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제1심의 양형재량과 그 한계·양형부당을 이유로 하여 항소심이 제1심 판결을 파기하는 경우 양형심리 및 양형판단 방법이 위법한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양형조건이 되는 사유를 일일이 명시하지 아니하면 위법한지 여부(소극)

1. 사실관계

피고인 A, B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기로 모의하여, 피고인 A는 영업과 콜센터 운영 등 운영 전반을 관리하고, 피고인 B는 도박 프로그램 개발 및 서버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래의 사이트는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은 합법적 사이트였는데, 피고인들은 2012년 9월경부터 2013년 5월경까지 해당 사이트를 통해 이용자들로 하여금 도금을 걸고 게임을 하게 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도박을 개장하는 한편,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은 내용과 다른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고,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하는 것을 업으로 하였다. 피고인 A는 또한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도박사이트를 2013년 2월경부터 4월경까지 개설하여 도박에 사용된 사이버머니의 일정 부분을 회원들의 계좌로 송금하여 주었다.

검사는 피고인들을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 도박개장의 죄명으로 기소하였다.

2. 하급심의 진행 경과

(1) 제1심

제1심은 피고인 A에 대하여 ‘이 사건 범행이 사전에 계획되어 그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주범인 점, 누범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을 행하여 일부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고, 게임에 참가한 자들도 불법 게임물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점, 판시 확정된 죄와 같이 판결 받았을 경우의 양형을 고려하여’ 징역 10월에 처하였고, 피고인 B에 대하여 ‘집행유예 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동종의 전과가 있는 점, 가담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한 점, 그로부터 얻은 수익이 적은 점 등을 참착하여’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4. 11. 6. 선고 2014고단397 판결).

이에 피고인 A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하여, 피고인 B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하여 항소하였고, 검사도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2) 항소심

항소심은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 대하여는 제1심 선고형의 약 5배에 이르는 징역 4년을, 피고인 B에 대하여는 2배인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5. 2. 5. 선고 2014노4186 판결).

항소심은 피고인 A에 대하여 ‘이 사건 범행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할 것인데, 피고인 A는 주범으로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누범기간 중에 범행을 저지른 점에 비추어 엄중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밖에 사후적 경합범인 점, 범행으로 인한 수익 정도와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하였고, 피고인 B에 대하여는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나,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으면서도 범행을 저지른 점에 비추어 엄중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밖에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제1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항소심은 형의 양정이 부당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은 이어서, “① 항소심은 제1심에 대한 사후심적 성격이 가미된 속심으로서 제1심과 구분되는 고유의 양형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항소심이 자신의 양형판단과 일치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양형심리 및 양형판단 방법이 위법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다. ② 그리고 원심의 판단에 근거가 된 양형자료와 그에 관한 판단 내용이 모순 없이 설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유에 관하여 일일이 명시하지 아니하여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시하였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대법관 3인은 [반대의견]을 통해, “① 상고심은 항소심이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이유가 있는지를 제대로 판단하였는지 여부, 항소심에서 항소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였을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심리와 판단이 이루어졌는지 및 파기이유 기재가 충분한지 여부 등을 법률심으로서 심사할 권한이 있다. 따라서 항소심이 제1심판결을 파기할 수 없는 경우임에도 제1심판결을 파기하였다면 이는 항소이유가 없음에도 항소이유가 있다고 잘못 판단한 것이므로, 당연히 상고심의 심사대상이 된다. 이는 항소심이 선고한 형량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심사하는 것이므로 양형부당의 문제가 아니라 법령 위반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② 나아가 항소심이 제1심의 양형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파기이유로 설시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법령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요컨대, 제1심의 양형판단이 항소심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와 제1심의 양형판단이 항소심에서 파기되는 경우에 항소심 이유 기재의 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사실오인의 항소이유를 배척할 때에는 간단히 ‘사실오인의 항소이유는 이유 없다’고만 하여도 무방하지만, 항소이유를 받아들일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제1심의 사실인정이 잘못되었는지를 밝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고 비판하였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4. 대상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양형판단에 관하여, 항소심으로 하여금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 이를 존중하도록 명시적으로 권고하면서도,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제1심 판결을 파기해야 한다고 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대상 판결의 첫 번째 쟁점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의 경우보다 낮은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항소심이 제1심 판결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하여 파기하는 경우, 항소심의 선고형을 다투어 상고하는 것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인지 아니면 법령 위반을 주장하는 것인지 여부이다. 반대의견은 이 경우 항소심의 양형판단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의 적절성과 관련된 것이어서 법령 위반을 이유로 한 상고로 본 반면, 다수의견은 항소심에도 제1심과 구별되는 고유의 양형재량이 있음을 근거로 이를 법령 위반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두 번째 쟁점은, 항소심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하여 제1심을 파기하는 경우, 파기 근거의 설시 정도와 관련한 것이다. 반대의견은 제1심 양형을 파기할 만한 사정에 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의 설시가 없으면 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 사실오인의 항소이유를 배척할 경우와 인정할 경우의 기재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파기 이유가 충분히 설시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법령 위반이라고 보았으나, 다수의견은 원심의 판단에 그 근거가 된 양형자료와 그에 관한 판단 내용이 모순 없이 설시되어 있는 경우라면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유에 관하여 일일이 명시하지 아니하여도 위법이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제1심에서 합의가 가능함에도 합의를 미루거나 일단 혐의를 부인하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를 하거나 혐의를 자백하는 소송전략이 보편화되고, 형사 항소심의 제1심 파기율이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며 2014년 현재 42.7%에 이르렀다. 3심제를 채택한 헌법 이념에 비추어 제1심 판결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중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으나, 오로지 양형상 이익만을 노린 남항소 역시 사법 경제와 재판에 대한 신뢰보호 차원에서 억제할 필요성은 분명한 바, 대상 판결은 항소심으로 하여금 제1심 판결을 더욱 존중하도록 선언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반면, 항소심이 제1심에 비해 훨씬 중한 형을 선고한 경우에 그 타당성을 대법원이 다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아니하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검찰의 항소’와 관련된 대법원의 입장이 잘 설시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판결은 큰 의미가 있다.

이 판결로 인해 향후 재판 실무상으로는 항소심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제1심의 선고형과 큰 차이가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이론적으로는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한 검찰의 항소, 하급심의 양형재량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23조 이유 기재의 정도 등에 관한 보다 정치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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