최한 다음, 내부논의 후 이 사건 벽화를 철거하기로 결정하였고, 2010년 5월경 이 사건 벽화의 철거를 완료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벽화를 철거한 이후 이를 방치하다가 2011년 초경 소각하였다. 이 과정에서 피고는 갑과 이 사건 벽화의 철거에 대하여 협의하거나 그 동의를 구한 바는 없었다.

원고 갑은 피고의 이 사건 벽화의 폐기행위가 동일성유지권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손해의 배상과 명예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청구하였다.

2. 하급심의 진행 경과

(1) 제1심

제1심은 피고의 이 사건 벽화 파괴행위가 자신의 소유물을 파괴한 것이어서 갑의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고, 피고가 저작자인 갑에게 저작물의 철거에 대한 사전 협의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의무가 없어 갑의 예술의 자유 내지는 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갑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3. 20. 선고 2011가합49085 판결).

(2) 항소심

항소심은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나31842 판결). 항소심은, 피고의 이 사건 벽화 파괴행위가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제1심의 판단을 받아들이면서, 그 논거로 동일성유지권이 저작물 소유권자의 처분행위에 대항할 수 없고, 현행 저작권법상 장소특정적 미술에 대한 특별한 보호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예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피고의 헌법상 의무, 문화예술진흥법 및 물품관리법시행령 등 관련 법규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벽화의 폐기절차가 매우 형식적이며 폐기방법이 부적절하여 갑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갑은 특별한 역사적, 시대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도라산역이라는 공공장소에 국가의 의뢰로 설치된 벽화가 상당 기간 전시되고 보존되리라고 기대하였고, 국가도 단기간에 이를 철거할 경우 갑이 예술창작자로서 갖는 명예감정 및 사회적 신용이나 명성 등이 침해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국가가 벽화 설치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사유를 들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철거를 결정하고 원형을 크게 손상시키는 방법으로 철거 후 소각한 행위는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은 행위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여 위법하므로, 국가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갑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원심을 확정하였다.

4. 대상 판결의 해설

이 사건은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저작권법 제13조)’과 저작물 소유자의 소유권 충돌이 문제가 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동일성유지권이란 저작자가 그 저작물의 내용·형식과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말하는데, 국내에서는 서태지의 ‘컴백홈’을 패러디한 이재수의 ‘컴배콤’사건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권리이다. 이 사건의 경우 동일성유지권과 관련하여 하급심에서 ‘장소특정적 미술’이라는 개념도 쟁점으로 부각되었는데, 대법원은 이와 관련한 명시적 판단을 유보한 채 일반적 인격권의 침해 문제로 판단하였다. 대상 판결은 국가가 그 소유의 미술품을 폐기하는 행위가 작가의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최초로 인정한 판시라는 데 그 의의가 있으며, 건축·설치미술 등의 분야에서 소유권자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유형적 저작물을 파괴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향후 유의미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자에 대한 변상금에 관하여 국세징수법의 체납처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 징수할 수 있다고 정한 구 국유재산법 제51조 제2항, 제25조 제3항 등에 따라 변상금에 관한 체납처분절차에서 민사상 압류의 특칙인 구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이 준용되는지 여부(소극) -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두41371 판결

1. 사실관계

부산광역시 A구청장은 소외 B(2002년 8월경 사망)가 국가소유의 일반재산인 부산광역시 A구 소재 대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지상에 1994년경 단층주택을 신축하여 이를 소유하면서 이 사건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B에게 변상금을 부과하였다. B가 납부기한 내에 변상금을 납부하지 아니하자 A구청장은 변상금 체납을 이유로 하여 1995년 2월경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압류(이하 ‘이 사건 압류’라 한다)를 하였는데, 그 압류 당시까지 체납된 변상금과 연체료는 207만7050원(이하 ‘이 사건 제1변상금’이라 한다)이었다. 이후 A구청장은 1995년 10경부터 2001년 5월경까지 B에게 변상금과 연체료 합계 2407만1070원(이하 ‘이 사건 제2변상금’이라 한다)을 추가로 부과하였으나, 이에 관하여 새로이 압류등기를 하지는 아니하였다.

원고 갑은 2002년 3월경 B로부터 단층주택을 매수한 후 2002년 4월경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자였는데, 갑은 2012년 12월경 A구청장에게 이 사건 제1변상금을 납부하면서 이 사건 압류의 해제를 신청하였다. 이에 대해 A구청장은 이 사건 제2변상금 상당액을 납부하여야 압류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원고의 해제신청을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피고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05년 이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관리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A구청장은 2013년 5월경 관리하던 이 사건 변상금 채권 등도 피고에 이관한 바, 갑은 피고를 상대로 하여 이 사건 제2변상금 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 하급심의 판단

제1심(부산지방법원 2014. 8. 14. 선고 2014구합732 판결)과 원심(부산고등법원 2015. 4. 3. 선고 2014누22182 판결)은 변상금의 징수에 있어서 국유재산법 제73조 제2항에 따라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을 준용하는 것이 국유재산법 제73조 제2항의 본질적 취지에 반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① 변상금의 이행가능성이 일반채권에 비해 희박하여 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고, ② 변상금의 부과 및 징수권은 사법상 권리와 그 성질이 완전히 다르고, ③ 압류 후 변상금 체납자가 압류재산을 타인에게 이전하는 경우 변상금 채납액을 정상적으로 실현하기 어렵고, ④ 국유재산의 보호와 관리의 필요성은 조세의 징수와 마찬가지로 높으며, ⑤ 변상금에 대해 국세징수법상 자력집행권 관련 규정을 준용하면서 굳이 같은 장에 규정된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의 압류의 특칙 규정만 그 준용을 배제할 당위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준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압류의 효력은 이 사건 제2변상금에 미치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압류로 인해 이 사건 제2변상금 채무의 소멸시효는 중단되었다고 보았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구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 규정은 일반채권에 기초한 민사상 압류에 대하여 고도의 공익성을 갖는 국세 등 조세채권 징수의 실효성 보장을 위하여 마련된 특칙이다. 그런데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자에 대한 변상금 부과는 행정처분으로 그 목적이 국유재산의 사용·수익으로 인한 이익의 환수를 넘어 국유재산의 효율적인 보존·관리라는 공익을 실현하는 데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동일한 금액 범위 내에서 경합하여 병존하고, 부과처분의 상대방이 무단점유자로 제한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재정 수요의 충당을 위해 반대급부 없이 강제 징수되는 조세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며 그 공익성이 조세에 준할 정도로 높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구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에 의하면, ‘당해 압류재산의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에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법정기일이 도래한 국세에 대한 체납액’에 한하여 압류의 효력이 미친다. 그런데… 국유재산법은 국세기본법상 위 ‘법정기일’에 상응하는 변상금채권과 저당권 등의 피담보채권 사이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한 어떠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아 압류의 효력이 확장되는 기준시점을 확정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무단점유자로부터 압류재산을 양수한 제3자 등 이해관계인의 권리를 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변상금에 관하여 구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의 규정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변상금에 관한 체납처분절차에서 민사상 압류의 특칙인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까지 준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여, 이 사건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였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자에 대한 변상금에 관하여 국세징수법의 체납처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 징수할 수 있다”고 정한 구 국유재산법 제51조 제2항, 제25조 제3항 등에 따라 변상금에 관한 체납처분절차에서 민사상 압류의 특칙인 구 국세징수법 제47조 제2항이 준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자에 대한 변상금의 성질에 대하여 원심은 이를 조세에 준하는 공익채권으로 파악한 반면, 대법원은 변상금이 조세와는 그 성질을 달리하고 공익성의 측면에서도 조세에 준할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라고 보아 국세징수법의 준용을 명시적으로 부정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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